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01.13-01.14
# 추도 물메기가 울었다
지난 년말 동네산악회원 몇이 강원도 소재 겨울산 등반 후 귀경길 버스 속에서 통영 추도 물메기 얘기가 나왔다.'겨울 다 가기전에 통영 추도 물메기 만나러가자' .그렇게 얘기가 되어 1박2일 추도 여행일자가 12월23~24일로 잡혔으나,일행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집안에 애사가 생겨 1월로 순연이 되었다.추도행 오후 2시 반 페리를 타기위해 일행 다섯은 널찍한 승용차 한대로 새벽길을 달려 한걸음에 통영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다.자가용으로 하는 여행엔 가장 젊으면서 운전을 즐기는 내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당연지사가 되었다.차주 따로,운전자 따로,기획 따로,재정총무 따로 역할분담은 자연스럽게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정해진다.우리의 맛기행에 끼워달라는 몇 분이 있었으나,자가용 두 대로 움직여 본 여행도 있었는데 단촐하지 않아 기획담당은 냉정하게 거절을 했다.그들이 좀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간 반을 물살을 가른 여객선은 우릴 추도 미조마을에 내려놓는다.승객이라곤 달랑 우리 일행 다섯과 마을 사람 서너명이 전부다.우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겨울바다 바람이었다.비릿한 갯내음이 코를 스친다.마을 이곳저곳에 물메기덕장이 널려있다.강원도 황태덕장처럼 넓게 펼쳐진 것이 아니라,마을 고사터와 담벽 그리고 길가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도 작은 덕장이 설치되어 있다.겨울바람과 한 줌 햇살에 물메기가 건조되고 있다.물메기는 곰치과라서 그런지 강원도 삼척에서 만난 곰치국의 재료인 곰치와 많이 흡사했다.덕장에 널린 물메기의 길이가 30~40 cm 정도의 크기다.산란기가 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로 남해안 연안으로 올라와 산란한 후 부화하는 어종이다.그래서 식도락가들에겐 이 철을 놓치기가 아쉽다.
추도는 작은 섬이다.60여 가구에 160여 주민이 이곳 미조마을과 한목마을에 나뉘어 살고 있다.그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간혹 비탈진 산 언저리에 밭을 일구고 산다.주로 추도엔 12월부터 2월말까지 물메기를 잡아 소득을 올리고 있다.배에서 만난 미조마을 이장님 말씀으로는 1년을 3개월쯤은 어망 손질 등 어업준비기간으로,3개월은 실제 조업으로,또 다른 3개월은 통발 등 정리기간으로 보낸다고 주민들의 일상생활 얘기를 들려준다.초등학교는 폐교되고 마을엔 어린애가 거의 없다.모두 뭍으로 나가 친척집 등에서 유학을 한다.동네 주민들 평균 나이가 50~60세 정도라고 귀뜸한다.인자하게 생긴 이장님으로부터 섬생활 얘기를 전해듣는 것은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윤성호 선장의 추천으로 예약한 민박집 주인아주머니(추도 미조구판장 대표;조순신님,연락처;010-3744-7147/본인 공개 허락)가 우릴 맞는다.미조마을에서 구판장(미니수퍼)을 하는 분으로 우리의 식사를 준비해주실 분이다.숙소는 바로 앞 마을노인회관의 방이다.수도가에선 오전에 잡아 온 물메기를 동네 할머니 너댓분이 손질하고 계셨다.내장를 발라내고 물로 깨끗이 씻어 낸 다음 덕장에 내다 건다.덕장에 내다 걸린 물메기는 겨울바다 바람을 쐬며 함께 잡혀오지 않은 동료 물메기를 생각하며 그리워 목놓아 울어댈 것이다.고기를 들여다보니 영락없는 곰치다.그러나 곰치하고는 다른 어종이다.짐을 풀고 섬 일주트레킹에 나섰다.
바다 서쪽편엔 사량도 지리망산이 멀리 보인다.작년 여름 이 멤버들과 1박2일 산행으로 구례 지리산과 사량도 지리망산을 산행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해안 일주도로엔 오리나무,천선과나무가 열매를 달고 서 있다.하늘타리가 하늘수박을 달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팔손이도 하얀 꽃을 매달고 숲정이에 앉아있다.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멀리 산허리를 감고 있다.
