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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여름나기 6]임실 성수산 상이암 이야기

천지현황1 2016. 8. 10. 13:05

[ 2016 여름나기 ] * 2016.07.27-08.04

 

연일 폭염이다.서울은 33~4도를 오르내린다.장마도 아니 온 듯 지나갔다.연례행사처럼 서울을 탈출했다.열흘 정도 일정이다.올해도 꼬맹이 둘의 유치원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짐을 쌌다.남도로 향했다.익산 동생집에 작년처럼 꼬맹이들을 맡겼다.아이들도 3일 뒤 저희들 아빠엄마의 휴가로 익산에서 만나 1주일 일정으로 남도로 떠날 것이다.우린 해방이 되었다.

 

다음 날 고군산군도 라이딩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여름나기를 시작한다.숙소는 지인의 옥정호수 써드하우스다.지리산 서북능선 종주,임실 구담마을 탐방,장성 축령산,지리산 칠선계곡,임실 성수산 다시 지리산 한신계곡과 백무동계곡으로 싸 돌아다닌다.강행군이다.역시 우린 유랑인생이 좋다.

 

(일정)

 

160727...서울 출발

160728...고군산군도 (신시도-무녀도-선유도) 라이딩

160729...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160730...임실 구담마을,순창 장군목 요강바위 탐방

160731...옥정호 붕어섬,장성 축령산 편백숲,고창 김성수선생 생가 방문

160801...지리산 칠선계곡 산행

160802...임실 성수산 산행

160803...지리산 백무동 한신계곡 산행

160804...귀경





[ 2016 여름나기 6]임실 성수산 상이암 이야기


* 2016.08.02 / 성수산휴양림08:20)-상이암-성수산-상이암갈림길-휴양림주차장(12:30)...


이번 남도여행중 지리산과 함께 꼭 탐방목록에 임실 성수산 상이암이 메모되어 있다.고려와 조선 두 왕조의 기도터로 알려진 임실 성수산 상이암은 나와 절친 중 한 사람인 심진*님이 다니는 사찰이기도 하다.그로부터 가끔 이 절의 주지스님,동효스님의 얘기를 전해듣기도 했다. 저지난 달에는 불경책자도 얻어보기도 했다.어쩌면 상이암에서 친구가 이 여름을 나고 있을지도 몰라 깜짝 조우를 기대하고 산을 오른다.



두 왕조의 기도터,상이암


상이암까지 자동차길이 나 있지만,우린 휴양림주차장에 주차하고 조용히 입산한다.성수산 5부 능선 숲 속에 절이 위치하고 있다.우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태조 이성계가 썼다는 '삼청동(三淸洞)이라는

비각안의 돌이다.  그는 조선 건국 전 이 비각 뒤 바위에서 기도를 드렸다는 일화가 전해온다.조선 건국후 이곳에서 하늘의 소리를 전해 들었다하여 절 이름을 도선암에서 상이암으로 바꾸고 '삼청동'이라는 글귀를 돌에 새기고 보존하도록 했다고 한다.


남해 금산 보리암,지리산 천왕봉 아래 이성계기도터,인왕산 선바위기도터,도봉산 천축사,임실 성수산 상이암 등 전국의 명산명찰에 조선건국의 태조 이성계의 발걸음이 찍혀 있다. 성수산 중턱에  위치한 상이암은 신라 헌강왕 때인 서기 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해 도선암으로 명명했었다.고려 왕건과 조선 ·태조 이성계의 두 왕조 모두 이곳에서 기도 후 건국했다는 개국설화가  전래해 오는 특이한 절이다.2014년에 방영되었던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에서 이곳 상이암이 소개되면서 이 절이 유명세를 탔다.


절 마당에 들어서자 수령 100년은 훨씬 지났을 화백인지 편백인지 확인하지 못했으나 나무 한 그루가 낙락장송처럼 절을 지킨다.마치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 서 있는 낙락장송이 연상되었다.절은 고즈넉하다.무량수전이 현판을 달고 작은 글씨로 '상이암'문패를 달았다.요사채 토방을 빗질하던 스님에게 합장을 했다."심아무개 불자 친굽니다.혹시 지금 이 절에 와 있는지요? "아~지금 임자도에 있을겁니다".친구를 만나긴 틀렸다.깜짝방문으로 그를 놀래켜 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상이암 주지스님,동효스님의 명쾌한 법담


스님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요사채 식탁으로 안내한다.아내는 등산화 벗기가 귀찮아서인지 처음에는 들어오지 않고 절집을 구경한다.눈짓으로 들어오라고 신호하고 스님으로부터 차 한 잔을 공양받는다.자연스럽게 법담이 오고 갔다.내가 불경 공부를 하며 의심난 부분에 대해 명쾌한 답변이 이어졌다.반야바라밀다심경 강의도 어느 책자에서 해설한 것보다 명쾌하다.'공과 색','오온개공',무수상행식','나무아미타불'등 핵심 불교용어가 한 퀴에 정리되었다.아내도 곁에서 스님의 법설을 경청한다.의심나는 부분에선 질문도 한다.차 한 솥이 바닥났다.시간이 꽤 흘렀다.속으로 난 성수산 정상을 탐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스님의 휴대폰이 울리지 않았다면 법담은 끝이 없었으리라.감사의 절을 드렸다.절마당에 나와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암자를 뒤로 하고 숲길에 들어섰다.세상이 뱅뱅 돌았다.허상을 좆다가 육십갑자를 훌쩍 넘겼다.이젠 '참나(眞我)'를 찾는 여행을 하자.얼마나 내 껍질을 벗기고 벗겨내면 참나를 찾을 수 있을까.성수산 정상(876m)에서 헛 것이 보였다."곰이다".아내를 순간 물러서게 했다.분명 검은 물체가 어른거렸다.순간 사라졌다.긴장을 하며 정상에 섰을 때 숲 속으로 사라지는 검은 물체를 보았다.망아지만한 야생 염소 암수 두 마리가 줄행랑을 놓는다.놀란 가슴은 진정됐다.배낭에서 과일을 꺼내며 스님이 건네 준 책 한 권 제목을 얼핏 보았다.'동물왕생불국기',극락에 간 반려동물 이야기라고 부제가 달려 있었다.'어~내가 스님과 법담한 윤회는 이런게 아닌데...'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