-그 때 그 시절, 아름다운 회상 (포천 명성산)
* 2011.05.01 / 산정호수주차장(08:50)-비선폭포-책바위-삼거리-삼각봉-명성산 정상-궁예봉-강포3교-강포리마을(14:10)
주말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일요일 새벽 비는 그쳤지만 이젠 황사의 습격이 시작됐다.TV에서 요란하게 야외활동을 금하거나 줄이라고 강력하게 권고한다.갈까말까 망설인다.그러나 아내가 명성산 산행을 강렬히 원했다.사실 지난주 5일간 그녀는 산정호수가에서 숙박하며 연수를 받았다. 아침 저녁으로 산정호수를 산책하며 명성산의 기를 흠뻑 받았던 모양이다. 나도 옛 추억 하나를 끄집어 냈다.그래서 이번 명성산 산행은 더욱 뜻 깊었다.
포토기행으로 대신한다. 옛 산행기를 들추어 찾아내어 '그 때 그 시절의 아름다운 회상'으로 다시 타임머신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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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시절, 아름다운 회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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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의 눈물이 폭포되어 내리네
의정부역에서 갈아탄 경원선은 북으로 내달린다. 차창가엔 양주 불곡산이 우뚝 보이더니 이내 사라지고 주내, 덕정을 지나며 아파트 숲을 만난다. 20여년전 필자가 아내 직장따라 동두천에 1년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던 그 시절이 타임머신을 타고 잠깐 추억의 길로 회상한다. 추억의 상념도 잠시 열차는 동두천 초입 신시가지인 지행역에 정차한다. 주말마다 만나도 언제나 반가운 산하 동두천 윤님부부가 우릴 반갑게 맞이해준다. 헤어지면 보고싶고, 또 만나면 즐겁다.
삼복더위지만 동두천을 지나 포천과 철원의 경계선 국도를 달리며 달변으로 풀어놓는 윤님의 지역 산사랑 해설을 들으며 어느덧 산정호수 주차장에 들어선다. 오늘 산행대장인 윤대장은 자인사 입구를 들머리로 해서 삼각봉을지나 정상을 찍고, 팔각정 안부에서 억새밭을 지나 등룡폭포로 내려서는 코스로 5시간을 예정한다며 출발한다.
# 자인사 입구를 들머리로
자인사 부도와 경내를 잠깐 둘러보고 우측 소로 계곡 너덜길을 오른다. 무더위로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도 정작가님은 버섯과 들꽃 접사에 여념이 없다. 며칠 전 산하에 사진작가로 데뷔한 정작가의 사모님 훈수가 가끔씩 눈에 띈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윤대장 사모님의 산행실력은 남편 못지 않다. 힘드는 오름길도 평지 걷듯 사뿐사뿐 즈려밟는 걸음 따르기가 초보 산꾼들에겐 힘겹다. 그래도 어쩌랴. 열심히 따르는 수 밖에...
# 책바위 안부길에서
너덜지대 급경사 구간을 올라서면 책바위 안부에 닿는다. 일행은 책바위 능선 길을 잠시 다녀온다. 오늘은 스모그가 잔뜩 끼어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구름이 산허리를 감돌고 걸죽한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잡으며 길을 오르는 윤대장이 있으니 산행길이 지루하지가 않다. 게다가 결정적일때 툭 한마디 던지는 정작가 사모님의 재치어린 유머가 산행 피로를 가시게 하는 양념 역할을 한다. 그래도 흐르는 땀은 등줄기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흘러 바지 가랭이까지 적셔 놓는다.
# 드디어 팔각정에서 억새밭을 내려보며
고개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몇차례, 드디어 팔각정 쉼터에서 억새밭을 내려다 보며 먹자전을 편다. 누가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언제나 산행 즐거움중에 으뜸은 산상 부폐가 아닌가 싶다. 멀리 천둥치는 소리를 들으며 캔 맥주와 오가피주 반주가 곁들인 산상만찬은 산행 동행인들의 마음씨 만큼이나 넉넉하다. 오늘따라 정작가 사모님의 시금털털한 묵은 김치맛도, 윤대장 사모님의 고향 김치맛도 감칠맛이 난다. 그래서 반주가 모자라나? 명성산 산허리를 오르던 구름과 바람도 쉬어가며 우리 자리에 동석하며 입맛을 다신다.
# 명성산엔 정상석이 두곳에
먹자전을 접고 팔각정을 내려서니 멀리 경비초소가 보이고, 팔각정 가까이 정상석이 하나 동그마니 서 있다. 윤대장 설명으론 평일 날엔 군 부대 사격장에서 사격하느라고 정상 가는 길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 곳까지만 산행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이곳에 정상 아닌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는 설명이다. 오늘은 주말이라 우리는 명성산 진짜 정상을 향하여 발길을 뗀다.