한목마을에 당도하자 그곳에도 물메기를 잡아와 작업을 하고 있다.마을 어귀에는 꽤 나이 들어보이는 폭나무 한 그루가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동네 할머니 한 분에게 여쭤보니 '포구나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폭나무의 향명이다.작은 면적의 밭데기엔 무화과나무가 심겨져있다.아직 어린 나무인데도 열매를 달고 겨울하늘을 올려다본다.조금 전 천선과나무 열매와 겨울눈을 보았는데 둘이 모양이 흡사하다.둘 다 뽕나무과 식물이라 팔촌간쯤 되나보다.곰솔은 바닷바람에 억세여졌는지 바늘잎이 꽤 억세다.하얀 겨울눈을 달고 바다를 바라본다.
추도의 석양이 아름답다.한참을 바라보다 허기를 느낀다.낮에 통영 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숲동무,돌선생이 추천해준 맛집,수정식당(055-644-0396)에서 반주 한잔에 복지리를 먹었는데 금방 배가 고파온다.숲코숭이를 돌아 미조마을 어귀로 돌아오니 뉘넛뉘엇 석양은 일몰이 되어 황홀한 색채만 하늘가에 채색한 채 바다 속으로 숨는다.아름다운 광경이다.이 아름다운 경치를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문재 시인은 노래하지 않았던가.나도 이 순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둠이 깔리자 민박집 안주인이 차려준 물메기회에 소주 서너병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시원한 물메기탕으로 입맛을 돋운다.일행들이 주고 받는 한잔 술에 인생이 녹아있다.여유로운 느린 시간을 만끽하며 즐긴다.상세한 일정계획없이 하는 여행이 이처럼 마음을 느긋하게 해 주는 줄 젊은 날엔 아예 몰랐다.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이처럼 자세한 일정계획없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부담이 없다.앞으로 나의 여행계획에 작은 변화를 예고해줄 것만 같다.파도소리를 들으며,바닷바람소리를 들으며 꿈나라 비행선을 탄다.
추도 미조마을 / 아래 흰 건물이 숙소인 미조노인회관
추도 미조마을전경
옛날엔 만선일 때도 있었으나,요즘은 덜 잡힌단다
하늘타리 열매
오리나무
천선과나무
하늘타리 열매 ▲ ▼
팔손이
마을사람에게 나무 이름을 물으니 한결같이 '포구나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미조마을 이장님도 포구나무라고 답한다.정명은 폭나무다
돈나무 열매
무화과나무 열매
농가벽과 세멘트바닥에서 생존하는 선인장
집 담장 위에 무화과나무가 겨울눈을 달고
밭에는 푸른 봄고동과 방풍나물이 겨울을 나고 있다
천선과나무
발풀고사리
곰솔의 겨울눈은 하얗다
감국
구절초
털머위
통영의 볼거리 : 동피랑 마을벽화
통영 추도 물메기 먹으로 왔다가 다음날 추도를 나와 상경길에 통영 동피랑마을을 찾았다.전망대 아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손에 쥔다.창을 통해 바라 본 동양의 나폴리,통영은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은 고장이다.
동피랑은 통영 중앙시장 뒤 벼랑에 붙은 마을로 '동쪽의 벼랑'이란 뜻이다.일제강점기에 항구와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서민들의 주거지로 조선시대 이순신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도 꼭대기에 있다.지자체에서 낡은 건물들을 헐고 재개발계획을 내놓자 시민단체에서 마을을 살리기 위해 공모전을 통해 미술학도들의 벽화가 그려졌다.입소문을 타고 이젠 동피랑은 통영의 명소가 되어 많은 관광객을 부르는 곳이 되었다.우리도 중앙시장에서 광어회 한 접시를 먹기 전에 동피랑을 둘러본다.사진기행으로 대신한다.
140114
동피랑길을 내려오다가 어느 집 담장 위에서 길손을 바라보는 무화과나무 겨울눈이 내 발걸음을 붙든다."나 좀 보고 가이소"
Tip ; 통영 여객선터미널 시각표및 운임 (2014.01.1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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