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산행 사랑거리는 5m 안팎 ? (양주시 불곡산)

천지현황1 2005. 8. 2. 15:27

                -산행 사랑거리는 5m 안팎 ? (양주시 불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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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23 (토) / 아내와 함께

*양주시청(09:55)-여우고개-불곡산 정상(상봉)-상투봉-임꺽정봉- 암릉지대-약수터-대교아파트(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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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는 한달에 한번 맞는 토요 휴무인 날은 좀 먼 여행길을 나서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맘속에 이미 경기도 양주시 소재  불곡산(佛谷山) 산행을 계획 했던 터라 그곳으로 가자고 설득한다. 어제 밤 저녁식사 후 올림픽공원 산책길에서 아내는 직장에서 들었다는 ‘신 칠거지악(新 七去之惡)’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내 간은 아직은 쪼그라들지 않았다. 오늘 산행은 불곡산으로 결정한다. 

 요즘은 여권 신장이 많이 되어 남녀평등을 능가하여 여성 상위시대 같다. 초등학교 남학생이 여학생한테 두둘겨 맞지를 않나, 남녀 공학 대학에서도 학생회장이 여학생이 당선되는 사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세상이 되어서인지 재미있는 ‘신 칠거지악’ 얘기가 우스개 소리로 구전한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아내가 다른 남자와 채팅해도 남편은 모르쇠로 일관해야한다”나. 또 “아내가 바깥에서 애를 낳아 데려와도 질투하지 말아야한다”나. 허~참. 세상 오래 살고 보니 별스런 이야기가 회자된다. 아니면 이젠 그런 세상이 도래했음을 풍자하는 건가. 얘기를 전하는 아내도 깔깔대며 웃는다.

 

 ‘국의 산하’에서 만난 동두천에 사시는 산님 tdcyoun님의 불곡산 산행기를 머릿속에 담고 드라이브도 할 겸 차를 몰고 집을 나선다. 올림픽공원을 출발하여 워커힐의 벚꽃을 곁눈질하며 퇴계원 가는 국도에 들어서니 산은 연초록에 산벗꽃으로 수를 놓았다. 길 옆 과수원의 배꽃은 어찌나 아름답게 눈을 홀리는지 아내도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우뚝 솟은 수락산의 모습이 저만치 능선을 내며 길을 동행하더니 이내 의정부 외곽을 지나니 불곡산이 암릉을 그리며 손짓을 한다.

  차를 양주 시청 주차장에 놓고 현충탑 등산로를 찾으니 폐쇄 했다는 안내문과 함께 담장에 등산로 안내표를 달아 놓았다. 안내표를 따라 시청 뒤쪽을 도니 담장 끝에 등산로가 있다. 들머리부터 오솔길을 따라 15분 쯤 오르니 현충탑 등산로 임도와 만난다. 진달래는 만개했다가 이젠 하나 둘씩 낙화한다. 산벗꽃은 활짝 피어 산객들을 맞는다.

 

 백화암을 왼편으로 바라보며 다녀 올까하다가 여우고개를 넘는다. 인적이 끊긴 길은 한가롭기만 하여 북적이는 서울 근교산보다 청량감을 준다. 아내는 졸졸 잘 따라온다. 아내와 산행할 땐 사랑거리를 5m 안팎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간격 조절을 잘 해야 다음 산행 시에도 함께 가자고 하면 오케이하지 그렇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쉬지도 않고 혼자 먼저 훌쩍 올라가면 다음부턴 동행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불곡산 정상인 상봉(468.7m) 가는 길은 양주 시청 들머리에서 2.6 km 로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산들바람이 불기는 하나 이미 날씨는 초여름 같다. 구슬 같은 땀을 훔치며 뒤 돌아보며 사랑거리 (5m)를 확인하곤 한다. 아내는 릿지 산행을 해 보지 않아 정상부터 암릉길이 조금은 걱정되나 아직 까진 즐거운 모양이다. 

 백화사를 들머리로 해서 올라오는 산님을 처음으로 만난다. 정상에 오르는 암릉길에서 처음으로 로프를 만난다. 자주 로프에 의지하며 정상을 오른다. 정상에 서니 불곡산이 양주의 진산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방으로 조망이 확 트여 시원하다. 수락산이 가깝게 보이고, 양주 시가지며 북으로 달리는 도로며 모두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저 멀리 삼각산과 오봉이 도봉산을 어깨동무를 하며 강강술래를 한다.

 

 이제부턴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다. 상투봉가는 암릉길이 아기자기하다. 위험한 암릉 길마다 로프가 매여 있다. 생각보다 아내는 잘 견디며 로프를 잘 타니 걱정이 좀 가신다. 로프를 만나면 재미있는지 처음엔 우물쭈물하던 행동이 대담해졌다. 그래도 조심하라고 조교 노릇하기에 바쁘다. 갑자기 ‘신 칠거지악’을 생각하며 웃으니 아내도 따라 웃는다. 

 상투봉 언저리 소나무 그늘 밑에서 컵라면과 소주 한잔 그리고 토마토로 시장기를 때운다. 가깝게 임꺽정봉이 우리가 점심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산은 푸르고 나뭇잎은 연초록빛으로 마음까지 청아하게 물들인다. 아~ 불곡산에 오면서 경기 북부 산을 정성껏 소개해 주는 산님한테 신고도 않고 와서 “허락없이 불곡산 다녀갑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니 곧 휴대폰 벨이 울린다. “미리 연락하고 오시지 않고...저도 지금 국망봉입니다”. 다음엔 꼭 연락드리고 오겠다며 전화 통화를 끝맺는다. 얼굴은 서로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전자그물망집(한국의 산하)에서 온라인으로 가끔 서로 안부를 주고받아 10년 지기처럼 느껴진다. 취미가 같은 동호인은 나이차를 관계치 않고 가장 편한 벗이 쉽게 된다. 아마 우리는 띠 동갑 정도 될 듯 하나 친한 벗처럼 생각된다.

 

 임꺽정봉이 그만 쉬고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아내는 오늘 처음으로 불곡산에 와서 아기자기한 암릉 산행을 재미있게 한다. 임꺽정봉을 내려서면 오늘 암릉 길의 하이라이트인 30 여m의 암릉 절벽 길을 만난다. 아내는 처음엔 걱정스런 눈빛을 하더니 침착하게 웃으며 로프를 단단히 붙들고 잘 내려온다. 약수터에서 약수 한잔에 목을 축이고 대교아파트 날머리에 닿는다. 오늘 산행이 재미있었는지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2005.04.23)  

 

▼ 불곡산에서 만난 기암괴석들

 

 

 

▼ 암릉길

 

▼ 임꺽정봉

 


 

▼ 하산길 암릉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