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 실크로드 30일

나가르 빙하 트레킹 / 파키스탄 훈자 180801 ... (9)

천지현황1 2018. 8. 30. 09:40

나가르 빙하 트레킹 / 파키스탄 훈자 180801 ... (9)

 

* 훈자 뷰 호텔(08:20)-가네쉬 빌리지-나가르 가는 교량-계곡-나가르 앞 마을 도로-나가르 마을 북단 끝-디란 피크 아랫마을 입구-나가르 마을-

  가네쉬 쿤-호텔(16:30)  ... 약 16km (8시간10분)

 

여행 중 하루 작심하고 먼 길을 걷고 싶었다.오늘이 바로 실행하는 날이다.아내와 의논 끝에 호텔 옥상에서 보이는 디란 피크 언저리까지 트레킹을 하기로 이미 어제 결정을 내린 터다.이름도 '나가르 빙하 트레킹'이라고 명명도 해 놓았다.나가르 마을을 경유해서 디란 피크 아랫마을에서 빙하를 만날 요량으로 트레일을 검토했다.출발은 '룰루랄라' 기분좋게 시작한다.

 

처음엔 '룰루랄라' 했으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네쉬 마을'은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그냥 지난다.아랫마을 고사터를 돌아 숲 속 오솔길로 돌아드니 청정한 숲내음이 났다.훈자의 검은 물줄기가 폭포음을 내며 숲 속의 정적을 깬다.기분 좋은 오솔길을 걷는다.나가르 마을로 가기 위해 훈자강이 흐르는 교량을 지난다.디란 피크쪽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으로 들어섰다.말이 작은 계곡이지 훈자강으로 유입되는 깊은 계류다.

 

나가르 마을은 하산 길에 들를 요량으로 계곡 옆길을 타고 오른다.나가르 마을에서 바라보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작은 마을 하나가 있다.그 마을로 올라가는 길을 놓치고 우린 계곡 옆길을 타고 오르고 있다.100 여 m를 지나니 갑자기 길이 끊긴다.하는 수 없이 계곡 가장자리를 조심조심 타고 오른다.깊은 계곡이라 수량이 많아 나가르 마을쪽으로 계곡을 건널 수도 없다,상류로 가면 좀 얕아져 계곡을 건널 수 있겠지 하고 계속 계곡을 탄다.가도가도 수량이 많아 계곡을 건널 수가 없다.그렇다고 계곡을 계속 타고 가기에도 힘겹고 돌아서 교량까지 내려가기도 만만치 않다.그래서 찾은 것이 오른 쪽 앞 마을 도로까지 비탈길을 오르기로 마음을 정했다.문제는 30~40 여 m의 거의 수직 직벽을 어떻게 오르느냐가 문제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투의 시간

 

 

찾다 보니 풀이 자라는 곳이 절벽 상단부 근처에 있다.그곳을 조심조심 오르면 될 듯 싶다.아내에게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시켰다.낭떠러지 절벽의 반쯤 더 올라가면 풀이 자라니 그 풀을 잡고 오를 요량이었다.하단부는 지그재그로 모래사암을 다져가며 그런대로 올랐다.중간지점부터 문제가 생겼다.절벽에 박혀 있는 돌을 잡으면 힘없이 빠져 아래로 굴렀다.구르며 다른 돌들과 부팆혀 굉음을 내며 계곡으로 구른다.낙석소리에 나가르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우리들의 위험한 등정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더 이상 오를 수도 없고 도로 올라온 길을 내려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등줄기에선 땀이 쪼르르 흘러내리고 얼굴에도 땀범벅이다.순간'사고는 이렇게 나는구나'하고 겁이 덜컥 났다.그러나 아내에게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자꾸 안심시키는 말만 계속했다.침착하게,조심하자고 거듭 얘기하며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나무 등걸 하나를 발견했다.겨우 손을 벋어 잡고 오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보니 가능할 것도 같다.순간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니 하얗다.겁먹은 표정이다.여기서 구르면 계곡으로 떨어져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아~내가 위험을 자초했구나.'순간 머릿속이 허혀졌다.배낭을 벗어 풀숲에 얹여놓고 나무등걸을 잡고 몇 번 흔들어 본다.어렵게 올라섰다.배낭 속 간이로프를 끄집어 내어 아내에게 줄을 내려 끌어올린다.'휴~'드디어 풀섶으로 올라섰다.긴 안도의 숨이 나도 몰래 내쉬어진다.앞으로 10년을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할 목숨을 버릴 수도 있었던 순간이 지나갔다.조심조심 상단부를 올라서 드디어 도로에 올라선다.70~80 여m의 수직절벽을 30분에 걸쳐 사투를 벌인 셈이다.도로에 올라서자 우린 길바닥에 기진맥진하여 둘 다 한참을 주저 앉았다.대낮에 꾼 꿈이려니 생각하고 앞 마을을 쳐다보니 주민들이 지금도 삼삼오오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평정심을 찾고 보니

