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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7 / 오륜 789회차
* 공원관리사무소 주차장(10:30)-경수산-도솔봉-개이빨산-소리재- 낙조대-천마봉-도솔암-선운사-주차장(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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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래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 절기다.이젠 속살을 파고드는 바람 끝도 차지 않다.겨울 끝 자락에 벌써 양기운이 숨어있어 이젠 옷깃을 스미는 바람도 훈훈함이 배어있다.천지 자연의 오묘함은 절기 속에도 숨어 있었다.남녘의 산자락엔 버들강아지도 이젠 움을 트고 있다.서울을 떠난 버스가 막 고창에 접어들 즈음 산야의 땅 색깔도 붉은 황토색으로 바뀌었다.붉은 황토빛 토지가 온갖 질곡과 혁명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세월을 과거 역사로 묻은 채 그렇게 무덤덤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그러나 달리는 차창가에 비친 나그네의 마음속엔 그 때 그 시절의 분노를 삭인 채 봉두난발의 녹두장군이 서울로 압송당하는 장면을 그리다 이내 정신을 차려 보니 들머리 선운사 삼인교를 건너고 있다.그리고 주위에는 온통 원조 풍천장어구이집들로 즐비하다.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가득한 보배의 산
선운산(336m)은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본래 도솔산(兜率山)이었으나 일명 수리봉으로 불리기도하며 백제 때 검단선사가 창건한 선운사(禪雲寺)가 유명해지면서 선운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작 선운산은 경수산(鏡水山:444m)·개이빨산(345m)·청룡산(314m) 비학산(307m) 구황봉(九皇峰:298m)·등의 3~400m의 낮은 산들이 선운사를 중심으로 소쿠리 모양으로 빙 둘러 솟아 있는 산군이다.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 만큼 계곡미가 빼어나고 숲이 울창하여 하루 온 종일 시간을 내어 자연과 호흡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이 산군을 걸으며 문화유산을 함께 즐긴다면 족히 열시간 남짓 소요되는 산행길이다.특히 산기슭에 우리의 정겨운 문화유산이 널려 있어서 산과 함께 문화적 향취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정취어린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만한 곳도 드물 것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가족 산행지로도 그만이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널려있어 남도 문화유적지 답사코스중 강진과 더불어 1번지를 다투는 곳으로 가이 손색이 없다고 본다.거기다가 미식가들의 먹거리 여행에도 안성맞춤인 곳으로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이다.
주요 경관으로는 경수산에서는 곰소만이 조망되고 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낙조대(落照臺)가 있다.낙조대는 한 때 장안에 유명 드라마로 각광 받던 '대장금' 촬영지이기도하다.최상궁이 자살하던 곳이다. 날 좋은 날에는 칠산 앞바다가 조망된다.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병풍바위와 배맨바위 모습 또한 장관이다.언젠가 운무속에 떠 내려 가던 배맨바위의 여러 모습을 보고 황홀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되살아났다.선운사 큰 절 외에도 산 속 명당자리엔 어김없이 석상암,창담암,도솔암,사자암,내원궁 등 조용한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천마봉에서 내려다 본 도솔천의 비경이 발아래 전개된다.도솔암을 끼고 100여m 올라가면 칠송대 암벽에 고려시대 불상인 거대한 마애불상이 양각되어 있다.부릅 뜬 눈매하며 우뚝 선 콧등이 꽤 인상적이다.특히 4월 초에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에 절정을 이루는 선운사의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184)은 선운사 뒤쪽 산비탈에 자라는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에 일시에 꽃이 피는 모습은 장관이다.이 땐 동박새들의 천국이 되기도한다.
