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부지방을 여행하다보면 배롱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습니다.붉은 꽃을 오래도록 매달고 아름다움을 뽑냅니다.내한성이 약해 북쪽지방에는 잘 심지 않았으나,기후온난화 현상으로 한계선이 올라와서인지 서울 근교 도시에도 이 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습니다.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 볏짚으로 나무 밑동을 싸 추위를 막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냉해나 동해를 막기위함이지요.인간이 나무에게 겨울옷을 입혀 겨울나기를 돕습니다.물론 남쪽에 사는 상록성식물은 잎에 왁스칠을 해 낙엽지지 않고 상록으로 겨울을 나기도 하지요.
이와는 달리 활엽수는 일반적으로 스스로 겨울나기를 합니다.초겨울이 되면 줄기차게 광합성을 하던 나무의 영양기관이던 잎이 주인에게 이젠 힘이 부쳐 더 이상 잎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그리곤 주인에게 오히려 물과 양분을 요구합니다.지금까지 주인을 위해 오직 제 한 몸을 기꺼이 바쳐 희생했으니 퇴직금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는 셈이지요.그러나 주인인 나무도 땅이 얼어 뿌리가 물을 흡수할 수 없어 잎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결국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의 요구를 거절해 버립니다.수분과 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잎의 잎장에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지요.잎은 결국 낙엽이 되어 겨울나무의 삶을 돕습니다.
그러면 잎이 낙엽이 되는 과정은 어떨까요?우선 단풍의 과정을 거칩니다.단풍은 섭씨 5도C이하로 내려가면 잎과 가지 사이에 탈리층이 형성되어 광합성으로 생긴 약간의 양분이 이동하지 못하고 잎에 남게 됩니다.그리고 잎의 산도가 높아지면서 푸른 잎을 띄고 있는 엽록소를 파괴하며 단풍이 들기 시작하지요.조석으로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이 적을수록 단풍색이 짙고 고와져 만산홍엽을 이룹니다.나뭇잎 속에 들어있는 카로틴,크산토필,안토시아닌 등의 색소가 드러나면서 나무들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변합니다.안토시안이 많은 나뭇잎은 붉어지고,카로틴노이드가 많은 잎들은 단풍잎처럼 노랗게 변하지요.또한 갈색 낙엽 역시 엽록소가 사라지고 잠시동안 카로틴노이드가 남아있다가 탄닌계의 물질이 많이 생성되면서 잎이 갈변되어 낙엽으로 떨어집니다.
이처럼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자기 몸에 수분을 줄임으로서 온도를 조절하고 추위를 견뎌냅니다.그리곤 새 봄이 오면 기지개를 켜고 겨울눈(冬芽)을 싹 틔워 잎과 꽃으로 성장해서 열매를 맺습니다.그들의 생존전략에 다시 한번 머리가 숙여집니다.
(참조:권성환의 <식물의 세계>에서 발췌 가감 편집)
'낙필(落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마타리가 '똥꽃'이 된 사연 (0) | 2013.09.13 |
---|---|
숲생태노트를 시작하며 (0) | 2013.08.24 |
산행 욕심과 숲 탐구심이 충돌하던 덕유 산행길 / 꽃쥐손이 (0) | 2013.06.28 |
나 인간들로부터 딱지 받았어 / 단풍잎돼지풀 (0) | 2013.06.19 |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 갈대와 억새 (0) | 201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