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날 겨울을 떠나보내며 -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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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05 (토) / 나홀로
*송추입구(09:30)-송추매표소-송추3교-포대능선-자운봉-오봉-여성봉-송추 남능선-오 봉 매표소-송추입구(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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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산행 길을 꿈꾸며 송추계곡을 들어선다. 오늘 따라 산새들의 재잘재잘 합창소리는 들리지 않고 적막강산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훨훨 지상으로 여행오고 있다. 계곡이 눈으로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된다. 산길을 걷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청량감을 더해 준다. 눈 쌓인 계곡 길 눈 속은 빙판 길이다. 그러나 동화속의 나라를 거니는 것 같은 환상을 느낀다.
산을 오르며 여러 상념들이 교차한다. 우리 조상들, 가깝게는 조선시대의 선인들은 산에서 자연 풍광과 풍류를 즐겼다. 우람한 산봉우리와 기암괴석을 화폭에 담기도 하고 계곡에 흐르는 옥류에 발을 담그고 멋진 시조 가락을 읊조리기도 했다. 아마 자연과 하나 되어 가슴을 열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모습이 아롱져온다.
그러나 요즘은 서구의 알피니즘(흔히 등산을 일컫는 말이지만, 특히 근대적인 스포츠 등산을 일컫는 용어)의 도입으로 산(山)이 등산의 대상이 되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든 곳을 향하여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은 계속된다. 그리고 성취감을 즐긴다.
산은 인간의 지친 삶에 휴식을 주기도 하고 재충전의 장으로
활용하는 최상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필자의 생각으론 ‘산은 정복의 대상은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도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자연을 어머니의 품으로 느끼고 대할 때 인간에게 관용과 화해 그리고 겸손을 가르칠 것이다.
숲 속에 들어서면 세간의 번뇌 망상이 춘삼월 눈 녹듯 사라진다. 머리가 상쾌해지고 모든 이기심이 사라진다. 우주적 존재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내 몸을 순환하며 바른 생각을 갖게 한다.
‘천지영기아심정(天地靈氣我心定)’
(천지의 신령스런 기운이 내 마음을 선정에 들게 한다.)
특히 숲 속에서의 명상은 으뜸이다. 산길을 걸으며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은 명상이 삶의 에너지를 증진시키고 정신 건강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일상생활에 집중력을 높여주는 사실을 체험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그리고 자연을 통하여 직관력을 배우고 인간성 회복을 이루기도 한다.
어느덧 발길은 사패능선을 뒤로 하고 포대능선 위에 섰다. 흩날리는 눈 속에서의 호젓한 산행이다. 포대능선에 서니 눈도 그치고 갑자기 산객이 많아 졌다. 회룡 방향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이 많다. 포대능선에서 바라보는 기암괴석과 설경은 황홀하다. 가깝게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이 그 위용을 나투며 우뚝 솟아 있다.
자운봉을 돌아 오봉과 여성봉으로 향한다. 바라보는 산 그림은 아름답다. 오봉 가는 길에서 돌사자를 만나 사진 한 컷 찍겠다고 얘기를 건넨다. 소나무 가지위에 핀 설화가 곱다. 급히 봄소식을 전하려 송화(松花)대신 설화(雪花)를 피웠구나. 오봉은 눈으로 치장하고 산객을 맞이한다. 오솔길을 내려가며 자꾸 오봉능선에 눈길을 준다. 가다가 다시 덤불을 헤치고 전망 좋은 너럭바위에서 오봉을 바라본다. 산길을 조금 내려오니 여성봉이 기다리고 있다. 그림으로 많이 보아 왔던 거시기를 과감하게 내놓고 들어 누어있다. 중년 남자 산객이 한마디 한다. “허~ 그것 참 묘하게도 똑같네.”
산을 내려가며 봄기운을 느낀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남녘엔 홍매화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며 화신(花信)을 띄웠으니 도봉산과 삼각산에도 봄의 화신(花神)은 곧 향연을 벌일 것이다. 그러고 나면 목련꽃 터지는 소리 들을 날도 그리 멀지 않으리라. (2005.03.05)
▼ 자운봉
▼오봉에서뒤돌아본 도봉산,우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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