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 / 서열교체를 요구받다
* 2017.01.03 / 광암정수장 후문(09:15)-연주봉-수어장대-우익문(서문)-마천동버스정류장(11:45)...6.9km
지난 일주일간의 황금휴식은 너무 짧다.꼬맹이들은 방학으로 일주일간 시골로 놀러 갔다가 작은 넘만 먼저 올라왔다.보육으로부터의 해방이 가져다 준 달콤한 시간이다.등하원 시각에 구속되지 않으니 하루일정관리를 오롯하게 우리 위주로 쓸 수 있어 좋았다.시간제약으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지만 가끔 꼬맹이들 얼굴이 어른거린 일주간이었다.여행 대신 북한산을 집중적으로 드나들었다.일주일만에 꼬맹이와 재회했다.만나니 반갑다.
꼬맹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근거리에 있는 남한산을 오른다.산성길을 오르다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아~글쎄,작은 넘이 어제 저녁식탁에서 하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이젠 내가 대장이고,할아버지는 부대장이야".서열을 바꾸자는 얘기다.꼬맹이들의 보육이 이론보다 쉽지 않다.에너지가 넘쳐 마루에서 쿵쿵대면 조용히 하라고 통제해야 한다.작은 넘이 힘이 생기자 큰 넘과 힘의 균형이 이뤄지자 졈졈 양보없이 다툼이 많아졌다.이래저래 같이 놀아주기보다 통제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화내는 일도 적지 않다.오죽해야 제리 와이코프,바바라 유넬 공저,<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훈육법>이라는 책을 골라 읽어봤겠는가.저지난주엔가 작은 넘으로부터 찬사를 들었다."할아버지가 요즘 착해졌어요".아마 화를 덜내고 제뜻을 받아준 결과리라.그래서 아마 서열교체 발언이 나왔지 않나 싶다.이젠 서열교체를 요구할 정도로 할아버지가 만만해 보이는가 보다.
평일의 남한산 오름길은 한적하다.스쳐 지나간 산객도 열명도 채 안된다.무심코 걷는데 건초를 뜯던 고라니가 언덕 너머로 놀라 달아난다.쇠딱다구리 한 마리가 죽은 나무를 쪼고 있다.쇠박새도 쪼로롱 덤불숲에서 날아오른다.생강나무는 잎눈과 꽃눈을 예쁘게 만들었다.남한산을 오를 때마다 치욕의 역사가 회상된다.마침 수어장대에는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수어장대는 일반인의 입장을 막고 있다.우익문을 통해 타박타박 걸어 산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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