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들바람이 불면 산행시 노란 꽃송이를 산방상으로 달고 있는 마타리나 돌마타리를 만납니다.멀리서 보면 아름답지요.특히 돌틈에 박히듯 자란 돌마타리는 우아합니다.또한 금마타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바위나 돌틈을 비집고 자랍니다.꽃은 일반적으로 5-6월에 피지만 열매는 8-9월에 맺습니다.그런데 마타리과의 꽃 향기가 좋지않습니다.천상화원이라 부르는 분주령에도 9월 중순에 마타리꽃이 피어 있더군요.동행인들에게 냄새를 맡도록 권했습니다.어떤 사람은 지린내가 난다고 하고,또 다른 사람은 간장 썩는 냄새 같다고도 합니다.더 심한 표현으로는 똥냄새가 난다고까지 얘기합니다.그래서 시골사람들은 이 마타리과의 꽃을 '똥꽃'이라고도 부르지요.금마타리꽃의 향이 특히 더 진합니다.그래서 이 꽃을 이명으론 '향마타리'로 부르기도 합니다.한의학에서는 간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여 한자로 젓갈 장(醬)자를 써 패장(敗醬)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처럼 초가을 산행철에 종종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산행인들이 지리산을 오를 때에도 곳곳 등로에서 분뇨 냄새가 난다고 국립공원사무소에 항의를 하는 모양입니다.그런데 냄새의 주범은 사람이 싼 똥이 아니고,마타리가 내 뿜는 냄새로 판명되었습니다.마타리가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움직이는 동물이 가까이와서 제 몸을 다치게하거나 위협을 느꼈을 때 방어기작으로 고약한 냄새를 풍겨 접근을 막습니다.기막힌 자기방어이지요.이처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식물이 몇 종 더 있지요.누린내풀,누리장나무도 좋지 않은 냄새를 풍깁니다.모두 다 생존전략으로 고약한 냄새를 활용하는 식물들입니다.그러나 사실 냄새가 좋다,나쁘다는 관점은 인간의 잣대로 잰 판정입니다.어떤 곤충들은 오히려 이런 냄새를 선호하여 이 식물을 찾아와 꿀과 꽃가루를 얻는 대신 수분을 해줍니다.자연은 이토록 선,불선과 호,불호를 가리지 않으며 자연의 섭리를 지켜냅니다.
그런데 더덕은 왜 방어기작을 쓰지 않는지 궁금합니다.산행을 하다보면 더덕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지요.주위를 둘러보면 더덕 줄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산채꾼에게 걸리면 냄새때문에 금방 목숨을 잃습니다.더덕도 금마타리처럼 똥냄새를 풍기면 인간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터인데 왜 그렇게 설계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아마 인간에게 자기 몸을 보시하느라고 방어기작을 쓰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더덕은 '더덕보살' 칭호를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이것 또한 대자연의 섭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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