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명하라구요? (석모도 해명산)
* 2012.10.20 / 전득이고개(09:10)-해명산-낙가산-보문사-주차장(12:30)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아직 도착 전이라 눈길을 성내천에 준다.아파트를 관통하는 성내천 산책길에 은행나무가 샛노란 잎을 달고 줄지어 서 있다.이른 새벽부터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빈다.오리 한 쌍도 수초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며 여유롭게 노닌다.일찍 온 회원들과 인사나누며 담소하는 사이 버스가 도착한다.
정확히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달린다.올림픽대로 가로수가 회화나무와 양버즘나무가 많다.특히 회화나무는 분리과 열매를 대롱대롱 달고 폼나게 줄지어 서 있다.2-30여년 출퇴근 길인데 최근 몇 달 전에서야 나무 공부를 하며 이 길에 회화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나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이 가로수길의 회화나무는 영원히 모르고 지냈으리라.
올림픽대로를 지나 김포들판에 이르자 황금벌판이 나타난다.가을걷이가 한창이다.강화도 거리가 보이고,거리 곳곳에 특산물 소개가 눈에 띈다.갑자기 버스안에 웃음이 터졌다.달리는 버스 안 T.V에서 개그맨이 웃긴다.내용인즉슨,"♬..이리가도 우리집,저리가도 우리집♪♪♪,이 노래는 경기도에 사는 어느 두 집 살림하는 영감님의 노랫가락이었습니다"."우하하하"차창이 흔들릴정도로 배꼽을 잡았다.
이윽고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하자 유람선에 버스를 탄채 실려 새우깡갈매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석모도에 도착한다.우린 바로 전득이고개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이 길은 몇 년전에 걸었던 길이고,낙가산 정상엔 또 다른 추억도 있는 곳이기도 하다.다른 산악회 등산객들과 뒤엉켜 산을 오른다.능선에 오르자 안개로 자욱한 서해바다의 풍광이 시야를 가로막고 좀체로 조망을 내주지 않는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해명산 정상에 섰다.회원들이 모여 후미를 기다려 정상행사를 한다."해명산에서 해명할 것 있으면 아내에게 해명하세요".이회장님의 우스개소리에 모두 웃음보가 또 터진다.간단한 간식을 들고 삼삼오오 일렬로 능선길을 걷는다.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기를 한 두차례 하고나니 안개도 걷혀 서해바다의 물결이 넘실댄다.
능선길을 걸으며 숲 속을 두리번거려보지만 특별한 식생이 눈에 띄질 않는다.어디메쯤에서인가 바위에 붙은 좀바위솔을 발견하고 인사를 나눈다.산 정상부위에는 온통 소사나무 군락이다.곰솔은 드문드문 있는데 소사나무가 태반이다.소사나무는 섬에서 잘 자라는 것 같다.예전에 진도 첨찰산에서도 정상부근에 온통 소사나무 군락지가 많았었다.여름철부터 만든 앙증맞은 겨울눈을 달고 해풍에 오그라진 작은 잎이 더욱 작게 보인다.꼬리진달래꽃을 닮은 저 작은 들풀은 이름이 뭘까? 그 꽃이 오늘 제일 많이 눈에 띈 들풀이다.그런데 도감에서도 보지 못한 낯선 들꽃이다.그와 통성명하고 1촌을 맺으려면 며칠 걸릴 것 같다.(내 들풀선생님에게 여쭸더니,'6-7월에 피는 대나물인데 늦둥이로 피었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10월 하순에 피다니 요즘 꽃들이 제 계절을 잊었나보다.
보문사가 내려다보이는 낙가산 마당바위와 그 뒷쪽 전망바위에서 너무 오랜 휴식을 한 탓에 상봉산까지 종주할 계획을 포기하고 보문사 낙가좌상 하산로로 내린다.낙가좌상 앞에 많은 참배객들이 참배를 올린다.그러고보니 수능시험일이 얼마남지 않아 더욱 만원인가보다.
관음보살상 아래 축대를 볼썽사납게 쌓아 계단 아래에서는 관음보살상을 친견하기는 어렵게 되었다.결국 사진으로 눈썹바위와 관음보살상을 제대로 잡기는 어렵게 됐다.다행히 나의 사진창고에는 옛 사진이 들어 있어 다행이다.
지루한 계단을 내려 경내에 들어선다.동굴법당 앞 향나무가 아름다운 지태로 서 있다.극락보전 안에는 신자들의 참배가 이어지고있다.아마 보문사가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어 참배객이 많다.일주문을 빠져나와 시골아낙네들의 장터에서 장구경을 하다가 이내 버스에 오른다.빠른 승선을 위하여 서두른다.막상 부두에 도착하니 줄이 끝이 없다.결국 한시간 반을 줄을 서 기다려 배를 탄다. 회원들 모두 기다림에 지쳐 이구동성으로 '이젠 석모도도 못오겠구나'하고 여기저기서 푸념들이 쏟아진다.
외포리로 나와 늦은 점심으로 <박문 새우양식장 ☎ 032-937-5206>에서 살아서 통통 튀는 생새우를 소금구이 특별식으로 먹고 지루한 귀경길에 눈을 감는다. (2012.10.22)
소사나무
섬잣나무
향나무
좀바위솔
철모르고 핀 늦둥이 '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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