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쾅쾅,삐까뻔쩍',우르르쾅꽝...
어제부터 태풍,'송다'의 영향하에 들었는지 제주엔 바람과 함께 비가 쏟아졌다.한라산에 폭우가 내리면서 탐방로는 통제되었다.풍랑주의보로 여객선 운항도 멈춰섰다.태풍 영향으로 200mm가 넘는 폭우가 중산간에 소재한 우리 거소에도 영향을 미친다.창문을 사정없이 두드리는 빗속에 가끔 번쩍대는 번개와 천둥은 독서를 방해한다.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는 마음은 심란하다.
어제는 빗속을 뚫고 사려니숲길을 걸었다.예전에 사려니숲길 왕복 20 여 km를 걸어보았기에 그 반절만 걸을 요량으로 빗속에 걷기싫다는 아이들을 꾀어 우중트레킹을 감행했다.처음엔 아이들도 신나했다.처음 체험해보는 우중트레킹이라 신기한 듯 표정을 지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평이 쏟아졌다.붉은오름주차장에서 물찻오름입구까지 왕복(11km)하려 했던 계획을 줄여 1km 전에서 돌아섰다.아이들에게 2km의 거리를 줄여주며 인심을 쓴다."애들아,할아버지는 한번 계획하면 고집스럽게 목표를 달성한단다.그래도 오늘은 너희들 의견을 들어 여기서 돌아선다."큰 인심을 쓰는 채 말을 날렸다.애들도 내 성격을 아는지라 내 뜻에 따르다가 "휴~"한숨을 내쉰다.
울창한 삼나무숲엔 정막만 흐르고 오직 빗소리만 요란하다.우산을 썼는데도 온 몸이 흠뻑 다 젖었다.모두 고행하는 심정으로 걷는 듯 했다.앞서가던 아이들이 돌아올 때는 뒤쳐져 걷는다.뒤돌아보니 둘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다가 방방 물장구치며 장난하며 걷기도 한다.요 넘들은 한 살 터울이라 그런지 시도때도 없이 싸운다.이젠 고학년이 되었으니 서로 양보하며 지낼 수도 있을텐데 한치의 양보도 없다.서로 경쟁하는 관계다.적당한 경쟁관계는 각자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하지만 서로간에 경쟁의식이 노골적인 것이 문제다.그래서 자주 나한테 야단을 맞지만 그래도 내 뜻을 잘 따라줘 고맙기도 하다.이번 제주한달살기에서는 느긋하게 지낼까도 생각했지만 어짜피 적당한 긴장은 필요한지라 간헐적인 몰입을 택하기로 했다.공부와 트레킹 그리고 도서관과 수영장을 들락거리며 즐기기로 한다.
어제는 쫄딱 맞은 비때문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봐 일정을 단축해 수영장도 들리지 않은 채 귀가했다.(제주중문수영장의 물 온도는 서울 올림픽수영장 물보다 3도는 더 차다.그래서 아이들이 처음 물에 선뜻 입수하지 않고 오들오들 떨다가 입수한다) 집에서 휴식하며 창문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비를 바라보며 멍때린다.간헐적으로 번쩍이는 번개와 천둥이 제주의 비폭탄을 실감하게 해준다.제주사람들은 말할 것이다.'이정도 비는 비폭탄이 아니야,이건 가랑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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