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서리산 길을 바람의 유령과 함께 쫓던 날 (함양 오봉산)

천지현황1 2008. 12. 14. 22:45

-서리산 길을 바람의 유령과 함께 쫓던 날 (함양 오봉산)

 

 

 * 2008.12.14 / 상죽마을(10:40)-아제원-오봉산-옥녀봉-천령봉-뇌산마을(14:50) / 10.2km---(4시간10분)

 

                                                                                                                                                  (출처:부산일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5개의 바위 봉우리가 인상적인 함양의 오봉산(871m). 국립지리원의 공식 지도에는 서리산이 상산(霜山)으로 되어 있다. 지도의 상산은 서리산 이름을 한자화하여 서리 상(霜)자를 써서 상산이라 표기한 것이다.그런데 함양군청에서 발행한 함양군 행정지도에는 이를 오봉산이라 되어있고 현지 안내판 모두 오봉산이라 되어 있다. 큰 암봉이 다섯 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다.특히 아재원에서 오르는 도중 올려다 보이는 거대한 쌍둥이 암봉이 참으로 멋있다.오름길에 낙낙장송도 많아 기암괴봉들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높이는 871m이지만 산행의 기점이 되는 죽림마을의 높이가 360m여서 산행의 높이는 500m에 불과하고 정상만 오르내리면 실제 산행시간도 2시간 남짓이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정상에서 옥녀봉을 거쳐 남동쪽 능선길을 걸어 천령봉에서 뇌산마을로 하산한다.

 

 울트라 마라톤을 하는 양 선두조는 이미 멀리 달아나고 산천경계를  구경하다 얼굴에 찬바람을 맞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장갑 낀 손이 시리다는 아내의 어린양을 받아줄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내 장갑으로 바꿔 끼워주고 된비알을 오르니 정상이 바로 코 앞이다. 선두조가 점심을 하는 사이 우린 떡 한 조각으로 허기를 때우고 옥녀봉으로 먼저 길을 떠난다. 산골마을의 그림이 아름답다. 산 능선이 길게 하늘금을 그었다. 그리고 가깝고 먼 산 그르메가 능선과 골을 넘고 마을이 산 속에 동화마을처럼 들어 앉아 있다. 옥녀봉 가는 전망대에서 뒤 돌아 본 오봉산의 풍광은 산수화다. 다시 선두조가 바람처럼 곁을 지난다. 찬 바람 한 줄기가 유령처럼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본다. 잠시 후 아내는 헉헉대며 그 유령을 쫒고 있다. 덩달아 나도 바람의 유령과 함께 풍광 좋은 서리산 길을 쫒는다..  

(2008.12.14)  

 

* 사진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