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 실크로드 30일

훈자가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고 / 180731 ... (8)

천지현황1 2018. 8. 29. 11:01

훈자가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고 / 180731 ... (8)


카리마바드는 산골마을이다.새벽에 '아잔'도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동트는 새벽,커튼을 제끼자  머리 맡에 설산이 나타났다.서울은 폭염이라는데 이곳은 해발 2,300m라 초가을 날씨다.새벽에 휴대폰 카톡방에 희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간밤에 여행길잡이,'테O'가 이곳에서 제조된 전통밀주,'훈자빠니'란 술 한 병을 구한 모양이다.'오늘 투어 끝내고 전통밀주 맛을 보고 싶으신 분은 옥상으로 오늘밤에 모이라'는 공지다.신이 내린 음식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밤이 기다려진다. 


훈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마을로 알려져 있다.검은 물때문이라는 설도 있다.호텔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도 검은 물이 콸콸 나온다.아내는 기겁을 하고 어젯밤 샤워도 못했다.양치만 생수로 하고,목욕탕 불을 끄고 샤워를 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물의 감촉이 얼마나 좋은지 샤워를 해보면 알수있다.


어제 발티트 포트에서 내려다 본 정경은 아늑했다.오늘 호텔 옥상에 올라와 사방을 살펴보니 호텔이름이 왜 '훈자 뷰 호텔'(Hunza View Hotel)인지 알 것 같다.멀리 카라코람 연봉들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어깨동무를 하고 있고,훈자 초입에 '라카포시'산은 우뚝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한다.정면으론 '디란 피크(Diran Peak/7,257m)'와 '말루비팅(Malubiting/7,458m)'설산이 머리를 쳐들고 산객을 유혹한다.호텔 뒷편엔 아마 '레이디 핑거'봉이 자리하고 있다.이처럼 작은 도시 훈자(카리마바드)는 그림같은 마을이다.산으로 둘러쌓여 고립된 마을이기에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훈자는 최초로 11세기에 1 km쯤 떨어진 알티트,이곳 카리마바드,앞동네 가네쉬 마을이 모여 훈자왕국을 이루었다.18세기까지도 이 마을은 훈자왕국의 전부였다.우리가 묵고있는 이 카리마바드가 바로 훈자왕국의 수도였다.어제 다녀 온 발티트 성이 바로 훈자의 왕이 기거하던 왕궁인 셈이다.


어제 길잡이의 조언을 듣고 일행들과 함께 하루 단체투어를 신청했다.찝차를 이용하여 오전 8시반부터 오후8시까지  하루종일 여러 곳을 돈다.오전엔 호퍼 그라시아(빙하)를 둘러보고 발티트 포트를,오후엔 알티트 포트를 둘러보고 이글네스트에서 선셋을 감상하고 호텔로 귀환하는 일정이다.




호퍼 그라시아 가는 길


검푸른 훈자강을 따라 비포장 산길을 돌아 흙먼지를 펄펄 날리며 차마고도 같은 산길을 들어간다.10 여 km를 지났을까.산골마을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와우~"이런 깊은 산속에 이렇게 큰 마을이 숨어있다니.놀랍다.살구나무가 지천으로 깔려 자란다.양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마을 젊은이들이 모여 공터에서 공을 차며 공놀이에 한창이다.나에겐 별유천지를 보는 것 같다.여자초등학교 간판도 보인다.호퍼 그라시아는 그곳에서 4~5 km쯤 더 가서야 얼굴을 내밀었다.멀리 '골든 픽'이 아스라이 빙하를 내려다 보고 설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




훈자강의 검은 물줄기











































빙하 뒤로 보이는 산은 '골든 피크'












현지 자원가이드와 함께 찰칵 / 빙하로 내려가는 길이 위험해서 그런지 일대일로 젊은이들이 따라 붙었다.처음엔 찝차 운전수들인줄 알았다.18명의 일행 중 빙하까지 내려간 사람은 우릴 포함 다섯 명 뿐이다.찝차 다섯 대로 왔기에 생김새도 비슷비슷해 참으로 친절하다고 생각하며 빙하투어를 마치고 돌아온다.수고했다며 약간의 팁을 주자 적다고 했다.순간 그동안 간직했던 그들의 좋은 이미지가 깨진다.그들은 운전수들이 아니었다.현지에서 자발적으로 가이드를 해주며 생업을 잇는 사람들이었다.미끄러운 길이지만 우린 도움을 받을 만한 그런 길은 아니었다.처음부터 알았다면 그들과 함께하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어쩌랴.우린 가이드를 고용한 셈이 되어버렸다.몇 솜 더 언져주고 그들과 헤어진다.어찌 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호퍼 그라시아 투어를 마치고 일행은 발티트 포트로 향한다.성 입구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성을 관람하기로 한다.우린 어제 이미 관람했기에 호텔로 귀환해 잠시 짜투리 시간을 얻어 휴식모드에 들었다.오후 알티트 포트 관람 때 다시 조인하기로 하고 휴식하니 몸이 좀 가벼워진 것 같다.






알티트 포트


오후투어는 오후 4시쯤 호텔에서 다시 찝차로 알티트 성으로 간다.



성 내 벽가구에 절을 표시하는 만(卍) 무늬 / 불교가 당시 포교되었는지 ?



성 뒤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훈자강을 따라


성 바로 아래 백성들 촌락





이글네스트에서 선셋을


찝차는 산길을 돌고돌아 이글네스트에 우릴 내려놓는다.높은 지대라 해넘이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현지 관광객들과 섞여 해넘이를 본다.고개를 사방으로 돌린다.석양에 멀리 아스라하게 훈자를 둘러싸고 있는 7,000m 이상의 고산준령들이 석양을 받아 더욱 빛나고 있다.라카포시,골든 피크 등 카라코람 산줄기가 산그리메를 만들며 사위에 어둠의 그리메를 내려 보낼 때가 되어서야 우린 산길을 내려온다.호텔로 귀환해 검은 훈자의 물로 샤워를 한다.아내도 오늘은 검은 물 샤워를 했다.그녀도 장수의 반열에 올랐다.  


저녁식사후 신이 내린 음식을 시음한다.맛을 보니 오디로 담근 술이다.이곳 오디는 하얗다.어제 발티트 포트 성을 내리다가 뽕나무 한 그루를 보았는데 검붉은 열매가 아닌 흰 열매를 달고 있었다.하늘의 별 굿판을 올려다보다가 자리를 떴다.내일은 먼 길을 걷고 싶다.





Mt.레이디 핑거 & Ultra Sar




멀리 골든 피크가












권 ㅇ 문 샘이 촬영해 보내 준 사진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