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봄비 맞으며, 박새떼의 길안내를 받으며 (포천 보장산)

천지현황1 2008. 3. 23. 21:31

-봄비 맞으며,박새떼의 길안내를 받으며 (포천 보장산)

--------------------------------------------------------------------------------------------------------------------------* 2008.03.23 / 오륜 제794회차

* 창옥터널 지나 태현파크 앞 임도(08:45)-작은골-알바하여 진달래능선으로-보장산-전망바위-350봉-삼거리-독조골-

  숲속의 향기 카페(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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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산행지가 갑작스럽게 봄비 소식에 포천 보장산으로 바뀌었다.주말인 어제는 친구들과 서울 근교 청계산 국사봉을 다녀 왔는데 옛골 들머리부터 많은 산행 인파와 차량 홍수로 길이 그리고 또 산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역시 서울 근교산은 만원이다.그러나 우리 산악회처럼 일요일에 지방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한적한 산을 산행하는 맛은 늘 청량감을 선사한다.

 

 

 38선휴게소는 예나 지금이나 그자리에 서서 추억을 선사하고

 서울시계를 벗어난 버스는 포천에서 북으로 길을 잡고 빗속을 달린다.김서린 차창을 닦아 보지만 시야가 흐리다.황석영 지음 <장길산>만화 시리즈를 보다가 잠을 청해 보지만 눈만 감고 산수를 그리다 이내 38선휴게소에서 잠깐 멈춘다.젊은 날 이 길을 다닐 때마다 잠시 들러 쉬던 곳, 이 곳은 예나 지금이나 반갑게 길손을 맞는다.남북으로 갈린 비운때문에 우리에겐 38선은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용어가 되버렸다.광고판에도 추억의 38선휴게소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보장산 들머리를 창옥터널 지나 태현파크앞 임도길로

 보장산은 한북정맥이 광덕산에서 백운산으로 그 가지를 내리기 전 또 하나의 산줄기를 분기하여 각흘,명성,불무산 등으로 내리다 다시 보장산으로 솟구친다.산객들에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산이름처럼 보물을 감춰 둔 산에 걸맞는 산일까?하고 들머리를 들어선다.가늘게 뿌리는 봄비를 비옷으로 맞으며 임도길을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산길을 막아 놓았다.우측 진달래능선까지 달라 붙는대는 10여분 덤불 길을 치고 올라선다.지도를 살펴봐도 길이 분명한데 개념도상 산 줄기가 정확하게 판독이 되지 않는다.

 

 진달래능선에 달라 붙자 한적한 소로 산길은 우측으로 영평천을 끼고 옹기종기 들어 선 마을과 87번 지방도로가 동행을 하며 고도를 적당히 낯춘 채 트래킹코스로 안성맞춤 산길이 이어진다.봄비는 가랑비되어 내리고 산길은 조용하다가 운무가 보장산 정상을 흐르다가 시야가 터질 때쯤 산길에 왠 박새떼가 나타나더니 길라잡이가 된 듯 10여m앞에서 산행길을 인도하며 한참을 앞서간다.이 산을 찾는 산객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 이 박새들은 사람을 자주 만나보지 않았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우리 선두팀에게 산길을 인도하는 모습에 "어~이 박새들이 계속 우리에게 산길을 인도하네"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따라간다.산길에는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달고 봄을 재촉한다.아직 진달래능선엔 진달래꽃은 꽃망울만 맺여 있을 뿐 만개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할 듯 하다.

 

 

 

 운무속의 보장산은 조망을 숨기고

 보장산을 좌측에 두고 소쿠리모양의 능선길을 돌고돌아 드디어 정상에 섰다.하늘은 아직도 봄비를 내리며 시야를 가린채 조망을 주지 않는다.북쪽으로 종자산 봉우리로 한 무리의 운무가 지나가며 잠깐 산줄기를 보여 주더니 이내 운무 속으로 숨는다.정상행사를 마친 후 바로 하산길을 잡는다.바람이 세차다.손이 시려울 정도로 바람이 차다.

 

 내림길 초입은 가파르다.전망바위 바로 전에 진혁진님의 백두대간 산행정보 표지기가 비를 맞고 대롱대롱 달려있다.조금 후 일행이 급경사 산길을 내리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돌 굴러 가요"하고 소리친다.빗 길에 미끄러운 내림길에 밟은 돌 하나가 떼굴떼굴 아래로 구르고 있다.다행히 우리 일행 곁을 지나 다른 방향으로 굴러 내려가 돌발사고는 없었다.

 

 

 

 

 

 날머리에서

 산 길을 내려 날머리에 도착하니 그 곳엔 '숲속의 향기'(Tel. 031-533-8686, 031-531-6960)라는 카페 겸 펜션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런데 이곳을 운영하는 김사장님은 우리 산악회 김OO님의 절친한 친구분으로 우리 일행은 계획에 없던 푸짐한 빈대떡에 포천 막걸리 환대를 받으며 하산주를 즐겼다.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