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인도에 미치다 』/ 이옥순

천지현황1 2012. 11. 29. 14:42

 

『인도에 미치다 』라는 책을 읽고

 

숭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인도 델리대학에서 인도역사를 전공하여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옥순이 쓴 『인도에 미치다 』라는 책을 읽고 난 후,그녀에게서 『로마인 이야기 』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냄새를 맡았다.오랫만에 슬슬 읽히는 책을 만났다.비록 단권이지만 그녀의 글에서 인도에 대한 흥미도가 한층 높아졌다.모름지기 글쓴이의 흡입력때문이리라.그만큼 이 책은 매혹적이다.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인도가 그녀의 글 속에서 서서이 걸어나왔다.인도는 나에겐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나라다.하나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나라이면서도 불교 보다는 힌두교를 믿는 나라이고,다른 하나는 IT강국이라는 나라다.물론 그 이외에도 간디가 태어난 나라이기도 하다.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정도의 이미지만 갖고 있는 무지의 나라라는 뜻이다.  

 

인도는 남한 면적의 33배(한반도 면적의 17배)에 11억 인구가 정부공용언어만 18개를 사용하는 나라이며,인구의 85%가 흰두교인인 나라다.기원전부터 인도는 그리스 로마인들에게 '황금의 나라'라고 알려졌다.고대로마시절 문인이며 철학자였던 키케로의 말처럼,'전쟁의 동력은 황금'이라는 명언을 인도는 고스란이 뒤집어쓴 역사를 갖고 있다.

 

 

황금의 나라,인도

 

기원전 326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침입한 이래,박트리아,스키타이,페르시아,투르크,흉노가 인도의 북부를 수천년 동안 쉼없이 침입해왔다.그들은 한결같이 인도의 '금'을 노렸다.많은 유적지가 폐허로 변하고,전리품으로 금은 보화와 인도인들을 노예로 잡아갔다.그야말로 피로 점철된 인도의 역사다.그러나 인도인들은 이런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슬픔의 역사이기때문일 것이다.그들은 슬픔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은 잊고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터득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인도를 찾은 거룩한 사람들도 있었다.석가모니의 불법을 찾아 동양의 구법승들은 5세기에 동진의 법현,7세기에 당나라의 현장 그리고 8세기 경엔 신라의 혜초가 불법을 구하러 머나먼 인도를 간다.1908년 둔황의 천불동에서 두루마리 종이뭉치가 하나 발견되었다.바로 그것이 그 유명한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 』이다.현재는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것으로 알려져있다.이 문서가 8세기 인도를 알려주는 현존하는 세계유일의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이고 보면 인도는 그들의 역사 기술에 인색하다.이처럼 동아시아의 승려들의 인도여행기가 인도의 역사적 자료가 드문 인도 고대사의 귀중한 자료가 되는 셈이다.

 

 

침략,굴욕의 역사

 

언제나 전쟁은 잔혹하다.10세기말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남서쪽으로 140km떨어진 가즈니에서 27세에 정권을 잡은 마흐무드는 27년 재임하는 동안 인도를 17차례나 침입 약탈했다.힌두사원은 모조리 파괴하고 금은보화는 실어가고 포로는 노예로 삼았다.그 뒤 몽골이 또 침략한다.그들이 약탈하고 떠나간지 100년이 채 안된,1378년12월엔 또 다른 무슬림 지배자,티무르가 가즈니의 뒤를 이어 인도를 정복하고 세워진 무슬림왕조,쿠글루크가 쇠퇴했다는 정보를 얻는다.60세 늙은이가 다 된 티무르의 노욕이 인도침략을 감행하여 또 다시 쑥대밭을 만들었다.300년뒤 또 다른 무슬림 통치자,나디르 샤가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황금을 찾아 인도로 왔다.그는 348년동안 무굴제국이 축적한 부를 단 사흘만에 차지한다.그리고 대학살과 파괴가 이어진다.그가 챙긴 전리품은 어머어마하다. 

 

 

슬픈 델리의 굴욕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은 '탐욕'이라고 했다.탐욕은 그 끝이 없기때문이다.인도는 황금때문에 수세기에 걸쳐 침략과 약탈을 당했다.최근세만 보더라도 1739년 페르시아의 나디르 샤가 델리를 침략하여 폐허로 만들고 타지마할보다 더 제작비가 들었다는 공작옥좌와 엄청난 재물을 실어갔다.그 후 무굴의 수도 델리와 인도 북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지배자,아흐마드 샤 두라니의 침입과 힌두 마라타 연맹의 유린으로 또 한 차례 폐허가 된다.그 후 다시 투르크와 아프가니스탄,몽골과 페르시아의 침입을 받고 약탈당하는 굴욕의 역사는 반복적으로 계속된다.1600년 동인도회사를 첫발로 내디딘 영국은 무역 대행업을 끝내 1795년 영국의 지배통치로 바꾼 200년의 통치세월이 또 인도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인도에 사로잡힌 이방인들이 겪는 매혹적인 인도생활사를 담고 있다.포루투칼인 바스코다 가마가 인도를 찾고 네델란드와 영국이 무역을 핑게로 인도를 찾는다.탐욕의 끝은 허무하다.그 많은 굴욕의 역사 속에서 인도는 살아남아 세상사람들에게 영적인 선물을 안기는 나라가 되었다.오랫만에 책장 넘기는 시간이 즐거웠다.인도를 알고자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강추한다.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