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1박2일 강원여행 / 삼척 덕풍계곡 트레킹 & 태백 금대봉-분주령 천상화원 240905-0906

천지현황1 2024. 9. 7. 08:37

1박2일 강원여행 / 삼척 덕풍계곡 트레킹 & 태백 금대봉-분주령 천상화원 240905-0906

 

첫날,삼척 덕풍계곡 트레킹 

 

* 덕풍산장(12:15)-1용소-2용소-덕풍산장(15:50) ... 5km

 

1박2일 국내여행이라도 떠나자

 

찜통더위가 계속되던 8월에 삼척 덕풍계곡 트레킹을 꿈꿨다.용소에 풍덩 뛰어들 생각을 해오다가 실행하지 못했다.9월초에 1박2일 강원여행을 계획하고 태백민박촌에 숙소를 예약하고 길을 떠난다.시절은 더위도 물러났다.아침저녁으론 열대야를 벗어나 시원하다.손주들 학교 등교후 느긋하게 출발한다.평일이라 도로가 한산할 줄 알았는데 동서울 톨게이트는 잠시 정체다.광주-원주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길은 뻥 뚫린다.세시간 반만에 덕풍마을에 닿았다.

 

아내는 늘 여행을 꿈꾸며 산다.TV 프로그램도 오직 여행 프로그램만 시청한다."아~떠나고 싶다".리모컨을 붙잡고 푸념을 해대지만 이젠 여행비가 동났다.적금털어 여행다니다가 주머니 사정때문에 그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을 때는 나도 괴롭다.그녀는 짬짬이 내 블로그에 올린 여행후기를 읽어보며 여행 추억에 만족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발코니 한 평 팔아 여행비로 대체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이럴 땐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집 전월세로 임대주고 세계여행 떠나자"고.

 

덕풍계곡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간단한 점심요기를 한다.여기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려는 순간 계곡도로에서 차 한대가 내려온다.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갈 요량으로 차를 몰고 계곡도로를 탄다.길은 좁아 마주 오던 차를 교차하려면 좁은 공터를 찾아야했다.그래도 계속 직진하니 덕풍산장이 나타난다.대충 5km는 달려온 듯 하다.이곳이 트레킹 시발점이다.땡볕에 걸었으면 후회막급한 시간이었을 것 같다.

 

덕풍계곡의 비경과 낙석위험

 

덕풍계곡은 물이 많지는 않다.요즘 간간히 내린 비때문인지 상상했던만큼 계곡물은 많지 않다.그래도 비경이다.가끔 계곡길에 낙석이 떨어져 길을 지날 때 산비탈을 경계하며 지난다.낙석방지용 철망이 쳐진 곳도 있지만 방지철망이 없는 곳도 많다.어느 곳 낙석방지 철망 위에 50키로그램쯤 되는 큰 바위가 걸려있기도 했다.그래도 비경을 즐기며 걷는다.7년 전 미국 그랜드캐년 하이킹 하던 시절 자이언국립공원에 있는 버진강 협곡 백패킹이 생각났다.

 

(창고사진 / 2017.06.10 미국 자이언국립공원 버진강협곡 트레킹) /

http://yoomfa.tistory.com/13377439

 

버진강협곡은 허리까지 빠지며 백패킹을 하는 곳이었다.이곳 덕풍계곡도 백패킹을 할 생각으로 왔으나 계곡의 수량이 적어 계곡길 트레킹에 만족한다.

 

 

제2용소에서 물에 퐁당

 

제2용소에 닿자 더 이상 출입금지 팻말이 길을 막는다.우린 탁족을 하며 한 시간 가량 멍때리며 고요함을 즐겼다.고요는 이내 깨졌다.젊은 친구들 셋이 도착하고 조금 후 부녀로 보이는 탐방객 둘이 도착한다.젊은 친구들은 수영금지판이 걸려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물에 풍덩 빠진다.더운 날씨에 시원함이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 같다.나도 퐁당 빠져볼까. 

