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제비봉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비경 (구담봉/옥순봉/제비봉)

천지현황1 2005. 7. 29. 15:44

-제비봉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비경  (구담봉/옥순봉/제비봉)

↗ 제비봉정상에서 바라다본 충주호와 구담봉과 옥순봉(좌) 동산, 가은산 멀리 금수산(호수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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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2.12 (토) / 나홀로

*산행지   :    충주 구담봉(303m)-옥순봉(286m)-제비봉(721m)

* 계란재 매표소(11:15)-구담봉-옥순봉-원점회귀(13:45)

  장회나루 제비봉 매표소 (13:50)-제비봉-원점회귀(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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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봉 오름길에서 바라 본 장회나루

 

무릇 여행이란 필자의 경험으론 세상 속의 삶으로부터 무작정 도망쳐야 그 맛이 새롭다.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자는 방랑의 기쁨과 모험심을 가지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길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상을 훌훌 털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하는 나 홀로 여행은 한편으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한번 해 보면 그 재미도 쏠쏠하다. 계획되지 않은 여행 스케줄은 무모한 듯해도 여유와 느림의 미학도 따른다. 뿐만 아니라 문득 마주치는 여행지의 경치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은 신선한 감동을 주고받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 하여 정처 없이 떠날 땐 나도 모르게 핸들이 충주지방으로 꺾인다. 충주호 드라이브 길을 지나며 수안보나 단양으로 또는 박달재를 지나 강원도 내륙지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산행은 여행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산행 목적지를 정해놓고 들머리도 알아 놓아야 고생을 하지 않는다. 유명한 산이면 산행객 들이 많기 때문에 졸졸 따라 가면 쉽게 들머리를 찾지만 지방의 산, 그중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산을 찾게 될 때는 들머리 찾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 년말에 공작산 들머리를 찾을 때도 고생한 경험이 있다. 산을 다녀 본 경험으로 들머리를 잘 모를 때는 무조건 능선을 향하여 가시덤불 길을 헤치고 올라서면 등산로로 연결이 된다.

 

 일년여 전에 장회나루까지 아내와 드라이브를 와서 유람선을 탄 적이 있었다. 유람선상에서 바라본 구담봉, 옥순봉과 투구봉 그리고 제비봉의 산세와 충주호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렸던 기억을 새겨 두고 있던 차에 갑자기 생각이 나 아내는 학교개학이라 나홀로 집을 나선다. 구정 연휴 끝이라서인지 동서울 톨게이트를 지나는 차량들이 그리 많지 않다. 호법에서 영동선으로 가다가 여주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다. 서울에서 충주까지 한시간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수안보방향으로 가다 다시 월악 계곡, 단양 방향의 36번 국도를 타고 간다. 구담봉/옥순봉 들머리인 계란재 매표소엔 예닐곱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임도를 따라 조금 걸으니 편안한 나지막한 길이 앞장선다. 1.5km쯤 걸으니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먼저 구담봉으로 향하니 장회나루에 떠 있는 유람선과 비취 빛 충주호의 모습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구담봉(303m)은 해발은 낮지만 수직바위 길을 올라야 정상에 설 수 있다. 쇠 파이프를 박아 쇠줄로 연결해 놓아 남자 산객들은 쉽게 오르는데 여자 산객 일부는 망설일 수 있는 코스다. 구담봉 정상에서 투구봉과 제비봉 사이 호수를 바라보며 컵라면과 캔 막걸리로 점심을 때운다. 아름다운 비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데도 막걸리 맛은 비경 때문인지 그져 냉수 같다.

 

 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옥순봉을 향한다. 옥순봉 가는 길은 솔잎과 전나무 잎이 지난 가을 낙엽 되어 길에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밟는 감촉이 좋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솔길을 걷는데 나뭇가지에 낯익은 용어 ‘한국의 산하’ 표찰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반가웠다. 지난 11월에 나도 회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더 반가웠으리라. 2주전 검단산-용마산 하산길에 광지원으로 내려가는 작은 산봉우리를 오르는데 눈을 맞으며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를 자주 올리시는 ‘여여’님의 명찰을 만난적도 있다. 그 때도 반가웠다. 구담봉이나 옥순봉은 유람선을 타고 올려다보아야 그 경관이 빼어나다.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 군수를 10개월 정도 하셨는데 단양 팔경을 구경하고 특히 구담봉 장관을 보고나서 “중국의 소상팔경이 이 보다 나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옥순봉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발길을 처음 들머리로 돌린다.

 

 차를 다시 장회나루 주차장에 세우고 제비봉 들머리를 들어선다. 불자들이 108배하는 심정으로 계단 길을 오른다. 초입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그래서인지 땀이 여름 등산 때처럼 흐른다. 능선에 올라 뒤를 돌아다보니 아~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잇 사이로 새어 나온다. 구담봉 옥순봉이 좌측으로 자리를 잡고 우측엔 투구봉이, 투구봉 너머로는 가은산과 동산이 자릴 잡고 멀리 금수산이 우뚝 그 위용을 자랑하는데 그 가운데를 굽이굽이 충주호가 옥색으로 비취빛으로 물감을 풀었다. 조금 오르다 또 뒤돌아 본 충주호는 바로 진경산수화다. 높이 오를수록 뒤 돌아 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다리가 아파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오르면 오를수록 자꾸 나도 모르게 뒤 돌아서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내와 같이 하지 못해 더욱 아쉽다. 그래서 더욱 셔터를 눌러대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이 내 마음을 알아줄까?

 

 제비봉 가는 길은 험난하다. 육산이 아니고 바위 능선을 많이 타야하고 능선 길가엔 낭떠러지가 수직으로 되어 있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치 구경한다고 잘 못하다간 구천인지 황천인지 구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오르며 눈을 좌로 돌리면 온 산자락이 암릉이면서도 풍우에 오랜 세월 연마된 기기묘묘한 만물상이다. 또 우로 돌리면 멀리 월악산의 영봉이 형제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한 시간 20분 만에 제비봉 정상에 섰다. 매표소 관리인이 왕복 세 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다.  절경과 비경에 마음을 빼앗겨 천천히 올라와서 시간이 꽤 걸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산과 호수는 더욱 아름답다. 연휴 끝이라서인지 산객도 부부 두 쌍만 만났을 뿐 한적하기만 한 산행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도 제비봉 정상에서 본 산수화와 능선 암릉의 모습들이 오버랩 되어 즐거운 산행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또한 다음 산행지 목록에 제비봉에서 본 금수산을 첨가하기로 마음먹었다. (2005.02.12)

 

*산행사진 모음
 

들머리-계란재매표소

  

↗↙ 구담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충주호

  


  

↑↓ 구담봉 정상에서 바라본 충주호

  

중식메뉴-컵라면과 캔 막걸리 한통

  

멀리 보이는산-월악산

  

 

잘 안보이나 '한국의 산하'명찰

  

옥순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월악산

  

기암절벽의 석순이 아름다운 옥순봉

  

옥순대교 - 대한민국 지도 같지 않나요? 옥순대교는 38선?

  

제비봉 매표소

  

제비봉 4부능선에서 바라본 충주호와 구담/옥순봉

  

  

  

제비봉의 아름다운 암릉들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