# 지천으로 억새밭이 평원을 이루고 / 원추리가 새색시처럼 얼굴을 내밀고
10월이면 억세축제가 열리는 이곳 명성산 억새는 지금 지천으로 억새밭을 일구며 자라고 있다. 억새평원이 펼쳐지며 그 속엔 원추리가 그 옛날 새색시 시집갈 때 쪽두리 쓰고 연지곤지 바르고 얼굴을 가마에서 빼꼼하게 내밀듯 길손을 훔쳐보고 있다. 일행들은 한 컷 잡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정상가는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다.
# 드디어 명성산 정상에
능선길을 내주며 걷던 일행들은 삼각봉에 당도한다. 이정목엔 정상 2.7km, 하산 길의 등룡폭포까지도 2.7km의 안내목이 산행인들의 거센 숨소리를 몰아댄다. 해발 923m의 정상을 호락호락 내주지 않겠다는 심사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몇 차례 하고나니 드디어 정상에 섰다. 정상에서 시원한 냉커피와 캔 맥주로 정상주를 대신하고 팔각정 쉼터까지 원점회귀한다. 신안고개 방향으로 내려가면 명성산을 일주하는 셈이 되지만, 우린 등룡폭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삼각봉으로 내린다.
# 윤대장은 경기북부 산의 홍보대사인가?
산하의 어느 산님이 윤대장에게 붙여준 아름다운 명예 이름이 실감나는 사례를 체험한다. 산을 내려 오는데 삼각봉 근처에서 길을 묻는 한 산행 팀을 만난다. 윤대장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는 것을 뒤로 하고 우린 산 능선길을 내린다. 한 참을 기다려도 윤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삼각봉 위로 구름만 휘감는다. 5분 아니 10분이나 흘렀을까? 그제서야 초행길 산객들에게 길안내를 친절하게 해주고 속보로 달려오고 있다.
위/초행길 산님들에게 설명해 주는 윤대장님
억새밭을 지나면서 늦은 시각에 산을 오르는 산행팀을 또 만났다. 그 시각에 정상까지 갔다 오기에는 너무 무리란 생각이 든다. 윤대장은 친절한 설명과 응대로 우리 일행과는 상당한 거리가 또 벌어졌다. 우린 이미 길 흔적이 희미한 숲 속 계곡 길을 들어선지가 이미 오래된 후 그는 길을 잘 못 들었다고 하나, 이미 한 참을 내려왔던 터라 계곡길을 계속 탄다.
# "우와~ 등룡폭포닷"
계곡 너덜길을 헤치고 벗어나니 임도와 만난 길가 계곡엔 우렁찬 폭포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무명폭포에서 잠깐 심신을 씻는다. 시원한 물줄기와 폭포내림 물소리는 1000년 전 궁예의 망국의 한을 담은 울움소리도 묻은 채 물꽃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
*무명폭포
무명폭포를 지나 한참을 내려오니 2단폭의 쌍용폭포인 등룡폭포를 만난다. 디카를 들여대는 일행들의 손이 분주하다. 아름다운 폭포에 취해 자리를 뜰 줄을 모른다.
한 참후에 다시 발걸음을 떼니 날머리 다 와서 또 비선폭포가 발길을 붙든다.
# 산행을 마치며
예정했던 산행시간을 훨씬 넘겼다. 폭포의 비경에 빠져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을 몰랐다. 태봉국의 궁예가 충분히 은거했을 만한 이유가 있는 산이라고 생각하며 산길을 내려선다. 일행은 동두천 시내에 있는 청주집에 들러 거나하게 하산주를 들고, 플랫폼에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사랑하는 부부가 흔들어대는 손을 뒤로한 채 경원선 21:00 열차에 몸을 싣는다. (2005.07.31)
*산행길에서 만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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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한 산행 너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산행이 되는데 흠이라면 내속도가 너무늦어 일행들에게 긴 산행을 하게 되어서 미안할 뿐입니다. 그래도 함께 동행하여 무사히 산행을 맞치고 피로를 한잔의 반주로 풀고 다시만남을 약속하면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삼복 더위에 갑장부부님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하세요... (((^*^))) |
2005-08-01 20:3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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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현황님 반갑습니다. 명성산을 너무도 잘 표현해 주셔서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더위에 지처서인지 폭포수가 너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산에서 만나신 버섯과 야생화가 아름답습니다. 좋은 산행기 꼼꼼히 읽다보니 장시간 머물러 있었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좋은글 자주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더위가 대단합니다. 언제나 즐거운 산행빌겠습니다. |
2005-08-02 00:2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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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산하가 나날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이때. 선배님께서는 20년전의 회상에 묻혀 동두천과 경기북부 명성산 산행을 다녀가셨습니다 물빛도 초록처럼 산천만큼이나 곱고 구름이 가다가 걸친 험란한 자인사 산비탈에 연두빛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과. 산정호수를 바라보시고 정상으로 가는길은 힘겨운 비탈이 그리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선배님께서 숨이 차오르고 흐르는 땀을 훔치시며 오르시는 모습을 볼 때 이 아우(tdcyoun)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간간이 쉼터가 마련돼 있어 잠시 숨을 고르고 선배님과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추억으로 남습니다 팔각정에 올라 능선길 좌측은 울창한 참나무 숲과 절벽이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광활한 억새평원이 이어지고, 끝없는 평원의 능선길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뿌연 구름과. 안개. 산바람은 우리의 친구가 되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장쾌하게 이어지는 명성산 능선은 무수한 세월의 풍파에서도 옛 향기를 품고 있는. 선배님의 글 제목처럼 궁예의 울음소리가 폭포되어 내리는듯 하였고 산상의 화원을 거닐며 여름꽃이 어우러진 정취에 흠뻑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팀 전원이 화려한 경륜이 있으신 선배님 덕분에 무사히 산행종료을 마치고 귀가했습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고 생동감이 넘치는 글 즐감했습니다 선배님! 많이 피곤하시고 힘드셨지요? 산행길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 만남은 사모님과 함께 고대하며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
