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탐방으로 바뀐 등산문화 (평창 청태산)
2011.07.02
금년 여름 장마는 예년에 비해 많이 빨랐습니다.서울에 내리 2주간 거의 비를 뿌렸지요.간간이 햇살이 고개를 내밀었지만 장마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송죽회 부부 봄 나들이가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달 넘게 미루어져 오늘에야 모임을 갖습니다.1박2일 계획으로 강원도 평창에 있는 휘닉스파크로 모여듭니다.내일은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가 있으나 더 이상 일정 변경을 하지 않고 강행합니다.
가는 길에 아내와 함께 청태산에 들기 위해 이른 출발을 합니다.오늘은 비가 오지 않고 흐리나,간혹 햇볕이 살을 그을립니다.그러나 숲에 들자 시원합니다.여기 저기서 숲꾸러기들이 반깁니다.산딸나무도 꽃이 지고 열매만 다닥다닥 달렸습니다.이곳은 북쪽이라서인지 함박꽃도 피고 지고 생사를 넘나듭니다.나뭇잎이 꼭 튤립을 닮은 튤립나무가 친구하자고 청합니다.튤립나무는 정명이 백합나무입니다.서둘러 기쁜 마음으로 1촌맺기를 합니다.
들풀들은 목을 내밀고 입을 삐죽댑니다.'나무만 보이고 우리 들풀은 보이지 않느냐'고 성홥니다.얼른 허리를 굽힙니다.'그럴리가 있는가'.하심(下心)의 자세를 취합니다.씀바귀 한 친구를 만납니다.노랑선씀바귀에 익숙하다가 흰 꽃을 봅니다.요넘이 바로 그 '흰씀바귀'입니다.귀한 손님이지요.돌양지꽃이 수풀 속에서 방긋방긋 인사를 해댑니다.그러나 도무지 그 꽃이 그 꽃 같고 이름이 헷갈립니다.들풀도감을 들이대고서야 '돌양지'라는 이름을 확인합니다.
숲은 청량합니다.이름도 청태산 아닌가요?휴양림에도 많은 캠핑족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하여 나무데크 위에다 텐트를 치기 시작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젊은 날 우리가 친 텐트는 오두막이더군요.요즘 텐트는 호화주택입니다.도시인들이 주말을 맞아 숲으로 이사와 휴식과 사색으로 하루 이틀을 지낸다면 오죽 좋겠습니까?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깁니다.고기 한 점에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그러나 꾹 참습니다.지금은 숲꾸러기들에게 열중해야 할 때 입니다.저녁에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송죽회 부부들과 회포를 풀 터이니 꾹 참고 다시 산을 오릅니다.
시계를 들여다봅니다.청태산 정상이 탐이 납니다.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정상을 다녀와도 그리 늦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그런데 숲꾸러기들이 발목을 잡아 당깁니다.하는 수 없이 두마리 토끼를 잡기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글렀습니다.7부 능선에서 발길을 돌립니다.한 달 전부터 숲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산행 방법이 바뀌었습니다.이전에는 산행을 울트라마라톤 하는 식으로 다녔지요.그러다가 조금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그래도 걷고 보면 시속 2km의 산행 속도였습니다.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속도가 시속 500m로 서행입니다.참으로 놀랄만한 변홥니다.시속 500m의 속도에서만이 오감이 작동합니다.이런 세상을 알기까지 60년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늦은 통찰입니다.청태산 언저리에서 숲을 만나고 후일을 기약하며 약속장소로 길을 재촉합니다.
60년을 독신으로 살아 온 '화씽'(화려한 씽글)이 여자친구와 함께 부부모임에 모습을 들어냅니다.대환영을 했죠.40 여 년을 혼자 부부모임에 참석한 화씽의 고독한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습니다.남녀의 인연은 묘한가 봅나다.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모로 돌려 누어 잠을 잔 세월이 그려집니다.행복해 보입니다.그들의 앞으로의 1년은 기혼인 우리들의 10년 같이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압축사랑을 해야지요.더 농밀하게 사랑해 가야겠지요.우리는 진심으로 두 사람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주고받는 한 잔 술에 진한 우정을 타 마십니다.하늘이 내린 음식,불의 속성을 지닌 물,어떻게 정의 하던 좋습니다.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40 여년을 줄기차게 이 음식을 즐겼습니다.자리를 옮깁니다.우리도 필남필부입니다.장삼이사이지요.대국민화합방,노래연습실입니다.단연 꾀꼬리부부가 대중을 휘어 잡습니다.두 번이나 결석했던 장여사도 노래 번호를 예약하는군요.모두가 '나는가수다' 흉내를 냅니다.
다음날 비는 주룩주룩 내립니다.그래도 계획대로 월정사 전나무숲으로 달립니다.잠시 비가 소강 상태여서 걷기에 좋습니다.여섯 부부가 전세를 낸 듯 길은 고요하고 적막합니다.숲길을 걷고 난 후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탄허스님의 글 ''향상일로(向上一路)'의 경구를 만납니다.위로 향하는 외길은 절대의 진리에 이르는 외길을 뜻하는 말일 것입니다.1400년된 고찰, 월정사는 비를 맞으며 지나 온 과거를 토해내고 있었습니다.우린 경건한 마음으로 무장한 채 속세로 발길을 돌립니다. (중식은 우미각에서)
[청태산에서 만난 숲꾸러기]
(초롱꽃 / 초롱꽃과...청태산 2011.07.02)
(흰씀바귀 / 국화과...청태산 2011.07.02)
(술패랭이꽃 / 석죽과...평창 휘닉스파크 2011.07.02)
(노루오줌 / 범의귀과...평창 휘닉스파크 2011.07.02)
(뱀딸기 / 장미과...청태산 2011.07.02)
(꿀풀 / 꿀풀과...청태산 2011.07.02)
(돌양지꽃 / 장미과...청태산 2011.07.02)
(개모시풀(쐐기풀과)...청태산 2011.07.02)
( 노루오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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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취 / 청태산 2011.07.02)
하늘말나리
(속새 / ...청태산 2011.07.02)
(피나무 / ...청태산 2011.07.02)
(백합나무 / 목련과...청태산 2011.07.02)
(층층나무 / ...청태산 2011.07.02)
(국수나무 / 장미과...청태산 2011.07.02)
(전나무 / ...청태산 2011.07.02)
(시닥나무 / 단풍나무과...청태산 2011.07.02)
( )
(함박꽃나무 / ...청태산 2011.07.02)
(황벽나무 / ...청태산 2011.07.02)
(청강생과 함께 청태산 탐방)
[나는 가수다]
[월정사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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