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따라 구르던 아찔했던 하산길 (단양 두악산)
* 2010.11.07 / 상방리 단성지서(09:30)-단봉사-두악산-남봉-하선암아래 선암골가든(13:00)
낙엽따라 구르던 아찔한 하산길을 생각하기도 싫다.60도 급경사의 두려운 길이었다.완만한 능선길을 따라오다가 갑자기 길이 끊겼다.막무가내로 고난도 스키타듯 비탈을 탄다.단양 두악산은 그렇게 가랑잎 하산 체험을 안겼다.
서울을 출발할 때 부터 시야를 흐리던 안개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단양 두악산 들머리에 들어설 때 까지도 오리무중 정도는 아니지만 그칠 기색이 없다.오늘 기대하던 조망은 포기해야했다.대신 사유하며 걷기에는 이보다 좋은 날씨는 없으리라.일행에서 떨어져 호젓한 산길을 즐긴다.간혹 안개속에 비탈에 줄지어 서있는 나목들로 부터 스산함과 쓸쓸함을 본다.벌써 생을 다하다니.5월의 푸르름은 어디로 갔는가.엊그제까지도 붉은 단풍으로 매달려 있었으리라.지금은 낙엽으로 굴러 화려한 세월을 마감했다.그러나 나무들은 서럽지 않을 것이다.윤회처럼 내년 봄에 새 이파리를 또 돋울 것이므로.
스러저가는 계절처럼 초입의 단봉사는 빈티나는 작은 절집이다.요사채 토방엔 운동화와 고무신 서너 켤레가 어지럽게 널려있어 여느 절집에서 보던 단정함이나 정숙함은 없다.출입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어 아마 세심(洗心)을 끝내고 서둘러 휴식중인지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래기 몇 타래가 요사채 처마에 대롱대롱 매달려 산객들을 마중한다.시래기 동자가 500나한으로 현신했는가.정겹지만 겨울채비치곤 빈곤한 티가 역역하다.
두악산 (斗岳山 732 m ) 소금무지 정상에 서면 안개가 걷히길 소망해본다. 제비봉과 옥순봉,구담봉 그리고 말목산 사이를 산수화처럼 머무르는 충주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산길을 오른다.능선길을 버리고 희미하지는 않지만 거친 단봉사 뒷 길을 택한다.가끔 가시에 긁히면서 오르는 오솔길은 거칠다.가시에 찔리고 가느다란 떡갈나무 줄기가 얼굴을 때린다.그러나 안개속 나목들이 초연히 서 있는 모습에 홀리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재미는 있다.
안개사이를 헤집고 소금무지 정상에 섰다.산아래 세상은 안개로 덮여 있어 속살을 숨긴다.정상엔 돌탑과 소금무지 단지 세개가 묻혀있어 '두악산 소금무지의 영험'이라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양은 한강 상류에 위치해 있어 예로부터 산수가 수려하고 자연풍광이 빼어나다.옛부터 많은 시인 묵객이 단양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해 단양팔경(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구담봉, 옥순봉,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을 읊조린다. 이 팔경 중 하선암과 사인암이 바로 두악산 자락 끝머리에 있다.
일행은 정상행사를 서둘러 마치고 남릉을 탄다.덕절산으로 가는 중간 쯤 뒷들재에서 대잠리로 내리는 하산길이다.그런데 선두가 길을 뒷들재 못미쳐 남봉에서 서쪽 능선을 타는 바람에 결국 급경사 비탈길을 만나고 말았다.후미에 선 연로한 산님들이 걱정이 되었다.미끄러지고 엎어지고 구른다.낙엽이 켜켜이 쌓인 비탈에 모두가 스키선수가 된다.산행 경력이 많은 탓인지 일행 모두 큰 부상없이 비탈을 내렸다.누가 엉덩방아를 많이 찧었는지 등산복 바지에 모두 그 징표를 달고 있을 뿐 큰 부상자는 없다.다만 누군가는 하룻밤 자고 나면 삭신이 쑤셔댈지언정 정말 가슴조린 하산길이었다.
선암골식당에서 닭도리탕으로 점심을 들고 반경 6km안에 있는 단양팔경중 하선암,상선암,중선암 그리고 사인암을 차례로 둘러보는 관광을 하고 귀경길에 오른다.
1. 하선암 풍광
2. 상선암
3. 중선암
4. 사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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