2005-08-02 10:5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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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 정상까지 가셨다가 산안고개로 하산한것이 아니고 다시 돌아와 등룡폭포-비선폭포-등산로가든 방향으로 하산하셨군요...비가와서 등룡폭포와 비선폭포의 수량이 풍부하니 멋있습니다...사격장때문에 물색갈이 뿌연것이 흠이긴 합니다만...산하가족 여러분께서 함께 산행하니 아주 보기좋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
2005-08-02 12:4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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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들이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산행을 하시니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합니다. 얼마남지않은 여름 잘보내시고 서울근교산에서 만나는 날 다시 뵈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건강하시고 돈독한 정 많이 나누십시요. |
2005-08-02 13:3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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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비록 좁다지만 아름다운 산하가 엄청 많습니다. 많은 산하를 소개받지만 아직까지 모르는 산하와 폭포 등 비경이 즐비합니다. '낮에는 사격장에서 사격을 하여 출입통제'란 소리를 들으니 30년전 파주의 군생활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윤대장님의 고향산천 두루두루 구경 잘 했습니다. 그리고, 명성산의 유래도 덕분에 잘 알았습니다. 우정의 세분 모두 건강하십시오. 수고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
2005-08-03 01:2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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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멎진 명성산까지 다녀오셨네요. 이번에는 사모님께서 불참하셧습니다. 여름철 날씨는 조망이 안좋아 한북정맥도 안보였겠군요. 그대신 파랗고 넓은 억새밭을 보셨으니 나름데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억새도 멎지지만 억새밭에서 등룡폭포까지의 단풍 또한 절경이니 기회가 된다면 다같이 한번 가도록 하지요. |
2005-08-03 09:5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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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참으로 가기힘든산을 고맙게 잘보고 갑니다. 명성산의 명성이야 우뢰같아 언제고 책장을 펼치면 아름다운 절경이 현란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막상 가보지 못하는 마음은 언제나 갈증으로 넘쳐 납니다. 좋은분들과 아름다운 산행 즐거운 맘으로 노닐다 갑니다. 진맹익 드림. |
2005-08-03 16:3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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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중채님, tdcyoun님 명성산에 다녀온지가 며칠 지났는데도 머릿 속엔 아직도 운무와 바람도 쉬어가던 억새능선이 눈에 선합니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또 보고싶고, 어찌하오리까? ○ 계백님 님의 글을 대 할 때마다 온화한 성품을 느낍니다. 산을 좋아하는 동호인으로서 산하에서 자주 뵙는 기회를 소망합니다. ★ 산초스님 전국 명산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과거 산행길을 회상하는 놀라운 기억력에 탄복을 합니다. 늘 챙겨주시는 마음씀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 권경선님 공사다망하신 님으로부터 릿플을 받으니 반갑습니다. 산하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을 고이 간직하렵니다. 근교산행시 함께하는 행운을 얻어 곡차라도 한 잔 같이하고 싶습니다. ◆ 구본칠님 30여년전에 파주에서 군 생활을 하셨군요. 부산에서 설악, 지리, 소금강등 전국의 명산은 다 다니시면서 와 서울의 삼각산, 도봉산은 빼 놓는감요? 예약하고 삼각산오시면 서투르나마 초보가이드 한번 해 볼 용의가 있습니다. ◎ 극공명님 우리 님은 눈썰미도 좋습니다. 부부 산행인데 아내는 토요일에도 돈벌러 가느라고 불참했지요.ㅎㅎㅎ 님과도 함께 근교산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 진작가님 작가님의 영원한 팬이 삼도봉 산행기를 다시 열어 줄무늬 4만원짜리 바지와 함께 보고 싶은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봅니다. 풍부한 어휘와 적절한 단어 구사로 독자의 넋을 거두어가는 그 매력(마력)은 아마 소탈해 뵈는 그 성품에서 나오는건가요? |
2005-08-03 20: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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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가 맺어준 산우들 끼리 즐산 이어 가시니 넘 부럽습니다. 억새밭 능선과 시원한 폭포 그리고 아름다운 야생화! 님 덕분에 즐감 하였습니다. 탐스럽게 생긴 분홍색꽃은 박하꽃인가요? 무더위에 안산 즐산 이어가소서! |
2005-08-06 09:5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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