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가자, 님보러 가자 (영동 삼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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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22 (일) / <한국의 산하> 가족 정기산행 - 60 여명과 함께
*물한계곡주차장(10:30 )-황룡사--삼마골재-삼도봉-석기봉-은주암골-물한계곡 주차장(1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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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푸르른 산은 입산(入山)하지 않고 산 아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바쁜 주중엔 짬을 낸 고마운 산님이 대신 산을 다녀와서 전자그물망(인터넷)에 띄운 산 그림만 보아도 마음은 벌써 한 마리 나비가 되고 산새가 된다.
아~초록빛 산상의 향연이 이렇게 펼쳐지니 산의 위용이 새삼스럽게 가슴 속을 파고든다. 산은 늘 그 자리에 부동의 자세로 서 있건만, 계절 따라 우리 인간에게 주는 감동의 선물은 신선하다. 폭설에 파묻힌 산 계곡, 구름과 안개 속의 산자락, 빗속의 산허리, 맑은 날의 산정상 등 자연과 어우러진 산의 여러 모습은 시시각각으로 산객의 마음을 유혹한다.
겨울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 내며 산비탈에 섰던 나목들이 이내 새 순을 피우고 이젠 진초록 녹음을 만들어낸다. 누구의 작품인가! 자연이란 신의 작품일 것이다. 이렇듯 자연은 윤회와 섭리를 인간에게 보여준다. 산은 마음 심란할 때 용기와 격려를 내려주고, 가슴 시린 날에도 품고 있던 햇살 한줌을 슬며시 가슴속에 넣어주어 온기를 불어넣는다. 산은 필자에게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속도를 조절해 주기도 하고, 가속 페달을 밟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기도 한다. 또 삶의 지혜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래서 산은 나에겐 참으로 위대한 스승이며 종교이기도하다.
이 늦은 봄날, 오늘은 필자에겐 의미 있는 날이다. 작년 11월초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활발한 산님(산을 사랑하는 님)들의 전자그물망 쉼터인 <한국의 산하>에 신입회원으로 가입한 이래 얼굴을 숨기고 필명으로 인연을 맺어오던 산님들과 실제 대면하며 산행을 함께하는 뜻 깊은 날이다. 어찌 들뜨지 않고 평상심을 견지할 수 있겠는가. 이른 새벽 서둘러 사당역에 도착하니 산하 산님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윤ㅇ균선배님 그리고 운영자님과 여러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나눈 후 버스에 몸과 마음을 싣고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勿寒溪谷)을 품고 있는 민주지산(岷周之山)으로 향한다. 오늘은 전국 각지에서 회원님들이 모이니 물한계곡의 폭포들도 반갑다고 우렁차게 물 내리는 소리를 키운다. 물한골 숲 속의 나무와 야생화들까지도 방긋방긋 웃음을 선사하며 반갑게 눈 맞춤한다.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은 정담을 주고받는 산님들로 화기애애하다.
황간 나들목을 들어서고 49번 지방도로를 접어드니 어느덧 물한계곡 주차장이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산님들로 주차장 또한 만원이다. 서로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기쁨이 얼굴마다 빵빵하게 베어난다. 간단한 인사와 진행 절차가 설명되고 곧 산행이 시작된다. 신참인 나는 아내와 후미 조의 일원이 되어 물한계곡 숲길에 들어선다.
물한계곡은 삼도봉(三道峰) 북쪽 기슭에 숨어 석기봉(石奇峰), 민주지산과 각호산(角虎山)으로 에워싸여 그 골이 깊다. 5km쯤의 계류와 비경이 여름 피서지로 각광을 받을 만 하다. 물한골은 하늘을 감춘 채 우거진 숲 속 길만 계류와 함께 길을 내 준다. 숲 속 길 따라 펼쳐지는 향연을 즐기다보니 어느덧 비경 속에 빠져든다. 상류로 올라 갈수록 기암과 어우러진 작은 폭포들의 비경이 빼어나다.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서 ‘물한(勿寒)’이라 하였는가. 황룡사에서 무지개소(沼)까지의 계곡 경치가 일품이다.
