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 211010 ... (7탄)
* 집출발(00:30) ... 소공원(03:00)-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18:30) ...
집도착(23:00) ... 20.1 km
10월 연휴마다 하늘은 설악 방문계획에 훼방을 놓는다.어제 토욜에도 설악엔 비 예보가 들어 있고 오늘은 오후 4~5시경에 간헐적으로 1mm 정도의 비 예보만 있어 일요일로 입산 날짜를 손주들과 조율했다.큰 넘은 작년 10월에 공룡능선을 한 번 다녀 온 경험이 있고,금년 8월엔 대청봉을 올라 본 경험이 있다.작은 넘은 초등길이다.그래서인지 작은 넘이 많이 설레는 모양이다.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이러한 산행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으랴.바보가족산악회 회원 여섯 명 중 네 명(두 명은 다섯 살 쌍둥이들이라 아직 설악은...)이 이렇게 뭉쳤다.
눈을 붙이려고 자리에 누웠으나 정신만 말똥하다.자정넘어 설악으로 출발한다.단풍철이라 주말엔 새벽 3시 이전에 소공원에 도착해야 주차장 빈자리를 얻을 수 있다.도착후 30여분 주차장 줄을 기다려 한 자릴 얻었다.소공원 광장에 들어서자 밤하늘엔 별굿판이 벌어져 있다."얘들아,북두칠성 찾아봐라."한참을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소공원 광장에는 반딧불이도 있나보다.뒤돌아보니 헤드랜턴 불빛 순례가 볼 만 하다.마등령으로 이어지는 설악 입산 초입에선 20여 분이나 병목현상이 나타나 정체를 겪는다.말 그대로 인산인해다.젊은이 낡은이 할 것 없이 공룡능선을 타기 위해 몰렸다.설악 공룡 타보는 것이 산행인들의 로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세월을 훔치지도 않았는데 나이만 먹어버렸다.10여 년 남은 인생은 짧다.꽃 피고 지는 봄 날을 몇 번이나 더 즐길 수 있을까.설악 공룡 10회는 가능할까.몇 년 전부터 '10년만 더 건강하게'살고 싶다는 소망을 입버릇처럼 달고 주문을 외워댔다.여생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우물쭈물하고 싶지 않다.
마등령삼거리를 지나 공룡능선을 타기 시작하자 비는 간헐적으로 뿌려댔다.맑은 날 조망을 손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늘을 택했는데 산악기후는 기상청도 정확한 예보는 어렵나 보다.지나 온 세존봉도 안개에 녹고 천화대 산마루금도 검은 먹구름에 쌓여 어둠 속을 헤멘다.1275봉은 난공불락 성벽처럼 막아선다.또 다시 교차산행으로 병목현상으로 한참을 정체한다.손주들은 공룡능선을 타면서 산객들로부터 수십번은 파이팅 격려를 받은 것 같다."우리는 초행인데 너흰 이렇게 어린 나이에 공룡을 타면 히말라야도 가겠다"는 등 여러 격려의 말을 듣고 "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손주들도 한껏 자존감을 높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어느 쉼터에서는 단체 산행객들로부터 "우와,대단하다"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요란하게 받기도 했다.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의 멋진 풍경은 물 건너갔다.갑자기 몰아치는 강풍과 비바람으로 인증샷 하나 남기기에도 위험했다.바로 서 있으면 날려갈 듯한 바람때문에 내가 손주들의 팔목을 꽉 잡고 한참을 버텨야 했다.무너미고개를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내린다.길을 내리며 작은 넘이 하는 말,"설악 공룡능선 타는 것 별 것도 아니네.작년에 누나와 함께 올걸." 괜히 쫄았다는 산행담을 듣고 웃는다.
손주들 호연지기를 길러준다는 핑계대고 내 인생에서 공룡능선을 일곱번 넘었다.설악으로 몰린 산객들과 불순한 날씨 탓에 15시간 30분이나 소요(작년 10월엔 12시간25분 소요)되어 힘든 산행이 되고 말았다.작은 넘은 내년 10월에 할아버지의 여덟번 째 공룡능선 산행에 동행해 준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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