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검단산 241221

천지현황1 2024. 12. 21. 23:01

검단산 241221

 

* 하남검단산역(08:35)-호국사-검단산 정상-서봉-유길준묘소-안창마루(11:45) ... 8km

 

어젯밤 사소한 일로 아내와 언쟁을 했다.서재에서 춥게 잔 탓인지 일찍 깼다.아침식사를 드는둥마는둥 한 술 뜨고 홀로 배낭을 둘러맸다.검단산 안창모루 숲정이에 닿자 난분분 난분분 날리던 하늘나라 선녀들도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다.

 

입산길에서 '내가 뭘 잘못했지?' 온통 어젯밤 아내가 갑자기 화를 낸 이유를 찾아봤지만 도통 알수가 없다.나는 유난히도 공감능력이 없다.나는 항상 일생을 현실과 이상의 경계인으로 살아왔다.오늘따라 왠지 그녀의 화내는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도 침묵시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미끄러운 산길을 오른다.5부능선쯤 될까.30년도 넘은 노거수 소나무 한 그루가 밑동이 파헤쳐진채 널브러져 있다.한 달 전 첫눈 폭설로 말미암아 넘어진것이렸다.여기저기 잔가지가 꺾인 소나무들이 간혹 눈에 띈다.

 

오름길에 숨이 차다.아직 건강이 완전하게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은 모양새다.그제부터 산을 찾기 시작하여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호흡이 불규칙하구나.하산길에 많은 산객을 만난다.오늘은 특히 단체 산객들이 많다.내림길에서 검단선사가 마을 학동과 고누를 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한강을 바라본다.

 

요즘 읽는 김진명의 소설,<예언>은 1983년 9월1일 269명의 승객을 태운 대한항공 007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의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그 사고로 누이동생을 잃은 주인공격인 최지민의 끈질긴 복수 일념이 그려진다.줄거리는 차치하고 소설속에서 주인공은 문선명을 미국 감방에서 만난다.둘은 친해지고 나중 출소하여 문선명의 부인 한씨에게 묻는 말이 생각났다."혹시 사모님께서는 선생님하고 부부싸움을 하십니까?" 부인은 웃으며 "싸우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요?"라며 "우리 부부도 남들과 똑 같아요.하느님도 부인이 계신다면 자주 싸우실거예요." 김진명은 이렇게 부부싸움은 약방의 감초처럼 표현하고 있었다."푸하하." 주인공은 총각으로 어릴 때 부모를 잃어 고아로 자랐기에 부부싸움을 전혀 모르며 성장했을텐데 작가는 왜 이 장면을 소설에 집어넣었을까.작가의 실수일까.역시 소설은 허구가 맞는 것 같다.작가는 소설에서 화해와 용서를 키워드로 암시하고 있지만 소설의 제목, <예언>은 문총재의 2025년에 남북통일이 된다는 예언으로 소설을 끝맺는다.바로 내년이 아닌가.   

 

안창모루 '노적봉'음식점에 들러 홍어탕 한 그릇을 비운다.예전같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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