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한강둔치 산책길에 키가 훌쩍 큰 단풍잎돼지풀을 어둠 속에서 만났습니다.둔치 한자락에 가족을 이루며 삽니다.며칠 전에 읽은 곤충학자 정부희 박사의 곤충기,<곤충마음 야생화마음>을 떠올렸습니다.그 글은 저자가 들꽃과 곤충들의 공진화 과정을 관찰 기록한 글입니다.그의 글 속에 '돼지풀과 돼지풀잎벌레'에 관한 관찰 기록이 생각났습니다.어두워 관찰을 다음날로 미룹니다.다음 날 대충 일을 접고 먹구름 낀 하늘을 바라봅니다.잠시 비가 그친 사이 둔치로 자전거를 몰았습니다.
단풍잎돼지풀은 돼지풀과 함께 환경유해식물로 지정되어 뭇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여름철에 많은 꽃을 달고 바람의 중매로 대를 이어가지요.문제는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킵니다.꽃가루가 닿기만 해도 콧물과 재채기를 해댑니다.특히 천식환자는 증상이 심해 괴롭기만 합니다.풍매화이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수분됩니다.그 영토는 날로 확장되고 속성으로 크기 때문에 왠만한 다른 식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됩니다.그래서 인간중심으로 볼 때 이 풀은 유해하다고 하여 환경유해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지요.그러나 말 못하는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의 입장에선 억울한 일일 것입니다.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치가 나름대로 있는데 너희 인간들이 왜 나를 구찮게 하느냐고 항변할 만도 합니다.숲공부를 하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과연 우리 인간중심의 잣대로 그들의 삶도 재단해야 하는지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자연은 저절로 정화됩니다.생로병사로 돌고 사시변화로 돕니다.흥망성쇠로 돌고 항상 변화합니다.도토리도 해걸이하며 다람쥐나 청설모의 개체수도 스스로 조절하지 않던가요.자연이 스스로 정화되도록 나둬야 할 것입니다.인간이 결코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우리가 그들의 생사여탈권한을 어디로부터 부여받았나요?
오늘 둔치에 있는 단풍잎돼지풀 군락지에서 돼지풀잎벌레를 찾았습니다.사진엔 확대되어 나왔기 때문에 클 것으로 생각했으나,의외로 작습니다.4-5mm쯤 될까말까합니다.아주 작은 벌레입니다.근처의 단풍잎돼지풀 잎들이 성하지가 않습니다.숭숭 구멍뚫린 잎이 많습니다.단풍잎돼지풀 그루마다 이 돼지풀잎벌레가 올라 앉아 있습니다.한 그루엔 중국무당벌레 한 마리와 돼지풀잎벌레가 함께 있는 모습도 목격됩니다.그들이 잎을 갉아먹는지 관찰은 뒤로 미룹니다.하늘을 올려다보니 한 줄기 비를 쏟아 부을 태세입니다.돼지풀잎벌레만 확인한 것으로 만족하고 귀가 페달을 힘차게 밟습니다.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숲 속을 들여다 보는게 연애소설 읽는 것 보다 훨씬 더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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