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아흔 즈음에」를 읽고

천지현황1 2014. 4. 11. 09:45
김열규 선생의 「아흔 즈음에」를 읽고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고독에 사무칠 때가 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자주 외로움에 젖곤 한다.외로움에 젖어서는 마음이 풀기 가신 갈잎 꼴로 버석댄다.노년들어 나이가 더 드는 것과 외로움을 타는 것은 정비례하는 것 같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외로움의 도수가 늘어만 간다".

 

이 글은 졸수(卒壽)를 바라보던 인문학자 김열규선생의 글이다.선생은 작년에 타계하셨다.아흔을 바라보며 시간의 웅덩이에 빠졌다고 했다.시간이 많아 할 일이 없다보니 편할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한다.오히려 할 일이 없다보니 시간관리가 난감하다고 하신다.외롭다고 했다.심리상태가 한바다에 따로 떠 있는 작은 섬,그게 바로 고독이라고 했다.팔순을 넘은 나이에 학자이면서 글도 쓰시던 분이 하시는 말씀이라  더욱 귀가 쫑긋한다.앞으로 20년 후의 내 삶을 미리 내다보는 것 같아 유념하며 선생의 글을 읽었다.

 

노년은,고독하기에 오히려 보람있는 시간으로 지켜내야 한다.성찰은 고독으로부터 나온다.노년의 시간은 결코 시간 죽이기가 되어선 안된다.뭔가 나름대로 혼자 즐길거리를 미리미리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노년의 사치라고 해도 좋다.다행하게도 나는 고독을 싫어하지 않아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등산,여행,숲공부,책읽기,글쓰기 외 더 많은 취미를 늘려가야겠다.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 유념해야 할 으뜸은 맑고 밝고 훈훈한 마음을 챙기고,건강한 육신을 건사할 일이다.  

 

인생길은 고갯길이라는 생각이 든다.쉰고개를 넘고 이순고개를 넘으면 고희고개가 기다린다.그 고개를 넘으면 또 팔순,구순고개가 절벽처럼 떡 버티고 있다.생을 다 하는 날까지 뚜벅뚜벅 걸어야 할 고갯길이 바로 인생길인 것 같다.젊은 날 아둥바둥 살았던 것을 후회한다.성취와 소유를 쫒아 살던 삶 말이다.진즉부터 가치있고 충만한 삶을 찾아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보다 더 간소하고 검소하게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느린 삶을 살아야겠다.남을 의식하며 체면치례에 급급햇던 삶을 과감하게 내던지자.소박하게 은자처럼 그렇게 조용한 삶을 갈구한다.나 이외의 타인에게 간섭을 줄이자.남을 간섭하는 것은 내가 어리석은 인간으로 추락하는 지름길인 것 같다.마음속에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내려놓자.그리하면 작은 들풀에겐들 오체투지 못할까.작은 집과 큰 집도 규모의 차이이고 양주와 소주도 알코올 도수와 값의 차이일 뿐,만족하고 즐기는 자에겐 하등 차이가 없다.행복과 불행 그리고 즐거운 삶은 마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상만사가 일체유심조(一切 唯心造)아니던가.우리가 마음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