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 231112
* 마천역(08:15)-개구리둠벙-푯말삼거리-연주봉옹성-우익문-산할아버지등로-마천역(10:40) ... 7.2 km
초겨울 날씨다.서울의 기온이 영하2도다.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창 밖을 바라보다 배낭을 챙긴다.보온병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담았다.발길 닿는대로 가겠다며 나홀로 현관문을 나선다.지하철역까지 가며 검단산을 갈까,청계산을 갈까,아니면 일자산을 길게 걸을까하고 여러 생각을 하며 걷는다.올림픽공원역에 도착하자 나도 모르게 마천행을 탄다.개구리둠벙이 생각났기 때문이다.지난 산행때 이 둠벙 이름을 '개구리둠벙'이라 지어놓고 잘 있는지 보고싶었다.와보니 개구리둠벙엔 하늘과 나무가 담겼다.둠벙이 소우주 같다.추풍낙엽 한 잎이 '또르르'구르더니 작은 동심원을 만들다가 흩어진다.나도 잠시 한 그루의 고목처럼 물가에 동그마니 섰다. 둠벙가 버드나무에는 나무거꾸로타기 명수인 동고비 한 쌍이 나무를 오르내리며 서로 희롱한다.
날씨가 차다.등로엔 인적이 드물다.머프를 얼굴 눈 밑까지 올리고 냉기를 막으며 파도타듯 능선을 넘는다.산 속 가을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나목이 되어 쓸쓸한 풍경을 만들어낸다.등로엔 낙엽이 수북하다.오늘도 연주봉옹성은 굳건하다.아마 인조임금도 서흔남의 등에 업혀 이 길로 산성에 올라와 이 암문을 통과했을 것이다.산성에 올 때마다 통한의 역사가 서럽다.민초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위정자들이 정치를 잘 못한 탓이지.인조임금을 등에 업고 산성으로 피신시켰던 서흔남도 민초,나뭇꾼 아니던가.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을 상상하다가 '산할아버지'등로를 타고 하산한다.내 젊은 날 뵈었던 후덕한 모습의 산할아버지가 생각난다.영면을 기원드리며 옛 집터를 지난다.
개구리둠벙엔 하늘과 나무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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