그 밖에 봄철의 매화·벚꽃·진달래꽃도 볼 만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것 중에 7~8월경에 피는 상사화(꽃무릇)군락지다.선운사 꽃무릇 군락지는 어느 사찰에서 본 꽃무릇보다도 화사하고 아름답다.이 꽃은 이파리가 다 지고나면 꽃대에서 꽃이 핀다.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않아 그리움으로 사무쳐 일명 상사화라고도 한다.진흥굴 바로 앞에 늘름한 기상으로 자란 장사송(천연기념물 354)과 선운사 입구의 송악(천연기념물 367)도 유명하다. 주요 문화재로는 보물 제279호인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80호인 지장보살좌상이 있으며, 대웅전도 보물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또 하나 어느 절에나 있는 부도전엔 조선 말 화엄종의 종장이었던 백파선사의 부도비가 서있다.그 비문을 완당 김정희 선생이 썼다.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감쪽같이 백파선사의 부도비를 찾을 수가 없었다.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선운사에 올 때마다 그 부도비를 바라보며 완당의 힘찬 서체를 감상하고 마음 뿌듯하던 일이 생각났다.발 길을 털래털래 매표소를 나가던 중 관리소장을 만나 '백파선사의 부도비'가 사라졌다고 하자 그는 웃으며 "하도 훼손이 되어 성보 박물관으로 옮겼습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그러면 그렇지'. 그러나 난 성보 박물관을 지나쳐 왔기에 후일을 기약하며 푸르름으로 바위를 덮고 있는 천연기념물 '송악'앞에 섰다.
도솔천이 어디메뇨?
禪雲'이나 '도솔'이란 무슨 뜻일까? '禪雲'(선운)이란 '參禪臥雲'(참선와운)에서 따온 말로 '구름 속에 누워서 참선을 한다'는 뜻이다.'도솔'이란 천상계(天上界)를 뜻하는 말로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태어나기 전에 수행하던 곳이요, 미륵불이 설법하며 성불을 기다리는 33천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까 '선운산'이나 '도솔암'은 한 마디로 불도를 닦는 장소란 뜻이 된다.천마봉에서 내려다 본 도솔천의 비경이 발아래 전개되는 이곳 선운산군이 무리지어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도솔천 아닌가.
이처럼 도솔천은 미륵보살의 정토로서 정토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우리나라엔 미륵보살 신앙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우리나라 국토를 여행하다보면 곳곳에서 이와같은 미륵신앙지를 만날 수 있다.최근에 필자가 만난 미륵은 서산의 마애불상을 보러 가던 중 용현마을 가는 길의 강댕이 미륵불로 마을 도로변에 세워 있었다.당시엔 보원사를 수호하는 비보미륵으로 고려말~조선초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나 지금은 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솔암 현판을 보다가 누군가 도솔(兜率)의 도(兜)자가 무슨 도자인지 궁금해한다.그러나 필자도 짧은 한자 실력 탓에 답이 궁하다.마침 암자 마당에 스님 몇 분이 서성이길래 달려가 물었다. "아~'투구 두'잡니다"그러면서 '두솔봉'으로 읽어야한다고 설명한다.그러나 집에 와서 옥편을 찾아보니 그 자는 '투구 두'자의 자해도 있지만 '도솔가 도'자의 자해도 있었다. 그래서 '도솔봉'으로 읽는 것이 맞을 듯 싶다.
주막집 여자의 육자배기 노래소리가 시어가 되어
지금은 선운사길이 정비되어 상가촌이 아래로 내려왔지만 그 옛날엔 선운사 가는 길은 운치있는 작은 길이었을 것이다.막걸리를 파는 주막이 있었을 것이고 참새가 방앗간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시인은 철이른 동백꽃 보러 왔다가 그 곳에서 한 잔 술에 노독을 풀었을 것이다.이 고장 출신인 미당 서정주님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비(詩碑)엔 선운사 동백꽃을 완상하러 왔다가 철 이른 동백 숲만 보고 주막집 여인이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과 그녀의 육자배기 한가락에 마음을 달래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실린 채 동구 밖 한 모퉁이에 처연하게 서 있다.
“선운사 골째기로 / 선운사 동백꽃을 / 보러 갔더니 /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선운사 최고의 별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의 궁합
한국의 산하에 기행문을 쓰는 일만 선생은 다음과 같은 재미나는 풍천장어에 관한 글을 싣고 있다.
