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송'은 잘 있는지? (하남 검단산)
* 2010.10.05 / 집(15:05)-안창모루-유길준묘소-검단산 정상-동남능선-호국사-에니메이션학교-집(17:55)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발코니에 서면 검단산과 예봉산이 부시시 아침잠을 깬다.팔당에서 내려온 한강이 팔당대교를 중심으로 물안개를 피우는 모습은 장관이다.오늘은 일을 마치고 검단산을 다녀와야지 하고 맘을 먹는다.오랫동안 산 아래에서 만화천변(萬化千變)하는 산만 감상했지 입산한지가 꽤 오래됐다.
세한송(歲寒松)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지난 태풍 '곤파스'영향은 없는지? 숲 속은 늘 싱그럽다.날씨가 꽤 서늘해졌는데도 유길준묘소 오름길은 비지땀을 쏟게한다.아내는 2박3일 일정으로 교원대로 연수가고 나홀로 산행길이다.혼자 입산할 때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정상까지 산 아래에서 보통 1시간20분쯤 걸리는 시간이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더니 1시간5분이 걸린다.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자 한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세한송은 여전하다.굽어지고 휘돌아 감아진 모습이 풍상을 겪은 모습이다.검단산에는 이 세한송 말고도 여러 그루의 멋진 소나무들이 있다.이름하여 '삼지송(三支松)' 소나무도 있고, 100년을 넘은 수령의 소나무도 몇 그루가 산을 지킨다.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은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흐를 것이다.하늘은 청명하다.가끔 나무 이파리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가을을 싣고 내린다.
서봉엔 전망대 설치공사가 한창이다.산님들은 이곳에서 가끔 양수리방향을 조망하곤한다.멀리 정암산,해협산이 조망되고 그 넘어 산들이 겹쳐 파도일 듯 출렁댄다.평일이라 산객이 뜸하다.한적한 산길엔 동박새 한 쌍이 지저귀고,서울 하늘엔 가스로 차 있다.마현리 정약용 생가 마을은 아늑하게 한강물로 둘러쌓여 있다.평온하다.그리고 그윽하다.
산을 오르면서 노년의 삶을 생각한다.나의 노년은 '침묵'의 삶이었으면 싶다.침묵은 정숙을 요한다.요란스럽게 떠드는 삶보다는 그저 묵묵히 사물을 완상하며 조용하게 사는 삶 말이다.작은 것에 만족하고 주변에 소유하고 있는 내 것들을 하나 하나 버릴 것이다.추억도,꿈도 그리고 욕망까지도.그리고 오직 동심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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