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과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한 달

아듀! 조호바루 / 190219

천지현황1 2019. 2. 19. 13:15

아듀! 조호바루 / 190219




시속 68 km로 달리는 생체시계는 나에겐 광속이다.빨리 흐르는 생체시간을 멈추려 하기 보다 즐기려 노력한다.가끔 한 폭의 진경산수화처럼 그림 속의 정지된 자연이 되고 싶을 때도 있다.조호바루에 온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오늘은 귀국 짐을 싸는 날이다.아이들과 하루 종일 24시간을 부대끼며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놀다가 다투고 야단맞다가 품에 안긴다.작은 넘이 하는 말이 "할아버지는 맨 날 30분이나 컴퓨터하면서 나는 5분도 오락 못하게 해.할아버지 나빠".불공평하단다.


여행 전 준비하며 현지인처럼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졌다.평범한 일상으로 현지의 자연과 기후에 적응하며 현지인이 되어 보기다.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낯선 곳의 호기심이 발동하고 탐험은 시작된다.동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국경을 넘기도 한다.코즈웨이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싱가포르 땅이다.마리나 베이가 손짓을 한다.매혹적인 싱가포르가 우릴 가만두지 않았다.동물원의 리버사파리와 주룽새공원은 아이들을 불러냈다.센토사의 수족관을 헤엄치던 상어 떼가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보타닉가든의 어린이정원은 놀이터가 되었다.하루나 이틀 정도 들리려던 싱가포르 일정은 아이들에게 여섯 번이나 국경을 넘게 만들었다.아파트 수영장은 매일 즐기는 단골 놀이터다.


말레이시아의 순박한 인심은 여러 나라의 통치를 받으며 400년 이상을 살아 온 과거 탓일까.순종적이다.아파트 경비가 아침마다 하는 인삿말 듣기가 거북하다."Good morning,Boss".차라리 'Good Morning, Sir'라고 했으면 덜 거북했을 것이다.물론 둘 다 비슷한 뜻이지만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둘러보고 나니 어감이 다르다.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다민족 국가라 중국인과 인도인이 말레이시아인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이 상권을 쥐고 있어 그런지 부유한 편이고 말레이들은 허드렛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여러 박물관에서 말레이시아의 과거를 들여다 봤다.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의 미래를 본다.지금 말레이시아는 그들 말처럼 '리노베이션'중이다. 


'Leave nothing except your mind'.아파트 주인장이 벽에 걸어 둔 체크-아웃 리스트 마지막 글귀다.글귀처럼,나는 내 영혼을 조호바루에 잠시 남기고 다른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난다.유체이탈했던 내 영혼은 인천공항 도착시각에 맞춰 허겁지겁 뒤따라 와 육체와 합일할 것이다.


'I leave nothing except my heart'. 안녕,조호바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