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운문산 / "너는 누구냐?" 물었다 ▶ 함박꽃나무

천지현황1 2011. 6. 13. 10:20
"너는 누구냐?" 물었다 / 함박꽃나무 

 

* 2011.06.12 / 호박소부근 삼양교(10:25)-구룡소폭포-가지산 갈림길-아랫재-운문산-상운암-석골사 주차장(17:10)

 

아내랑 도란도란 얘기하며 숲 길을 걷는다.숲에 귀 기울이니 나무들도 수런댄다.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우리 둘을 밀양 호박소계곡의 삼양교에 내려놓고 그들은 석남고개로 달아난다.사실 오늘은 가지산-운문산 종주산행길이다.오늘은 왠지 단체산행이 싫어 우리 둘은 호박소계곡을 들머리로 해서 조용한 입산을 택하기로 한다.날머리 석남사주차장에서 오후 5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싱그러운 초록의 산빛이 눈을 찌른다.왼편으로 백운산 마루금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백운이라는 산 이름처럼 흰구름을 기대했으나 흰구름은 없다.하지만 깍아지른 절벽이 절묘하게 초록 산과 어울린다.초입 계곡물은 갈수기인데도 졸졸졸 옥구슬 소리로 구른다.산까치 한 마리도 숲 속 교향악단의 일원이다.다만 바람소리만 침묵을 지키고 있다.풀벌레 소리마냥 작은 소리로 합창단의 일원인 작은 산새가 물푸레나무 작은 가지 뒤에 숨어서 운다.아직은 목청자랑하기가 수줍은가 보다.사뿐사뿐 걷는 걸음인데도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초여름 날씨다.숲 가족들이 반기니 그래도 기쁨이 넘쳐난다.

 

 숲 길을 걸으며 어제 필자가 받은 숲 생태교육 강의 전달교육을 실시한다.청강생은 오직 한 명이다.강의가 시작되자 숲 속 가족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온다.호랑나비 애벌레가 길섶에 누워 딩굴고,풍뎅이가 작은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산새도 우짓다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잠시 휴식에 들었나보다.생태와 환경차이부터 소나무의 지혜까지 강의 전달폭이 꽤 넓다.예전에는 아내는 교육자라서인지 이 분야에 조금은 예비지식을 갖고 있어 꽃 이름이며 나무 이름들을 필자에게 알려줬다.그러나 오늘은 스승과 제자가 바뀌었다.순간 필자는 숲 안내인인양 신이 났다.그녀는 흥미를 갖고 경청한다.가끔 내가 대답할 수 없는 난해한 질문을 던지면서 몰입한다.공자 앞에서 문자쓴다던가.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고 열강에 흐뭇해하는 모습에 스스로 신이났다."여보,밭갈이 하는 곤충을 포함한 동물군은 무었이 있나요?"그녀는 대답한다."응,두더지,땅강아지,들쥐...굼벵이".그래도 제법 대답이 길게 이어진다.지렁이를 빼 먹자 곧 바로 "밭갈이 1등공신에 지렁이도 있지,그 넘(놈)은 땅 속 7m까지 공기구멍을 낸다는 설도 있다네".'우하하',마치 내가 선생같다.재밌다.역할분담이 바뀐 숲 속 강의 전달은 그렇게 깊어갔다.

 

 고개마루를 올라서자 가지산-운문산 갈림길이다.산행개념도를 들여다보니 원래 계획했던 산길을 벗어나 가지산 정상에 가깝게 올라섰다.아마 지금쯤 일행들은 가지산 정상에 섰을게다.지척에 있는 가지산 정상을 외면한다.가지산은 영남알프스군의 맞형격이다.해발 1,000M이상 높이의 7개 산군 중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가지산 정상의 유혹을 뿌리치고 발길을 운문산으로 돌린다.눈을 들어 멀리 어깨동무하고 강강술래하는 영남알프스 산군이 시야에 들어왔다.훗날 아내가 퇴직하고 나면 며칠 머물며 환종주하자고 기약하니 조금은 덜 서운하다.능선길을 내 딛자 곧 숲 속이다.운문산을 훔쳐보며 방향을 잡는다.안내 표시판이 있어야 할 곳 한 두 군데가 없다.길이 헷갈린다.능선길에서 어림잡아 한 200여M는 아래로 떨어진 듯 하다.혹 산길 방향이 옳은지 의심된다.종주길인데 산길도 좁고 표지기도 거의 붙어 있지 않아 불안감은 커진다.아내에겐 불안한 얼굴 들키기가 싫어 태연히 길을 내린다.'아랫재'안내표시판을 만나고서야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쉰다.가슴까지 후련하다.옳은 방향의 산길을 걷는 것이 확인되는 찰라다.적당한 숲 길에서 '덕산 더덕주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도시락을 까먹는다.

 

 다시 운문산 정상까진 2~300M는 치고 올라야 할 듯 싶다.못다한 숲 속 강의는 계속된다.흥이 났다.경청을 해 주는 청강생이 있고,숲 속 가족의 응원이 있으니 최고조의 흥이 산길을 인도한다.운문산 정상을 찍고 상원암 내림길에 함박꽃 군락을 만났다.행운이다.푸른 산 녹색바탕에 그 꽃은 군계일학으로 우뚝 다가왔다.너덜길을 조심조심 내려오자 이번엔 때죽나무꽃이 낙화해 카핏길을 만들었다.이제까지 무심코 다닌 산길이 더 즐거워졌다.오늘따라 숲 속 친구들이 한 가족으로 마중하며 환영한다.필자도 정식으로 숲 속 가족이 되었다.함박꽃에게 '너는 누구냐?'물었던 하루가 행복한 순간으로 지나간다.  