민주지산(1,242m)은 우측엔
삼도봉(1,177m)과 석기봉(1,200m)을, 좌측으론 각호산(1,176m)과 한 무리를 형성한 채 부채살 모양을 그리며 1,000m가 넘는
네 개의 산봉우리를 갖고 있는 명산이다. 의용골 폭포, 음주골 폭포 그리고 장군바위 등 빼어난 절경들이 숨어 있다. 원래 종주산행은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까지 둘러야 하지만 오늘 산행은 회원들과의 만남이 더 중요한지라 뒤풀이 정담시간을 할애하고자 진행위 측에서 간소하게
삼도봉과 석기봉 연계산행 후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계획했다. 민주지산과 각호산까지의 종주는 후일로 미룬다.
산을 오르며 아내와 산 이름에 대해 얘기하던 중 ‘민주지산’은 넉자로 되어 흔치 않은 이름이라며 넉자로 된 산 이름을 기억해본다. 곰곰 생각해 보니 정선의 ‘가리왕산’, ‘남덕유산’, 선운산의 ‘개이빨산’ 그리고 경기도 이천의 ‘도드람산’정도 밖에 기억해 낼 수 없다. 다섯자로 된 산이라면 평창의 ‘고루포기산’ 정도이다. 그러고 보니 산 이름도 꽤 독특하다.
최ㅇ영 선배님과 오순도순 애기하며 산길을 오르는데 아내가 자꾸 쳐진다. 그런데도 선배님은 격려를 해주시며 산길을 인도해주신다. 삼마골재 계단길을 오르니 이내 삼도봉 정상에 이른다. 백두대간의 길목, 삼도봉은 태백준령의 한줄기가 소백을 거쳐 추풍령고개를 넘고 내려와 삼도봉을 지난다. 백두대간의 길목인 셈이다.
삼도봉 정상에 서니 정상석 대신 ‘삼도봉 대화합탑’이 우리를 맞는다. 삼도봉이 이름마따나 충북의 영동, 전북 무주 그리고 경북 김천 이렇게 삼도가 만난다. 지역 감정을 다스리고 삼도의 화합을 다지는 의미로 삼도봉 정상에 이 탑을 세운 모양이다. 어느 가수의 ‘화개장터’ 노래 가사말도 지역감정 타파를 노래한다. 작은 국토의 나라에서 과거 지역감정의 슬픈 역사를 보는 듯 해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지역감정은 선거 때만 되면 몹쓸 사람들이 많은 정치집단에서 만들어내는 유행병이지 우리 백성들은 지역 차별 감정이 없지 않은가. 우리네 산님들 역시 지역 차별 감정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석기봉 아래에서 정상을 바라보니 두개의 바위봉이 영문 글자 M자형을 하고 우람하게 서있다. 정상에 서니 조망이 좋다. 무주방향과 영동 방향의 계곡이 편안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민주지산의 산무리 중 제일 빼어난 봉우리가 아닌가 싶다. 북동쪽으론 황악산이, 동남쪽으론 가야산 그리고 서남쪽으론 덕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눈 아래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과 물한계곡 모두 초록빛 세상이다.
초이스님과 선발대가 되어 석기봉에 오른다. 초이스님은 처음 만나지만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석기봉을 오르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화통한 성격에 마음을 이내 내준다. 산길을 오르내리며 삼삼오오 팀을 이뤄 도란도란 얘기꽃이 핀다. 취미가 같은 동호인의 모임은 서로 부담이 없고 친근감이 넘쳐나고 남녀노소를 뛰어 넘기도 한다. 만나면 반갑고 산이야기로 풍성하다. 산을 내려와 물한계곡 주차장에 뒤풀이 전을 편다. (2005.05.22)
뒤풀이중 '깔깔대소회'가 시작되고
잘 생긴 젊은 산님의 입대 기념쏭(song)에 흥겨워하는 산하가족들
*산하가족들의 많은 흥겹고 다정한 뒤풀이 모습들을 디카에 많이 담았으나, 대표로 두컷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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