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하염없이 걸었네 (서울성곽 낙산코스-창경궁-창덕궁)

천지현황1 2014. 1. 25. 19:25

하염없이 걸었네

 

 

독수공방하기가 젊은 여인만 힘든 것은 아닌가보다.지금쯤 아내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파타야에서 방콕으로 귀환중일 것이다.창 밖에는 겨울비가 찌질하게 내린다.간단하게 이른 점심을 때우고 배낭을 꾸렸다.서울성곽길 낙산코스나 한번 돌아볼까해서다.흥인문에서 전철을 내려 곧장 성곽길을 오른다.시나브로 내리던 비는 멈출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린다.묵언하며 걷던 길 위에 갑자기 연무가 끼며 마음이 심란해진다.처음부터 조망은 기대하지 않았다.그저 걷고 싶을 뿐,어떤 의도도 없었다.발길 가는대로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탈출하면 그만이다.

 

성곽너머로 달동네와 현대식 빌딩이 공존한다.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공생하는 듯하다.그러나 그 속에 사는 사람들도 상생하며 사는지 의문이 들었다.인간의 편의와 편리를 위해 생태는 또 얼마나 파괴되어야 할 것인가.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며 살고 있는 나 자신도 조금은 걱정이 된다.인간의 탐욕이 크면 클수록 생태는 여지없이 파괴될 것이다.어떤 의학도가 의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소회를 읽은 적이 있다.그는 의학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간과 바이러스가 똑 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둘 다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가 없고,자기가 몸 붙인 숙주를 파괴한다는 두 가지 이유를 얘기한다.동감이 가는 얘기이다.

 

낙산공원을 지나 어디메쯤에서 순간 성곽길이 끊긴다.동숭동 대학로로 내리선다.카페 통유리창엔 젊은 연인들이 이마를 맞대고 다정하게 창 밖을 내려다보고 있다.혜화역 마로니에공원에 서 있는 가시칠엽수(마로니에)도 나목이 되어 겨울을 나고 있다.서울대학병원안을 가로 질러 창경궁을 입장한다.

 

숲공부하며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창경궁도 겨울비를 맞고 있다.우리나라 궁궐엔 노거수들이 많이 보존관리되어 있어 숲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습관처럼 명정전부터 들리는 것이 아니라 궁 후원의 나무들의 안부부터 묻는다.제일 먼저 반기는 나무는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연리근이 되어 자라는 연리목이다.그 옆 들메나무도 여전히 큰 등치를 자랑하며 굳건하게 서 있다.쉬나무도 겨울눈을 내 보이며 인사한다.참느릅나무도 반갑다고 반기고 히어리도 잎눈을 내고 있다.옆 자리엔 병아리꽃나무의 앙증맞은 까만 열매가 비에 맞아 영롱하다.

 

춘당지 옆 백송은 여전히 미모를 자랑한다.춘당지 한 켠엔 원앙새 무리들이 놀고 있다.원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일부일처제가 아니라는 설이 있다.바람둥이라는 말일까.위대한 대자연은 원앙새에게 까지도 일부일처제를 강요하진 않았을 터.동물들은 우생학적으로 종족번식을 위해선 우량의 종자를 받아야 종족번식에 유리할 것이다.원래는 사람도 일부일처제는 아니었을 것이다.지금도 일부다처 또는 일처다부제를 하는 종족들도 있지 않은가.원앙이 쓸데없는 생각까지 비약시켰다.

 

창경궁 경내를 돌고 창덕궁으로 넘어갔다.인정전을 돌아 대조전에 들어섰다.대조전은 왕비가 거처하는 내전 중 가장 으뜸가는 건물이다.왕과 왕비의 침소가 있고 옆으로 수많은 후궁과 궁녀들의 방이 즐비하다.하룻밤 간택을 받으려고 구중궁궐에서 젊음을 썩힌 여인들의 처소라고 생각하니 좀 불쌍한 생각도 든다.후원을 돌아 돈화문으로 나왔다.발길은 종로로 향한다.(140125)

 

 

 

서울성곽길___낙산코스

 

 

 

 

 

 

 

 

 

 

 

 

 

 

 

 

 

 

 

 

 

 

 

 

 

 

 

마로니에공원

 

 

 

 

창경궁

 

 

 

 

               

                    느티나무와 회화나무의 한집살림 

 

 

 

 

히어리

 

 

 

 

 

 

 

 

병아리꽃나무 열매

 

 

 

 

참느릅나무

 

 

 

백송

 

 

 

 

 

춘당지

 

 

 

 

 

 

 

 

 

 

 

 

 

다래 겨울눈

 

 

 

 

섬기린초

 

 

 

 

 

 

 

담팔수

 

 

 

 

 

 

 

구골나무

 

 

 

 

 

 

 

까마귀쪽나무 / 제주도에선 이 나무를 '구름비'라고 부른다

 

 

 

 

 

 

 

 

우단일엽

 

 

 

 

 

 

 

유자나무

 

 

 

 

 

 

 

 

 

 

 

 

 

 

 

 

 

 

 

 

 

 

 

 

 

 

 

 

미선나무

 

 

 

 

 

 

 

 

 

 

 

 

 

 

 

 

 

 

 

 

 

 

 

 

 

 

 

 

 

창덕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