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이 눈모자를 쓰고 (홍성 용봉산,381m)
*2008.12.07 / 용봉초교(09:40)-용봉산-수암산-삽교보살입상-세심천 주차장(12:45)
(출처:진혁진의 백두대간과 산행정보)
용봉산(381m)은 그리 높지 않지만 큰 산 못지 않은 암릉이 일품이고 기암괴석이 즐비한 충남의 작은 명산이다.명산이 깊은 골을 품고 있고 산세가 수려해야 명산 축에 들지만, 반드시 그 덩치가 커야 한다는 법은 없다.용봉산이야말로 높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암릉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명산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능선 곳곳에는 장군바위, 병풍바위, 촛대바위, 용바위, 삼형제바위 등 기암이 즐비하여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홍성군의 진산으로, 1973년 가야산(678m)·덕숭산(495m) 등과 함께 산 일대가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동남쪽으로 금마천이 흘러 가야산 쪽에서 흘러온 효교천과 함께 삽교천을 이룬 뒤 삽교호로 흘러든다. 산 전체가 바위산이며 산의 좌우 중턱에 백제시대의 고찰 용봉사와 고려시대 불상인 홍성 신경리마애석불(보물 355), 미륵석불 등의 문화재가 있고, 예산군 덕산면 쪽에 덕산온천과 세심천온천이 있다.
산행 깃점은 휴양림입구 사조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최영 장군 활터가 있는 능선을 오르거나 용봉사나 병풍바위를 거쳐 오르는 길, 산 남쪽 용봉초등학교에서 미륵불을 지나 오르는 길이 주로 이용된다.산행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산행과 함께 덕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주변에 있는 윤봉길의사 생가, 수덕사,김좌진 생가, 한용운 생가, 성삼문 생가 등을 차례로 돌아보는 문화답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기암괴석은 눈모자를 뒤집어 쓰고
지난 밤에 서울엔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서해안과 전남북 지방엔 많은 눈이 내렸다.버스가 홍성으로 접어들자 산야는 설국이다.금년 말 들어 처음으로 눈 다운 눈을 차창을 통하여 바라본다.국도는 얼어있어 길이 미끄러운지 앞 차는 몸체를 흔들며 길을 간다.들머리인 용봉초교에 산님들을 토해 놓자 삼삼오오 산길을 오른다.얼마 지나지 않아 미륵암의 야외 미륵불이 커다른 몸통으로 위엄을 부리는 자세로 중생을 내려다본다."그래,오늘 눈 길을 걸으며 활선 잘 하시게나.그리고 눈 길 조심하고" 우린 미륵불의 전송을 받으며 오름길을 오른다.산길의 소나무는 함박눈을 뒤집어 쓴채 독야청청 고고한 자태를 뽑내며 서 있고 멀리 예당평야는 눈 밭으로 변해 있다.40여분만에 용봉상 정상에 섰다.정상석 앞엔 기념사진을 남기려고 장사진이다.멀리 덕숭산 자락엔 수덕사가 아련히 자리하고 산과 들은 온통 눈으로 치장하여 하얀 세상이다.기암괴석도 눈모자를 쓴 탓에 본래의 얼굴을 숨긴 채 기품만 뽐내고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산
장군바위봉과 악귀봉을 지나 절고개에서 용봉사를 다녀오리라는 처음 계획을 버리고 눈에 덮혀 형체가 가물가물한 병풍바위를 곁눈질하고 긴 도라지능선을 탄다.용봉사 마애불을 친견하지 못해 좀 찜찜한 마음이 들지만 후일을 기약하니 서운한 마음은 이내 사라진다.함초롬이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와 기암괴석은 산수화 한 폭의 소재감으로 넉넉하다.수암산을 지난다.바위가 빼어난 산이란 산이름이 이름값을 하는 듯 용봉산과 수암산은 작지만 아름다운 산이다.눈으로 치장한 용봉산보다는 꽃피고 새가 지저기는 맑은 봄날의 용봉산이 기암괴석의 화장하지 아니한 맨 얼굴을 볼 수 있을 듯 싶다.내림 길에 고려시대 불상인 삽교 보살입상은 큰 키에 깡마른 몸매로 보관을 쓴 채 산마루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 (2008.12.07)
산행사진 모음
인생을 살아가며 가끔 자신의 뒤안길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산행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면 앞만 보고 달리던 기관차가 보지 못하는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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