 

숙소가는 길에 태백통리시장 구경

 

덕풍계곡 트레킹을 마치고 태백숙소로 향한다.가는 길에 재래시장이 열렸다.태백통리오일장이다.차를 세우고 재래시장을 구경한다.시장이 파할 시각이라 텐트를 접는 가게가 많다.추석이 가까워서인지 제수용품과 먹거리가 풍성하다.기웃거리다가 과일행상 앞에 섰다.입구에선 햇사과가 한 개에 5,000원이란 가격표가 붙었었으나 골목 끝까지 와보니 한무더기(10개 가량) 놓고 1만원만 달라고 한다.저장사과였다.맛은 덜할 것 같으나 횡재한 기분이다.내일 아침식사용으로 두부 한 모와 시골가정에서 만든 계란빵 하나를 샀다.골목시장 중간 쯤에 '올콩백반'이란 메뉴가 발걸음을 붙들었다.숙소 부근 '산골식당'의 산채비빔밥이 아롱댔지만 아내에게 선뜻 '올콩백반'을 먹고 가자고 했다.선택은 탁월했다.음식맛이 깔끔하고 입맛에 맞아 주인장의 음식솜씨를 엄지척을 보여드렸다.올콩백반에는 '콩'이 없다.주인장에게 물으니 '올콩'은 친정 어머니의 어릴 적 별명이란다.영특해서 어른들이 그렇게 붙여줬다는 설명이다.이런 기발한 생각을 음식메뉴에 담은 그녀의 얼굴에 효심이 묻어난다.통리시장구경하고 맛있는 식사까지 하고 숙소인 태백민박촌에 짐을 푼다.

 

 

 

 

까치깨

 

 

제1용소

 

 

 

제2용소

 

 

 

 

 

 

 

 

 

둘째 날,천상화원 금대봉-분주령 트레킹

 

* 태백민박촌 숙소(08:35)...두문동재 탐방소(09:15)-금대봉-고목나무샘-분주령-원점회귀(13:45) ... 9.5km

 

태백 금대봉은 천상화원이다.곰배령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고산지대에 봄 여름 가을 천상화원이 펼쳐지는 곳이다.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태백민박촌은 작년 가을 리모델링을 하면서 숙소에서 음식 조리기구를 설치하지 않아 음식조리를 금지한다.어제 시장에서 사온 사과와 두부와 빵 한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30여분 걸려 구불구불한 두문동재 길을 올라 탐방소에 도착한다.

 

아내에겐 대덕산 아래 분주령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한다고 얘기했다.탐방소 입구에서 비에 쫄딱 맞고 내려오는 산객을 한 분 만났다.아마 그는 백두대간꾼일게다.금대봉 가는 길에서 투구꽃,동자꽃 송이풀,각시취,까실쑥부쟁이,진범,고려엉겅퀴  등이 반긴다.금대봉에서 백두대간길을 버리고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내린다.풀섶을 헤치며 걷는다.풀이 길어 바지가 온통 젖었다.각시취밭 옆엔 개구릿대 군락이 있다.천상화원이 펼쳐진다.여름꽃들보다는 개체 수가 적지만 그래도 온통 화원이다."여보,저기 숲 속에 선그라스 보여"."아~도둑놈의갈구리"."참으로 식물이름도 요상타.하고많은 이름중에 도둑놈의갈구리라니".

 

두 시간 넘게 걸려 분주령에 도착한다.대덕산 오름길이 욕심났다.분주령에서 1.5km밖에 걸리지 않는다.검룡소주차장으로 내리면 거리도 짧고 길도 편해 아내에게 제안했다.그녀는 막무가내다.처음 계획대로 분주령에서 두문동재로 원점회귀하자고 고집한다.설득이 안돼 가위 바위 보로 정하자고 했다.결과는 원점회귀다.아내는 돌아서며 웃으며 하는 말,"검룡소에서 두문동재로 가는 택시비(@38,000원)를 아껴 살림에 보태 쓸려고...".

 

빠른 걸음으로 온 탓인지 이내 두문동재에 다다른다.탐방소 직원은 오늘 비 탓인지 탐방객이 우리 두 사람 뿐이었을 것 같다.내비가 서울 가는 방향을 이리 저리 못잡기에 탐방소 직원한테 물어보니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 가라고 한다.덧붙이는 직원의 말이 고맙다."비가 오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길을 아주 조심해서 내려가세요.지금 길 아래에서 공사때문에 길을 우회하느라고 모두 이 구불구불한 두문동재로 돌려놓았어요.조심해서 내려가세요".내가 낡아보였나 보다 노인한테 길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하는 모양새다.고맙고 배려깊은 직원이라고 생각하며 두문동재를 내렸다.천상화원에서 들꽃을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다.키 큰 각시취가 붉은 빛을 뽐내는 모습이 새색시 같다.기억 속에 오래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