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산 꾼들이 얘기하는 삼각산 의상능선 (삼각산 2)

천지현황1 2005. 7. 29. 15:59

-산 꾼들이 얘기하는 삼각산 의상능선 (삼각산 2)


----------------------------------------------------------------

* 2005.02.26 (토) / 나홀로

*산성매표소(09:30)-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  봉-비봉-기자촌-구파발 전철역(15:30)

----------------------------------------------------------------


 

▲ 들머리에서 바라본 우뚝 솟구친 의상봉, 용출봉

 

▲의상능선 용출봉 넘어 멀리 우측으로 바라보이는 사모바위, 좌측능선의 할매바위 (보물찾기)

 

▲ 뒤돌아 본 우람한 봉우리 용출봉


 

▲ 용출봉을 닮았나요?---어림없지요?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자연의 축경' 산수경석 한점

 

 

▲문수봉에서 바라본 사모바위,비봉 그리고 멀리 보현봉

 

 

▲의상능선에서 만난 산봉우리들

 

▲문수봉에서 바라본 사모바위와 비봉

 

▲하산길에 뒤돌아본 보현봉과 비봉 
 

  꾼 들이 말하길 삼각산의 의상능선 길은 삼각산 산행의 백미라고도 하고, 의상능선을 설악의 공룡능선에 비유하기도 한다. 삼각산을 십수 차례 오르면서도 의상능선은 늘 바라다보며 능선이 아름답다는 생각만 간직한 채 언제 한번 그 길을 가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 두기만 했다. 물론 옛날에는 의상능선이 개방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아침 08:00에 올림픽공원 역에서 구파발까지 한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탑승은 지루하지 않다. 배낭 속에는 법정 스님의 문고판 <무소유>가 늘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스님의 세상에 출간된 수필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무소유(無所有) 수필집은 멀리 등산 할 때마다 손쉽게 꺼내 읽기 때문에 10회독 이상 하여 수필 제목만 보아도 대강 글 내용을 알 수 있을 듯싶다. 그러나 보고 또 보아도 항상 새롭다.  스님은 수필에서 가끔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의 글을 인용하는데 당신께서 읽은 책 중에서 두 권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어린왕자>를 꼽으신다. 스님 덕에 산을 다녀오면 가끔 서가에서 <어린왕자>를 꺼내 몇 번 다시 읽어보곤 한기억이 있다.

 

 구파발역에 도착하여 북한산성행 버스로 갈아탄다. 산성 행 버스엔 산객들로 만원이다. 백화사 입구에서 5-6명의 산객이 하차하고 모두 종점에서 내린다. 산성매표소에서 표를 사자마자 모두 왼쪽 길 백운대 방향 길로 접어들고 나홀로 의상봉 가는 소로를 따라 들어선다. 아마 의상봉 가는 산객들은 바로 한 정거장 전 백화사 입구에서 내린 모양이다. 그렇게 홀로 호젓한 의상봉능선 산행은 시작된다.

 나중에 알았지만 의상봉가는 들머리는 일반적으로 백화사 입구에서 시작한다. 아니면 대서문까지 가서 대서문 성벽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러나 산성매표소에서 우측으로 난 이 소로가 호젓하여 마음에 든다. 산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조용한 산길을 오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뚝 솟은 봉우리가 가로 막더니 쇠줄과 쇠파이프 난간이 나타난다. 바위 길이 미끄럽다. 단단히 쇠줄을 잡고 당기며 오른다. 한참을 오르니 앞서 가는 부부 산님이 길을 내준다. 아마 여성이 오르기는 길이 꽤 힘든 코스일 듯싶다.

 

 을 들어 왼편을 바라보니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가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있다. 오를수록 눈이 쌓인 길이 미끄럽다. 의상봉 능선 가는 길엔 슬랩 구간도 많고 릿지 구간도 많다. 의상봉 능선 산행이 북한산의 백미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아슬아슬한 릿지 산행의 재미와 좌우에 펼쳐지는 봉우리들의 장관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으리라. 

 의상봉가는 길에 만난 쌍둥이바위는 자연이 내린 조각 작품 같다. 백화사 쪽에서 올라오는 산님 한 분을 만난다. 서로 인사를 건네고 조심조심 미끄러운 암릉 길을 오른다. 일산에 사시는 분으로 의상능선이 좋아 여러 번 이 코스를 오르시는 산님이었다. 초행길을 이 산님이 잘 인도해주어 어려움 없이 드디어 의상봉 정상에 섰다.

 

 

 조망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오른 쪽 매봉(응봉)능선도 아름답다. 왼편으론 염초봉, 백운대가 우뚝 솟아 있고, 정면으론 용출봉, 용혈봉, 나한봉이 열을 지어 내려다 보고 있다. 특히 용출봉의 생김새는 우람하다. 용출봉에서 바라보는 노적봉의 바위성채는 아름답다 .의상능선중  용출봉에서 사방을 전망하는 조망은 일품이다. 저 멀리 문수봉이 빼어난 자태로 자리하고 사모바위가 비봉을 뒤로하고 하늘금을 살짝 비켜 앉아있다.  
  아~우리의 산하가 이렇게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산하를 가까이 둔 서울 시민 아니 우리 국민은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우리 산님 들은 더욱 많은 복을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 무학대사가 북한산에 올라 한양을 조선의 수도로 천거하고 현재까지 600여 년 동안 서울의 소임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충청 연기-공주지방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나라 안이 시끌벅적하다. 위헌 소지로 헌법 소원 판결까지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가 윈-윈 하는 합리적인 처리가 요청되는 일이다. 세상만사가 한 쪽에서 이득을 보면 다른 한 쪽에선 손해를 보는 제로 섬 게임이 일반적이지만, 서로 한 발 양보하면 서로 이득을 보는 지혜도 있을 것이다.

 

 용출봉, 용혈봉 오르는 길도 눈 길 암릉길로 험난하다. 피아노 바위를 내려가며 악보도 없이 건반을 두드린다. 국녕사 야외 부처님은 가부좌를 트신 채 참선 자세로 뒤돌아 앉아계신다. 아마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일체의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불교용어)를 설법하시고 정(定)의 경에 드신듯하다.

 조심해서 산을 내려오는데도 몇 번의 엉덩방아를 찧는다. 문수봉에 올라 아름다운 조망을 하고 비봉을 거쳐 기자촌으로 하산한다. 일산에 사시는 산님과 의기투합하여 통성명을 하고 의상봉에서 부터 하산 길 내내 동행을 한다. 기자촌 어느 허름한 순대국밥 집에서 참이슬 한 병과 순대국밥을 안주로 하산주를 들며, 삼월 초순 어느 토요일에 서로 연락하여 여성봉, 오봉을 함께 산행하기로 약조하고 구파발역에서 아쉬운 작별을 한다. 오늘 의상봉 능선의 미끄럽고 아슬아슬한 릿지산행은 산에서 만난  후덕한 산님과 함께 한 더욱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었다. (2005.02.26)

 



  

▲ 의상봉 정상에서 바라본 백운대, 노적봉의 단애- 곧 봄이 오면 이 계곡에도 진달래 쩔쭉꽂의 향연이 벌어질 날도 멀지 않을 듯...

 


 

▲하산 길에 바라본 의상능선 봉우리들 (가운데 능선), 첫번째 능선은 매봉(응봉)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