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손주와 소꿉놀이 생각에 (하남 검단산)
* 2010.12.26 / 집(13:20)-창모루-유길준묘소 위 안부-전망대-정상-동남능선-삼나무숲-에니메이션학교-집(16:40)
주말마다 손주와 소꿉놀이하느라고 두 달 여 간 주말산행을 쉬었다.대신 평일 오후 늦게 짬을 내어 검단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그러나 오늘은 오전에 손주룰 친가에 보내고 오후에 검단산 소쿠리종주를 한다.한강 칼바람을 맞을 각오로 중무장을 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검단산을 함께 한다.열흘전 쯤 영하 15도의 날씨에 홀로 검단산을 오르며 흐르던 콧물이 생각났다.오늘은 그 날보다는 추위와 칼바람이 좀 덜한 편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만사 제끼고 산행하던 습관은 변화를 가져왔다.주말이 가까워지면 딸아이로 부터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이번 주말 스케줄을 묻는 전화다.사실 주말에 아내와 그동안 미뤄두었던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참이었다.그러나 대답은 엉뚱하게 손주를 볼 생각으로 "특별한 약속이 없다"고 나도 모르게 답한다.그러면 금요일 밤에 장난감 등 손주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우리집에 온다. 2박3일동안 우리는 손주와 소꿉놀이하며 즐거움을 맛본다.이제 11개월이 갓 넘은 손주는 일주일만에 만나면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어제는 목각 동물인형 10여 종류를 늘어놓고 동물이름 맞추기 놀이를 했다.토끼,말,돼지,강아지,코알라,펭귄 등 잘도 알아맞춘다.말은 하지 못 하는데 알아듣기는 하는가 보다.텔레비젼,냉장고,가습기,신발,옷,컴퓨터 등 10여 가지 이상의 사물도 제대로 알아맞추는 걸 보면 신기하다.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손주들이 천재인 줄 아는가 보다.
능선을 오르며 아내가 귀여운 손주의 손짓 흉내를 낸다."주세요'하는 손 짓이다.지난 주말에 아내 친구들 다섯명이 집에 놀러왔다.귤을 까먹으며 수다를 떠는 중에 윤슬이가 다가가더니 '주세요' 손짓을 한 모양이다. 귤을 까 먹던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귓전에 가득하다.
능선에 부는 한강바람이 매섭다.올해는 예년 겨울보다 기온이 더 내려간 듯하다.30여년만에 추위라던가.겨울 등산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무리한 등산은 골절과 피로를 동반한다. 그리고 특히 저체온증은 주의를 요한다.방한에도 주의해야 하지만 무리한 산행은 피해야 한다.천천히 오르는 산행 못지 않게 하산길을 더 조심해야한다.
검단산 정상을 내려서서 동남능선을 탄다.길이 완만하고 아기자기한 길이다.게다가 삼나무 숲이 빽빽하게 조림되어 있어 피톤치드를 맘껏 마실 수 있는 길이다.나는 이 길을 좋아한다.산객이 적고 사유하며 걷기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산을 내리며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몇 년간 굳어진 주말산행 습관이 손주 윤슬과 소꿉놀이하는 시간으로 변화했어도 나는 손주와 노는 것이 더 즐겁다.벌써 다음 주말이 은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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