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맛 기행 (임진강 참게탕)

천지현황1 2008. 9. 21. 20:08

-맛 기행 (임진강 참게탕)

 

 

 


 

 며칠 전 매스컴을 타고 계절의 진미 임진강 참게탕이 방영되었다 임진강 일대에서는 제철을 맞은 요즘 하루 1t 정도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단다.추석 직후 임진강 참게가 ‘진미’라고 불리는 이유는 뭘까. 이맘 때 임진강 수온이 다른 지역보다 낮아지면서 참게가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를 많이 먹어 속살이 가득 차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래서 맛이 요즘이 최고라고 말한다.1980년대까지 수질 악화로 임진강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참게는 1990년대 말 치어 방류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떠나던 산행 대신 오늘은 산 중독에서 벗어나 맛 기행으로 바꾸고 인터넷을 뒤져 임진강가 장파리에 있는 '진미식당'(Tel.031-958-3321,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370-119 )에 예약하고 길을 떠난다.가는 길에 딸아이 내외를 픽업해서 함께 자유로를 내 달린다.오랫만의 드라이브 길이 즐겁다. 가다보니 1년전 쯤에도 딸아이와  함께 갔던 통일전망대가 나오고 헤이리 마을 가는 길이 나온다. 그러나 오늘은 곧 장 북녘의 산하를 바라보며 코스모스길을 달리니 어느덧 임진각이 보인다. 식당 예약 시각이 넉넉하기에 우린 임진각에 들러 옛 추억을 끄집어낸다.아내가 30여년 전, 1979년경 1년동안 문산 마정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임진각에서 1km,민통선에선 500여m 정도의 거리다.우린 그 때 사택을 빌려 1년 동안 살았다.나는 서울로 두시간 씩 걸리는 통근 길을 별을 보고 출근하여 달을 보고 퇴근했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떠오른다.그때 10.26 사태가 터져 불안하다고 느껴 그 해 말 서울로 이사했지만 그 사건만 없었더라면 우린 문산 토박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만큼 즐겁게 지낸 기억이 있다.옆집 유선생(나중에 ㅇㅇ교육장 역임)과 임진강에서 숭어를 잡아 회쳐 먹던 기억이 먼져 떠오른다.

 

 임진각도 조금 변했다.달랑 임진각 건물과 철 길 그리고 문 닫힌 철길이 망배단을 지켰었는데 넓은 주차장 뒤로 공원을 만들어 쉼터 조성도 해 놓아 젊은이 뿐 아니라 실향민들도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민통선 너머를 바라보다 식당 예약시간을 20여 분 늦을 것 같아 미리 늦는다고 전화를 하고 장파리로 출발한다.임진각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 쯤 되는 것 같다.식당에 들어서니 주형산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이곳에서 32년째 진미식당을 운영중인데 참게는 지금부터 일주일 후쯤이 제철이고, 황복도 임진강 특산물로 유명한데 봄철 4월말경부터 5월말경이 제철이라고 설명해 주신다.미리 연락을 해 놓았기 때문에 도착하자 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 넉넉한 양의 참게탕이 끓기 시작하자 그 향이 코를 간지른다.

 

 소주 한 병을 반주로 참게탕을 메인 디시로 먹는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할 지 맛이 좋다.아내와 딸 아이는 임진강 참게 다리를 들고 속 살을 빼 먹기에 여념이 없고 사위와 나는 참게탕 국물맛을 이젠 종영 되었지만 인기 드라마였던 '식객'의 요리사들(오숙주,봉주,성찬)처럼 국물맛을 보는 흉내를 낸다. 전남 곡성 근처 압록에서 먹었던 참게탕 맛하고는 많이 다르다. 그곳의 참게탕엔 묵은 시레기로 걸죽한 신 맛을 냈는데 이곳 임진강 참게탕은 시레기 대신 감자, 파, 호박과 수제비가  참게의 속살과 어우러져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는데도 참게에서 조미료 맛이 나왔는지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식사를 끝내고 우린 화석정에 들렸다.율곡 이이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시와 학문을 논했다는 그곳 정자 현판엔 박정희 전대통령의 글씨로 '화석정'이라는 현판이 달린 정자 하나가 유유이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2008.09.21) 

 


 

 

* 임진각

 

 

 

 

 

 

 

 

 

 

 

 

*화석정

 

율곡의 고향마을에 있는 화석정,

정자 앞에는 임진강이 휘어 감고 흐른다.

임진왜란때 선조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이 화석정에 불을 놓아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그 뒤 80년만에 다시 복원했으나 한국전쟁때 다시 소실되었다가

파주 유림들이 재 복원하였다.

화석정 현판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걸려있다.

 

  

율곡 이이가 8살 때 지었다는 <화석정>이라는 시

 

                      숲 속 외로운 정자에 가을은 이미 깊었는데

                       홀로 앉은 니내 생각 끝이 없이 일어나네

                       멀리 보이는 저 물빛은 하늘에 닿은 듯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볕 받아 붉구나

                       산은 외롭게 둥근 달을 토해 놓고

                       강은 길고 긴 바람을 머금었네

                       변방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석양 구름 속으로 울음소리 멀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