 

 

밀양 운문산 110612

 

 

 

 

 

 

개목련, 산목련이라고도 함.
목련과(木蓮科 Magnoliaceae)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
함박꽃나무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해발 50~1,400m의 지역에서 자라며 한국 전역의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고,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한다.
키는 7m에 달하고 어린 가지와 겨울눈[冬芽]에는 윤기 있는 털이 밀생한다. 잎은 가죽질의 난형(卵形)으로 어긋나는데 길이가 6~15㎝, 너비가 5~10㎝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의 뒷면은 회록색이며 맥을 따라 털이 나 있다. 지름이 7~10㎝의 꽃은 5~6월에 밑을 향해 달리며 향기가 진하다. 꽃자루의 길이는 3~7㎝로 털이 있다. 꽃잎은 6장이고 수술은 붉은빛이 돌며 꽃밥은 밝은 홍색이다. 열매는 길이가 3~4㎝로 9월경에 익으며, 다 익으면 타원형의 붉은 씨가 터져나와 실 같은 흰 줄에 매달린다. 비슷한 종(種)으로는 얼룩함박꽃나무(Magholia sieboldii for. variegata)·겹합박꽃나무(Magholia sieboldii for.semiplena) 등이 있다. 나무는 원줄기와 함께 옆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군생하며 생장한다. 생장이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대기오염이 심한 곳, 해풍이 심한 곳 등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나무의 생김새가 아름답고 잎이 무성하며 꽃의 모양과 향기가 좋아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는 식물이다. 수피(樹皮)는 건위제·구충제로 사용한다.
李相泰 글  (다음에서 펌)

 

 

 

산행사진 모음

 

 

 꼭두새벽길을 달려 경상도 땅에 들어서자 강은 말라있으나

 

 들판 모내기는 이미 끝나 계절과 함께 자라고

 

 

 꼭두새벽에 나오느라 식사를 걸러 선산휴게소 전망대에서 아침상을 편다

 

 

 버스를 따라오던 낙동강 줄기가 넓어지고

 

 

 우리 둘만 달랑 이곳에서 하차해

 

 

 백운산을 올려다 보며 숲 속으로

 

 

 

 구룡소폭포의 가는 물줄기가 굵어지길 바라며

 

 

 

 

 돌아 본 백운산 능선

 

 

 올려다 본 가지산 정상(오른쪽)

 

 

 

 다시 숲 속으로

 

 

 전망대에서 굽 본 세상은?

 

 갈림길을 지나 운문산길로 들어서며

 

 

 

 단풍잎의 진화 (경희궁에서는 5개로 분화된 것을 보았는데 여기서는 9개로 분화 : 아마 남쪽이라 잎의 증산작용을 왕성하게 하기 위함일까(?)

경희궁 단풍잎엔 꿀샘이 2개 있었는데,운문산 단풍잎은 꿀샘도 보이질 않았다.(청정 심산이라 잎에 진딧물이 없어서 개미의 초대를 하지 않아도 되서일까(?)  ---  벚나무 잎 꿀샘을 단풍잎 꿀샘으로 착각한 것 같다 (확인 필요)

 

 

* 2011.06.16 조사 및 실물 확인 내용...1.경희궁 단풍잎은 단풍나무잎(손가락이 7개가 보통이나,가끔 5개와 7개가 있음).

                                                    2.단풍잎 실물 확인 결과 밀샘 없음 (벚나무잎,꿀샘 있음)

                                                    3.운문산 단풍은 당단풍나뭇잎으로 판명 (손가락9개가 보통,7개와 11개가 가끔 있음) 

                                              소견)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지하여 지레짐작으로 단풍잎의 진화라는 등 추정 기록한 것이 우습다. 

 

1) 운문산 당단풍나무잎

 

 

2)검단산 단풍나뭇잎 (2011.06.16) 

 

3) 벚나무잎 꿀샘 확인 (2011.06.16)

 

 

 

 

 숲 속 가족은 나도, 나비가 말했다.'내 얼굴도 좀 찍어 주세요'

 

 

 아랫재 : 아내가 말했다.산행개념도에서 아랫재라고 했을 때 우리가 알았어야 했다고, 가지산에서 얼마나 많이 밑으로 떨어진 안부면 그 이름이 '아랫재'겠냐고.내 불안한 얼굴표정을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들키고 말았나?

 

 

 아름다운 마을,마치 동화나라 속 같다.

 

 

 

 드디어 운무산 정상,인증 샷 / '운문산'표지석의 예서체는 명필 서예가, 여초 선생의 글씨체

 

 

 '너는 누구냐?'

 

 

 상운암

 

 낙화한 때죽나무꽃잎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연리목

 

 

 정구지바위

 

 

 

 

 석골사 / '절집 뒤 산길이 오죽 돌뼈 너덜길이었으면 절집이름이 石骨寺겠냐고'...그녀도 이젠 제법 사리를 알아가나?

 

 

 이곳에서 '막끌리어'라는 탁주 한 사발에 못메기탕을 들고 밀양IC로 귀경시작

 

 

상경길에 서산을 넘는 석양의 배웅을 받으며.......23:00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