 

땡볕에 길을 걷는데 자꾸 그 절벽이 생각났다.지나놓고 보니 정말 위험한 짓을 했다.나가르 마을과 만나는 합류지점에 와서야 교량을 건너 나무그늘 아래에서 땀을 닦는다.아내의 얼굴을 돌아보니 이제야 혈색이 돈다.다른 때는 위험하다고 잘도 말리던데 오늘은 그 위험한 절벽을 오르는데 왜 말리지도 않았는지 의아스럽다.우린 말없이 한참을 더 쉰다.처음 계획을 수정하여 조금 더 올라가 설산이 보이는 곳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려고 했다.다시 평정심을 찾고 보니 욕심이 났다.처음 계획대로 밀어부치기로 다시 마음을 굳힌다.힘들어하는 아내를 살살 달래가며 산길을 오른다.

 

 

 

 

 

 

 

 

 

 

 

 

 

 

 

 

 

 

 

 

 

 

 

 

 

 

 

 

 

 

 

아래 절벽을 올랐다

 

 

 

 

 

안도의 하숨 쉬던 곳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길을 오른다.쉬멍 놀멍 그렇게 한가롭게 오른다.절벽을 탈출하느라 힘을 쓴 탓인지 가다쉬다를 반복한다.태양열은 작렬한다.마을 돌계단길에서 마을 청년을 만났다.수줍어하며 길을 알려준다.

 

 

 

 

 

 

 

 

 

 

 

 

 

 

 

 

 

인적이 끊긴 산길에서 어린아이를 만났다.그들은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그 안엔 살구 서너알씩 들어 있다.우리에게 살구를 사라는 몸짓을 한다.우리가 멀리서 올라오는 모습을 본 엄마가 아이를 시켜 길목까지 나와 우리에게 접근하도록 시킨 거다.100루피짜리 두 장을 꺼내 손에 쥐어준다.아마 아랫마을에 사는 아이들일 것이다.

 

 

 

얼마를 더 올라가다가 한무리의 양 떼를 몰고오는 청년을 만났다.그는 다짜고짜 우리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접근한다.

그가 손에 쥔 휴대폰은 삼성이라는 문자가 찍힌 폰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산을 오르다 뒤돌아본다.멀리 우리가 머무는 호텔 뒤 설산이 눈에 잡힌다.

 

 

 

 

 

 

 

오른 편 산길이 두 개 나 있다.아래 산길은 여기에서 끊기고 윗편 산길만 계속 이어진다.

 

 

다시 뒤돌아본다

 

 

 

 

 

 

 

 

산길 보수공사하는 주민들

 

건너편 산길에 돌 구르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길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대충 세어보니 50 여명은 족히 된다.아니 이 산골에 주민 50여명이 어디에서 산단 말인가.가도가도 인가는 없다.아마 산 넘어 디런 픽이 있는 윗마을 주민일 것이다.그렇다면 이 산 속에도 그리 큰 마을이 또 있단 말인가. 

 

산을 오른지 네시간 반이 지났다.허기진 배를 호박죽 한 그릇으로 채운다.인가가 살았던 폐허지에 살구나무 몇 그루가 튼실한 살구를 달고 서 있다.낙과들이 길바닥에 수북하게 쌓였다.깨끗한 몇 알을 주워 깨무니 당도가 꽤 높다.

 

 

 

 

 

 

 

 

 

 

 

 

 

가도가도 마을은 나타나지 않고

 

 

 

 

 

 

 

 

 

 

 

 

 

 

 

 

 

 

 

 

 

 

 

계속 산길을 오르는데도 마을은 나타나지 않는다.다리 건너 길바닥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산길을 걷는다.반대편 산길과 드디어 만났다.조금 올라가니 호두나무 그늘 아래서 한 청년이 삽자루를 앞에 둔 채 쉬고 있다.반갑게 수인사를 나눈다.그는 대학생이며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했다.방학이라 집에 와서 산길 보수공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그러면서 자기가 트레킹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자청한다.우린 정중하게 사양했다.조금만 더 올라갔다가 뒤돌아설 요량이기 때문이다.

