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오후4시의 한강둔치 스케치 (한강둔치)

천지현황1 2010. 10. 7. 17:49

-오후4시의 한강둔치 스케치 (한강둔치)

 

 

 

저녁식사후 아내와 함께 걷는 한강둔치길을 오후 4시에 산책을 나섰다.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도심거리에 내려 앉는다.가을이 갈바람 타고 살포시 왔지만 아직도 햇볕은 따갑다.산곡천에 들어서자 왜가리 한 마리가 먹이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한 참을 지켜보니 부리를 물 속에 집어넣자 피라미 한 마리가 부리에 물린다.

 

 둔치길 다 가서 세멘트 포장길이 지난 여름 수해에 무너져내렸다. 지방자치 예산이 부족한지 내년에 복구하겠다는 안내문이 무너진 길위에 꼴 사납게 서있다.얼마나 부실 시공이었으면 그 비에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진단 말인가.조금은 씁쓸하다.산책길 중간중간 곤파스 태풍에 꺾이고 뿌리가 뽑힌 채 넘어진 나무가 2~30여 그루는 된다.아직 예산이 없어서인지 그대로 나두니 흉물스럽다. 밤 산책길엔 잘 보이지 않았는데 낮에 와 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수해 피해가 크다. 

 

 낮이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간혹 할아버지,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고,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양산을 받고 걷고 있다.가끔 젊은 새댁도 유모차에 아기를 싣고 가을 나들이를 나왔다.그 때마다 나는 손주 윤ㅇ이 생각이 간절하다.이젠 9개월로 접어드니 붙잡고 일어서서 사물을 만지기도 하고 모서리에 부딛힐까봐 눈을 뗄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지난 주말에 손주 보러 갔을 때 저희 고모 할아버지와 숨바꼭질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도 오후4시의 한강둔치길 풍경은 한가롭다.길엔 뱀 한 마리가 일광욕을 하다가 풀 섶으로 숨는다. 구부러진 길엔 까치 떼가 재잘거리며 햇볕을 쬐고 있다가 인기척에 푸드득 날아오른다.지렁이 한 마리도 일광욕을 하러 길로 나왔다.모든 생명이 가을볕을 즐기는 듯 하다.

 

 작은 연못엔 어미 오리들이 새끼오리들을 데리고 자맥질 연습을 시키고 있다. 석양에 은색 수술을 나부끼는 갈대밭이 그림처럼 펼쳐진 광경은 평온하다.둔칫길 가로등은 오수를 즐기고,멀리 팔당대교엔 지나가는 차량행렬로 분주하다.검단산은 능선 깃을 세운 채 서 있다.오후 4시의 둔치 풍경은 생각했던 것 보다 한가롭다.한강 모래톱에서는 왜가리와 물오리 몇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재잘거린다.둔치에 내린 가을 햇살이 살포시 풀 섶으로 숨는다.나도 풀 섶으로 숨고 싶다. (201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