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검단산 /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260326

천지현황1 2026. 3. 26. 19:41

검단산 /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260326

 

* 하남검단산역3번출구(10:05)-호국사-곱돌약수터-헬기장-서북능선-애니메이션학교 부근 식당(13:15) ...하남검단산역 ...6 km

 

요즘 읽고 있는 책이 흥미롭다.<나무의 일생 사람의 마음>(신준환 지음)이다.나무의 일생을 성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키우자는 저자의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나무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하면서 나무와 같이 사람은 순박하다고 했다.숲 공부를 해 본 사람으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오늘도 검단산에 입산하면서 먼저 나무를 본다.들머리에 들어서자 일본잎갈나무숲이 아직은 나목으로 겨울나무숲이다.등로엔 잎갈나무 칩엽수낙엽이 융단처럼 폭신하게 밟힌다.

 

인간이 자연과 교감한다는 것은 위대한 자연 중에서도 특히 식물과 교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식물 중에서도 나무와 교감한다.나무는 옛부터 숲의 정령이라 했다,헤르만헤세도 '나무는 삶의 한 전범으로서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매개체로 특정'하기도 했다.아마 이처럼 나무는 인간으로 하여금 창조적인 사유를 낳기에 충분하다.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른다.

 

친구와 둘이서 도란도란 담소하며 걷는 길이라서 지루하지 않다.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검단의 봄을 알린다.김유정은 <봄봄>에서 이 생강나무를 동백꽃으로 표현했다.그래서인지 독자들은 동백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

 

곱돌약수터에 도착해 하남 시내 방향을 바라보니 미세먼지가 많아 시야가 흐리다.오늘은 정상을 탐하지 않기로 했다.지금까지 산행하며 정상을 고집하지 않은 사례가 거의 없는 듯하다.죽기살기로 정상까지 올라야 산행을 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끙끙대며 오른 정상들이다.여성 산악인,남난희의  저서 <낮은 산이 낫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전설의 산악인이 산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와  진정한 산의 의미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그녀는 지리산이 되었다.

 

서북능선으로 내린다.일본잎갈나무숲에서 숲의 천이를 본다.교과서에선 숲의 천이가 200년만에 일어난다고 해설한다.오늘 본 일본잎갈나무숲에 소나무 치수가 여기저기에서 자라고 있었다.이대로라면 숲의 천이는 50년만에도 일어날 것 같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긴 소로를 내린다.들머리 다 와서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 소나무라고 동정한 치수들을 살폈다.언뜻 보기에 스트로브잣나무 수형을 하고 있기에 바로 동정에 들어갔다.바늘잎이 세 개일거라고 생각하며 바늘잎을 따서 세어보니 5개로 잣나무 치수다.산등성이에 서 있던  나무들이 소나무 성목이 아니고 잣나무들이었던거다.'오호라',요즘 숲공부를 게을리 했더니 소나무와 잣나무도 구별 못하다니.안도현의 <무식한 놈>이라는 싯구가 생각났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 나여,나는 너하고 절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