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이런 알바는 할 만 하군 '(경기광주 정암산)

천지현황1 2010. 10. 4. 10:21

-'이런 알바는 할 만 하군'  (경기광주 정암산)

 

 * 2010.10.03 / 귀여1리 마을(07:40)-정암산-종여울(10:40)-수청리(B팀)...A팀, 해협산-영동리 염치고개(12:40)

 

 

굵은 검정 산행로...처음 계획 산행로

빨강,파랑 산행로...실제 산행로

 

                                                                           

비가 온다는 예보에 산행지를 단양 수리봉 암릉 릿지 산행에서 서울 근교 정암산-해협산 종주로 바꿨다. 산행지 탓인지 비소식 탓인지 산행가족들이 20명으로 단촐하다. 산행일정을 소개하는데 꽤가 나는지,아니면 시간 단축때문인지 들머리를 분원마을에서 귀여리로 바꾸자는 의견에 여러 산님이 동조한다. 그 바람에 들머리가 귀여1리 마을로 변경이 되어 40분이나 산행 예상소요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나중에 톡톡한 댓가를 치른다)                                                                 

 

 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비를 내리지 않는다.다만 흐린 날씨에 꾸무룩한 모습이다.동네 어귀를 돌아 산길에 접어든다. 조용한 마을에 동네 개들이 불청객을 향하여 모조리 짖어댄다.풀냄새와 숲 냄새가 상큼하게 코를 간지럽힌다.

 

역시 숲 향은 항상 싱그러운 기운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 덥지도 않고 선선한 날씨가 산행하기에 좋다.산 능선길에 오르자 나무 사이로 간간이 남한강이 조망된다.그러나 시원한 조망처는 없다.멀리 양수리 두물머리가 보일 때 쯤 조각난 햇살이 살짝 얼굴을 내밀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숨는다.  

                          

 

 선두는 이미 정암산으로 달아나고 나는 후미 산님들과 함께 산을 오른다.산악회가 오래되다 보니 연로한 회원님들이 많다.갑자기 체력이 떨어진 산님들이 이젠 종주하는 산행을 많이 기피한다.그러기 때문에 산행 기획시 A,B팀으로 나누어 산행거리를 조정하는 일이 다반사가 된지 오래다.오늘 후미를 오르는 산님들 여러분이 이미 70대 중반이시다.그래도 매주 산행을 걸르지 않고 꼭 참석하시어 묵묵이 산행에 임하신다.

 

 

 

 정암산 정상에 오르자 선두팀은 이미 한산 소곡주 한 순배를 정상주로 돌리고 있다.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곧 이어 오늘 400회를 맞이하는 김ㅇㅇ회장의 축하인사와 함께 정상행사를 치른다.전 주에는 송ㅇㅇ고문의 700회 축하산행이 있었다지.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일정으로 그 때 불참했었다.회원 모두가 대단한 산행기록 보유자들이다.꾸준한 산행으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서 인지 회원님 대부분의 술 실력도 체력만큼이나 쎄다.

 

 정상행사를 마치고 선두가 큰 능선길로 내려간다. 회원들은 무심코 그 뒤를 따른다.내 불찰이다.내가 독도를 바르게 했어야했다.선두가 30여분 쯤 내려갔을 때 나는 이 길이 해협산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종여울로 내리는 길임을 알았다.그래서 선두팀을 다시 정암산으로 되올려 보낸다.해협산을 향해 가던 발걸음을 돌려 나는 B팀이 되어 종여울로 하산한다.너무 이른 하산이다.A팀과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10여명의 회원님들을 수청리로 안내한다. 수청리에 있는 큰 느티나무는 강가에 덩그렇게 서서 250년의 풍상을 겪은 채 늘름하게 서있다.

 

TV드라마 속의 명장면이 가끔 이곳에서 촬영이 되기도 한다.연인과 헤어지고 만나는 장소로 촬영된 곳으로 기억한다.

 

 수청호 배 한척이 강가에 떠 있다.강 건너 마을로 오고가는 연락선이다.유람선이 아니기때문에 선장님은 유람승선을 거부하지만 겨우 설득하여 강을 건너갔다 돌아왔다.계획에도 없는 유람이다.강바람을 쐬며 정암산을 올려다본다.멀리 양평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마침내 한 바탕 소낙비가 쏟아진다.우린 느티나무 정자에서 비를 피하는 데 해협산을 향하는 선두팀은 비를 맞았을 것 같다.선두팀과 통화하여 날머리 변경을 요청한다.큰청탄으로 내리지말고 하산시간 단축을 위하여 영동리 염치고개로 하산을 하도록 하고 버스를 영동리고개로 향한다. 

 

 영동리고개에서 A팀과 만나 양평온천에 들러 온천물에 몸을 담근다.다시 전주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주한정식(@14,000)으로 늦은 점심을 들고 퇴촌을 지나 귀가길에 오른다.한 순간에 유념을 하지 않은 산행길 안내가 오늘 회원님들에게 알바를 시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통에 남한강에서 유람선을 타 보는 기회를 가지긴 했지만.누군가 말했다.'이런 알바는 할 만 하군'

 

 

 

 

 

* 사진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