"뱀장어를 한자로는 鰻(뱀장어만)이라 쓴다. 그리고 이를 호사가들은 다음과 같이 파자(破字)하여 풀이하기도 한다.魚+日+四+又: 이 고기(魚)를 먹으면 매일(日) 거시기를 네 번(四)씩 하고도 또(又) 할 수 있다. 이렇게 정력에 좋은 고기가 뱀장어라는데 그중에서도 풍천 장어가 최고라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담수에서 성장하여 60cm 정도의 성어가 된 뱀장어는 8월~10월경에 깊은 심해 바다로 가서 산란하고 죽는다. 부화된 실뱀장어 새끼들은 어미처럼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물 기수(汽水)인 인천강(풍천강)을 통하여 담수로 올라와서 성어가 될 때까지 7~8년을 살게 된다. 그런 뱀장어 서식지로서 전국에서 유명한 곳은 가장 맑은 계곡 중에 하나라는 강원도의 내린천과 선운사 입구의 풍천강(인천강)이다."
그렇다.선운사의 최고별미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은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명물이다.고창에 올 때마다 이 음식의 궁합을 맛 보지 않고 가면 어쩐지 마음 한 구석 서운함이 밴다.그래서 아내와 나는 고창에 올 때마다 풍천장어 맛을 복분자술에 녹여 그 궁합을 보았다.그러나 어쪄랴.우리 일행이 워낙 많아 풍천장어 1kg에 @30,000인데 4마리정도이니 둘이 먹기 딱 좋다.그리고 복분자술 1.8 L 페트병 한 병에 @30,000원이니 우리 일행이 이를 즐긴다면 대충 적게 잡아도 80여 만원은 들 것이다.한 끼 먹거리에 30여 만원을 지출하는데 80여만원은 너무 풍성한 먹거리 값이라 후일을 기약하고 정읍 시내 두리식당에서 피리탕으로 별미를 대신한다. "피리탕 맛이 어때요?"하고 오늘 산행대장인 김화곤대장에게 물으니 "그 맛도 별미"라는 대답이 돌아와 맛 집 소개한 부담이 조금 덜한 것 같다.
참고로 후일 식도락가를 위하여 몇 자 부기하면,고창 어느 곳이나 풍천장어구이가 유명하지만 선운사에서 심원 바닷가로 7~8km나가면 바다바람을 쐬며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상호가 '금만양만'(Tel.063-564-5064)이 있고, 내륙쪽으론 선운사에서 흥덕을 지나 정읍가는 길목 15km쯤 되는 거리에 '성내 양만장'(Tel.063-562-5898)이라는 풍천장어구이집이 있어 이번에 즐기지 못한 고창 명물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그곳에서 복분자술과 곁들여 먹어 본 풍천장어 소금구이는 기름기가 쫙 빠져 담백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2008.02.17)
* 포토 모음
"경수산 만세" 정상행사
멀리 배맨바위가 보이기 시작하고
산행 때마다 박순 회원님은 쓰레기 수거에 앞장서고
도솔봉 가는 능선에는 곰소만이 동행하고
도솔봉 정상엔 정상석 대신 돌탑이 대신 서 있고
소리재능선 길에서 바라 본 낙조대
낙조대의 여러모습
천마봉에서 뒤 돌아 본 낙조대 모습
천마봉에서 바라 본 도솔천-내원궁, 칠송대 마애불,도솔암
천마봉의 옆 얼굴
내원궁과 마애불을 줌으로 당겨보고
보물 제280호인 지장보살좌상
스님은 독경삼매에 빠지시고
내원궁 산신각 탱화-산신도
나는 먹이나 갈겠네
600년 된 장사송
진흥굴
선운사 대웅보전
만세루의 기둥
동백 숲
선운사 부도밭엔 백파선사의 부도는 성보박물관으로 옮겨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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