 

그와 헤어져 산길을 오르다 삼삼오오 삽을 어깨에 메고 내려오는 중장년의 주민들을 만난다.아마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보수공사에 투입되는 주민들인 것 같다.어느 주민은 손에 들고 가던 호두 두 알을 깨서 건네준다.이곳에는 살구나무와 호두나무가 많다.단지 디런 피크가 조망될 뿐 가도가도 민가는 나타나지 않는다.산을 오른지 다섯 시간이 돼간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조금만 저 산허리를 돌아가면 마을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아내의 다리가 무겁다.이쯤에서 돌아서자.빙하 보는 것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발길을 돌린다.산을 오른지 다섯 시간만이다.

 

 

 

 

 

 

 

 

 

 

 

 

 

 

 

 

 

 

 

 

 

 

 

 

 

 

 

 

 

 

 

여기에서 돌아섰다

 

하산길에 서운해서 다시 뒤돌아본다.저 멀리 7,000m이상이 되는 두 봉우리,디런 피크와 말루비팅 산이 구름 속에 정상을 숨기고 우릴 배웅한다.

 

 

 

 

 

 

내림길은 가볍다.

멀리 레이디 핑거 봉우리가 바로 코 앞이다.

 

 

 

 

 

 

 

나가르 마을에 닿자 갑자기 '으르릉,쿵쾅...'돌부딪는 소리에 쳐다보니 앞 산 계곡 돌이 한참을 구른다."아뿔싸".우리가 오전에 사투를 벌이던 바로 그 절벽 위 도롯가로 흰 먼지를 일으키며 많은 돌들이 굴러떨어지고 있었다.시각을 달리해서 다행이지 우리가 절벽을 타고 올라와 주저앉았던 바로 그 자리,소로로 우뢰소리를 내며 돌이 떨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아내와 얼굴을 서로 마주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한다.인간의 목숨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나보다.'휴~'한숨소리를 길게 내쉰다.

 

 

 

 

 

우리가 저 길 아래 절벽을 기어 올라 왔다니...

 

 

 

 

박주가리

 

 

 

 

이런 일도

 

나가르 마을을 지나 강가로 내려섰다.터벅터벅 걷는다.다리에서 소녀 네 명을 만났다."헬로우",인사를 교환한다.9살에서 큰 아이는 12살 먹었다.다른 애들은 영어를 못하는데 가장 어린 막내 9살 짜리가 영어를 조금 한다.나보고 펜 네 개를 달라고 한다.하나씩 나누어 갖겠단다. '왠,펜?'하고 서 있는데 소녀의 시선이 배낭에 꽂힌 내 볼펜에 시선이 꽂혔다.볼펜을 꺼내 한 개 밖에 없으니 '가위 바위 보'를 시켜 이긴 사람이 갖도록 했다.그들은 '가위 바위 보'가 아닌 '주먹,보자기'게임을 해 막내가 이겨 결국 그 볼펜은 막내에게 주었다.12살 큰 놈이 아내의 양산을 가르키며 양산을 달랜다.아내는 여행기간이 많이 남아 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영어와 한국말을 섞어가며 하는 설득하는 모습이 우습다.안된다고하자 이번엔 아내가 쓴 선그라스를 뽑으려하며 그걸 달란다.참 어쩌구니가 없다.파키스탄에 와서 처음으로 겪는 소동이다.안되겠다싶어 내가 큰 소리로 제지했다.화난 모습을 하며 눈을 부릅떴다.겨우 부릅뜬 내 눈 때문에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나보다.우리는 웃음을 참으며 숲길로 들어선다.선그라스를 쓴 채 눈을 부릅뜬 것을 알고 걸어가며 웃음을 참는다.

 

 

 

세계문화유산,천년된 가네쉬 고택 유적지

 

아침에 들리지 못한 천년된 고택들을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왔다.검은 물에 샤워를 한다.오늘 하루를 복기하니 저절로 한숨이 내쉬어진다.아직은 우리의 목숨이 건재하다.대상도 없이 그저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