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의 '판전'과 홍매화 250326
한 달전에 제주로 이사간 친구가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온다는 전갈이 왔다.봉은사에서 만나 명상의 길을 걷고 난후 점심식사를 할 요량으로 약속을 잡았다.그에게 완당 김정희 선생이 쓴 봉은사 편액 글씨 '板殿'을 보여주고 싶었다.
봉은사 판전은 1856년 봉은사의 영기스님이 '화엄경'을 손수 베껴 쓰고 이를 목판으로 만들어 인출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 화엄경 목판을 보관할 전각으로 지은 건물이 판전이다.(유홍전 지음,완당평전2권,p.760에서 인용)
이 편액 글씨를 완당 김정희 선생에게 부탁한 것이다.당시 완당은 병중이었다.판전 글씨에 낙관을 보면 '七十一果病中作'이라고 했다.칠십일세 과천에 사는 사람이 병환중에 썼다는 뜻이다.세간에 전하기로는 이 글씨를 쓰고 3일만에 완당은 세상을 떴다고 전해지고 있다.이 글씨가 그의 마지막 혼을 다하여 쓴 글씨가 되었다.친구가 본 순간 하는 말이 "어찌 좀 서툴게 쓴 것 같아".서예 초보 글씨 같다는 얘기다.아마 극과 극은 통하는 것 같다.병환중에 온 힘을 다해 쓴 천진난만한 글씨임에 틀림없다.단순 명료한 것은 복잡다단한 것을 다 체험하고서야 나오는 이치와 같다고 본다.
판전을 지나 봉은사 명상의 길에 접어들자 홍매화가 봉은사의 봄을 노래한다.갑자기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가자 진달래,개나리,매화,목련이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툭툭 터졌다,명상의 길 쉼터에 자리잡고 한 달간의 제주생활담을 듣는다.제주에서 한 달살기를 두 번 해보았기에 제주의 한라산과 곶자왈 그리고 오름과 올레길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선정릉 가는 거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어 선정릉 산책에 나섰다.친구와 도란도란 능을 산책하니 우정이 새록새록 돋아난다.못다한 얘기는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잔을 앞에 놓고 이어진다.비행기 출발시각에 늦지 않도록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후일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마음은 서운하다.
봉은사
선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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