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바람에게 물어봐,풍즐거풍이 뭐냐고? (서산 팔봉산)

천지현황1 2010. 8. 22. 18:48

-바람에게 물어봐,풍즐거풍이 뭐냐고?  (서산 팔봉산)

 

* 2010.08.22 / 양길리 마을회관(09:25)-1봉~8봉-서태사-서태사주차장(12:00)

 

산길을 걸으며 풍즐거풍(風櫛擧風)을 떠올렸다.선비들이 산에 올라가 상투를 벗고 산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남자의 심볼을 드러내어 볕에 쬐는 바람목욕을. 그렇다고 나도 여성산님들도 함께하는 산행에서 드러내놓고 옛 선인들의 피서법을 따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니 심볼 대신 종아리를 내 놓는다. 

 

 옛 선인들은 피서법에도 운치가 있다. 멋과 격이 있는 피서문화다. 탁족(濯足)과 풍즐거풍(風櫛擧風), 그리고 천렵(川獵) 등이 선조들이 즐겼던 피서법이다. 오늘 나는 서산 팔봉산 감투봉(1봉)능선에서 바람목욕을 하며 옛 선인들을 생각했다.내일이 처서인데도 땡볕은 30도를 훌쩍 넘는다. 사람 체온에 육박하는 찌는 더위다.서해 가로림만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달갑다.땀으로 젖은 몸을 말리기엔 제격이다.거기다 시원하기까지 하니 피서도 그만이다.이름하여 바람목욕을 하는 셈이다.

 

  

 

 4주간 여름방학을 끝내고 하는 첫 산행이다.여러 회원님들이 방학동안 산타기를 쉬었는지 힘들어한다.연로한 회원님들과 후미에서 동행하는 사이 아내는 자주 시야에서 벗어났다.부부산행 사랑거리 5m 안팍을 이탈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1봉에서 8봉까지 아기자기한 능선길과 암봉을 즐긴다.간간이 땡볕을 만나지만 그리 싫지 않다.능선에서 불어제끼는 바람이 서해바람을 몰고와 땀을 말려준다.산을 다니면서 이렇게 시원한 바람선물은 흔치 않다.날머리 서태사 계곡에서 아기 오줌줄기보다 조금 굵은 계곡물에 탁족대신 얼굴을 씻는다.농익은 올 여름더위는 이렇게 바람과 함께 사위어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