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발왕산 들풀탐사 (평창 발왕산)

천지현황1 2011. 8. 22. 13:47

 

발왕산 들풀탐사

 

* 2011.08.21 / 용평리조트 곤도라 탑승장(09:55)-곤도라 정상(10:12)-발왕산(10:35)-발왕재-용산리마을(12:40)

 

오늘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산악회에서 여름방학 4주를 쉬고 첫 산행을 하는 날입니다.산행지는 발왕산이네요.두 달여 기간 동안 들풀탐사만 한답시고 산행을 중단하다시피 했었답니다.오직 두 세번 산 정상을 밟은 것을 제외하곤 숲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기만 했지요.오늘은 청명한 날씨입니다. 처서가 가까워진 절기는 바람 속에 서늘함을 머금었습니다.벌써 양 속에 음의 기운이 서립니다.바쁘다는 아내를 설득하여 동행합니다.새벽에 준비하느라고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손녀,윤ㅇ이가 깨어 자동차키를 찾아들고 현관문 앞에 서서 우리를 재촉합니다.우리들의 대화 속에 6시엔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소릴 듣고 저도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손녀는 바깥 나들이를 제일 좋아합니다.그렇다고 산행하는데 동행할 수도 없어 딸을 깨워 돌보계하고 한 눈 파는 사이에 도망치듯 현관문을 빠져 나옵니다.제 집으로 떠날 때 배웅도 해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강원도로 향하는 차창에 어리는 산천은 푸릅니다.고속도로 휴게소 언덕에 노오란 달맞이꽃(아래 꽃 정명:큰달맞이꽃)이 대낮에 피어 있네요.

하늘에는 반 달이 떠서 우리를 따라 옵니다.

횡성휴게소에서 잠깐 쉬는 사이 휴게소에서 큰달맞이꽃과 애기메꽃을 만났습니다.다시 길을 달려 용평리조트에 도착하여 곤도라를 탑승합니다.

오늘 산행대장인 전대장이 방학 후 첫 산행이라 몸 풀기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기획했다네요.2005년2월 혹한기에 발왕산을 산행한 기억이납니다.당시 눈이 무릎 위까지 빠지는 길을 슬로프 옆을 헤치며 정상에 올라 고루포기산은 포기하고 그 때도 용산마을로 하산했었지요.

 

 잠시 곤도라에서 얘기꽃을 피우는 사이 곧 곤도라하차장에 도착합니다.운무가 몰려 왔다가 어디론가 몰려 갑니다.발왕산 정상이 1458m이고 이곳은 해발 1200~1300 여 m쯤 되니 기온이 급강하 하여 반팔 티셔츠 차림으론 추운 느낌이 듭니다.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1200여 m를 올라왔으니 오늘 산행은 사실 산행이 아닌 트레킹이네요.물론 필자에겐 들풀탐사 일정인 셈이지만.

 

 

 

  

 

 "와아~, 야생화천국이다".일행 중 앞서 가던 회원이 소리칩니다.노란 짚신나물꽃이 평원을 덮고 왜당귀와 흰진범이 보초를 섭니다.오리방풀이 거북꼬리를 한껏 치켜 올리고 꽃을 피웠습니다.참취도 뒤질세라 머리를 풀고 단풍취도 진딧물에 잎을 다 뜯긴 채 꽃대를 올렸네요.풀섶 속에 금강초롱꽃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사이 동자꽃도 뒤질세라 빼꼬롬이 얼굴을 내밉니다.3년 전엔가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금대봉에 간 적이 있었지요.그 땐 들풀과 친하지 않아 그저 이름모를 들풀들이 많이 피어있구나 쯤으로 생각하며 산행을 했었습니다.'아는 것 만큼 느낀다'고 그 땐 무지했던 탓으로 들풀을 즐길 줄을 몰랐지요.얼마나 깜직하고 귀여운 숲꾸러기들인가.디카에 자태를 담느라고 시간을 지체하다보니 일행은 벌써 멀리 달아났습니다.아내도 처음엔 도란도란 들풀 얘기하며 걷다가 어느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들풀들이 말을 건네와 발길을 빨리 할 수가 없습니다.오리방풀과 흰진범이 이웃하며 정답게 사는 들풀 숲을 지납니다.흰진범이 필자에게 말합니다."다음에는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만나요".마치 이산가족 상봉 후 서둘러 헤어지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요?

 

 

 

 된비알 같은 오름길이 있으면 일행들이 힘들어 할 때 뒤 쫓아 따라 잡을 수 있는데 오늘은 내림길 뿐이니 그럴 수도 없습니다.하는 수 없이 차량 탑승시간 때문에 서둘러 길을 내립니다.들풀탐사가 목적이 아니고 산행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단체산행을 이용하여 함께 왔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 들풀들과는 아쉬운 작별을 고한 채 산을 내립니다.그러면서도 고개는 연신 숲 속을 더듬고 있으니 진행이 빠르지 않습니다.화악산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여기서도 만나니 꽤 반갑네요.병조희풀도 병 목을 내밀고 바라봅니다.까치고들빼기도 꽃을 피웠습니다.덩달아 두메고들빼기도 옆 자리에서 노란꽃을 피웠네요.그들은 고들빼기 친척이라 가까이 사나 봅니다.날머리 못 미쳐 일행들을 따라잡습니다.동네 하천 길에 고마리,여뀌류가 땡볕에 꽃봉오리와 꽃을 만들어 피웠네요.물봉선도 노랑물봉선과 흰물봉선이 함께 살며 지나가는 산객을 바라봅니다.바람결에 빨간 개여뀌 꽃차례가 손이 되어 '바이바이'를 해댑니다.

 

 

 

         하산길에 만난 용산마을 허수아비(오른 쪽)

 

 

 

 

 

* 발왕산에서 처음 만난 들풀꾸러기

 

1 흰송이풀 (현삼과)

 

 

 

 

 

 

 

 

2 맑은대쑥

 

 

 

 

 

 

 

 

3

 

 

 

 

 

4 '터리풀' (장미과) / 11.08.09 화악산에서는 꽃은 못보고 잎만 봤음

 

 

 

 

 

 

5 노루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