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걸으면 더 좋은 길 / 사려니숲
* 2014.09.15 / 비자림로 북쪽 출입구(09:30)-붉은오름 동쪽출입구-붉은오름(약 3km/1시간20분 소요)-동쪽출입구-북쪽출입구(16:05) /
23km (7시간5분)
사려니숲은 제주에 올 때마다 걷고 싶은 숲길이었다.삼나무숲이 주는 청량감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다.원래 숲의 출입구는 세 군데다.그러나 사려니오름쪽의 남쪽 출입구는 통제되어 있다.북쪽출입구에서 붉은오름이 있는 동쪽출입구까지는 편도 10km길이다.북쪽출입구를 출발하여 4.5km쯤 걷다보면 물찻오름 가는 길을 만난다.그러나 아쉽게도 그 오름은 2015년 6월 말까지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가 있어 통제중이다.
숲길에 들어서자 상큼함때문인지 아내의 콧노래가 시작된다.'그래,인생이 별거더냐.이제부터라도 느긋하게 즐기면 되지'.그녀에게도 이젠 자신만이 요리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생겼다.인생에는 세가지가 필요하다지,아마 건강,돈,시간을 꼽는가보다.젊었을 때는 돈이 없고,중년에는 돈 버느라 시간이 없고,노후에는 인생을 즐기려니 건강이 따르지 않는다던가.이젠 갖고 있는게 시간 뿐이니 조금씩 밖에 남아있지 않는 건강과 돈을 잘 조합하여 잘 활용할 일만 남았다.
초입 길섶에서 꽃 모양이 음표를 닮은 누린내풀을 만났다.오랫만에 만나 반가웠다.도란도란 애기를 하며 걷다보니 벌써 물찻오름 갈림길이다.그러나 물찻오름은 꼭 오르고 싶은 오름이나,자연휴식년제로 통제중이다.삼나무숲속 벤치에서 고구마로 점심을 때우며 함께 피톤치드를 들여마신다.공짜 공기가 상큼하다.맘껏 마셔둔다.다시 숲길을 걸으려 일어서니 숲길에서 왁자지껄 소란스럽다.중년의 부인들 10여명이 카메라 앞에서 갖은 포즈를 잡으며 소녀들처럼 깔깔대고 있다.사진 한 장을 부탁받자 스냅으로 몇 장 찍어준다.그녀들은 서울 ㅇ ㅇ ㅇ성당의 교우들로 제주관광중이다.동네사람 만나 반갑다고 이런저런 얘길 주고 받다가 즐거운 여행하라며 헤어졌다.
동쪽 숲길 출구에 도착하자 걷던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하다가 붉은오름이 욕심이 났다.그러나 오는 길에 보니 등로가 없다.지나가는 보수관리하는 분에게 물으니 오솔길을 치고 올라가면 된단다.처음엔 삼나무숲길이 뚜렷했으나 7부 능선쯤 오르니 청미래덩굴이 잡목을 칭칭감아 여간해서 길을 내주지 않는다.10여분을 헤매다가 붉은오름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깔끔한 등로를 만났다.오름 정상에 서니 가깝게는 물찻오름이,멀리는 한라산이 조망된다.내리는 길에 또 한바탕 정글같은 잡목숲을 헤쳐 겨우 오솔길을 찾아 원래의 큰 숲길로 나왔다.
다시 북쪽출입구를 향하여 '걸어야 산다'며 걷기 시작한다.마침내 걷다보니 23km쯤 되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비오는 날,운무에 쌓인 숲길을 다시 걷자고 다짐하며 사려니숲길을 돌아섰다.
사진모음
누린내풀
붉은오름 등로찾아
붉은오름 정상
오름 오르는 오솔길을 들어서니 삼나무숲에 큰천남성 군락지가 펼쳐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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