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3741자전거반도횡단 4구간을 다녀와서

천지현황1 2017. 10. 28. 18:37

3741자전거반도횡단 4구간을 다녀와서


* 2017.06.01-06.02

                                                                                                                                                    김 ㅇ ㅇ (여성본부 421기)


치악재를 넘다가 주마등처럼 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지나갑니다. 몇 년 전 한강 둔치 길을 산책하다가 라이딩족을 만났습니다. 그 때 ‘아~,나도 저렇게 자전거를 한번 타 봤으면’하고 소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엊그제 같습니다. 인생2막 시작과 함께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다가 만난 라이딩이 깨소금이 되었습니다. 1년 전 초보새가 되었습니다. 한강 바람을 가르며 날개 짖을 배우다가 온 몸에 타박상을 입고 귀가 하던 날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옆지기에게 숨기다가 이틀 뒤엔가 들통이 나 자전거 금족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미 깨소금으로 자리 잡은 입맛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며칠 뒤 그를 ‘안전도우미’로 꾀어 내 함께 한강 바람을 가릅니다. 그렇게 시작한 자전거 타기는 이제 초보딱지를 막 떼려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언니새들을 따라 힘찬 날개 짖을 배우러 강원도로 떠납니다. 이름도 거창합니다. ‘3741자전거반도횡단 4구간길’입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며 “여보 미안해요”, 한 마디를 남기며 집을 나섭니다. 마음은 한편으로 무겁고 다른 한편으론 달뜹니다. 외손주와 친손자를 돌보는 내 당번 도우미 날에 이틀간 남편한테 맡기고 집을 떠나는 내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집을 나서는 순간, 오직 자전거투어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버스 안에서 단짝 동무와 오랜만에 떠는 수다는 소녀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립니다. 그 동무와는 공유하는 우리만의 비밀이 하나 있기에 더욱 친근감을 느낍니다. 우린 둘 다 ‘쌍둥이 손주’ 할맵니다.


손주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보니 벌써 오늘의 출발지점인 제천의림지입니다. 1400 여 년 전에 축조되어 지금도 저수지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의림지를 둘러봅니다. 분수와 정자에 올라 멋진 포즈도 잡아봅니다. 탁사정을 향해서 힘찬 폐달을 밟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상쾌합니다. 그러나 내 기분과는 달리 하늘은 심상치 않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라이딩을 샘내며 방해할 듯합니다. 하늘은 무심합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우박과 비를 억세게 퍼붓습니다. 다행입니다. 전국에 비 소식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비가 내리다니, 일행은 식사가 끝나고도 출발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막간을 틈타 ‘즉흥 패션쇼’가 열립니다. 비닐을 이용해 비옷 패션을 선보입니다. 재치가 돋보입니다. 배꼽을 쥡니다. 한바탕 웃음꽃을 피웁니다. 웃다보니 하늘도 감동했는지 비가 잦아듭니다.


원주를 향해 출발하자 ‘치악재를 어떻게 잘 넘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스멀댑니다. 초보 새의 당연한 걱정이지요. 그런데 이게 왠 일? 오르막을 좀 올라갔다고 생각했는데 ‘치악재 정상 450m ’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언니새들 날개 짖을 잘 따라한 초보새가 치악재 정상에 쉽게 오릅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원주천 자전거 길을 향해 계속 내리막길을 달립니다. 원주천에 들어오자 비가 멎습니다. 푸른 하늘과 상큼한 공기가 기쁨을 배가시킵니다. 큰금계국 꽃잔치에 마음이 달뜹니다. 원주 태장문화마당에서 큰금계국과 개망초 군락들이 멋진 작품 사진을 찍으라고 손짓해댑니다. 꽃밭 속으로 들어가 온갖 포즈를 취합니다. 모두 소녀들이 됩니다. 할매, 아지매들이 더 이상 세월을 탓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가장 바쁜 사람은 우리 단장님이십니다. 활동사진 찍으랴, 포즈 코치하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챙겨서 카메라에 담습니다. 노익장이 부럽습니다. 아마 탄탄한 몸매는 봉사정신으로부터 나온 게 틀림없을 것입니다. 언니새들 모두 특히 뒷 태가 아름답습니다. 여인은 뒷 태가 고와야 미인이거든요. 이건 내 남자친구 얘깁니다. 호 호.
 
이튿날 새벽바람을 가릅니다. 여주섬강 자전거 길을 달립니다. 아침 공기는 달고 상큼합니다. 섬강 길의 끝없는 금계국 꽃길은 라이딩을 즐겁게 해줍니다. 절정에 이른 푸른 산빛은 마음과 세월을 자전거에 싣고 타임머신을 탑니다. 순간 우주비행사가 부럽지 않습니다. 홍천 남면체육공원까지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즐겁게 라이딩을 즐깁니다. 자전거21 활동에 오면 마음도 즐겁고 입도 즐겁습니다. 건강은 덤입니다.  함께한 모든 언니새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고맙습니다.(정말 더 많이 이런 활동에 참가하고 싶습니다.손자, 손녀들아 빨리 할미 품에서 벗어나 다오. 이 할미도 뒷 태 고운 아지매 되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