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아 떠나는 우중(雨中)산행 (검단-용마-남한산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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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7.09 (토) / 홀로산행
날씨 : 오전 내내 장마 비 오후 1시 쯤 소강상태 보이다 갬
*안창모루(08:50)-전망바위-서봉(585봉)-검단산(657m)-고추봉(555봉)-용마산-밤나무 농장-안가 버스 정류장- 벌봉길-법은사-남한산 벌봉- 벌봉 암문-상사창동길-법화골 정류장(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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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여름도 땡 볕에서 무더위로 본색을 드러내며 농익어 가더니 어느덧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우두두둑, 우두두둑” 검산 용마 가는 산길에서 갈참나무 잎에 떨어지는 장마 비 소리는 조용한 숲 속의 적막을 깬다. 산 새 소리도 숨을 죽이고, 오직 빗소리만 귓전을 때리고 산 길 걷는 나그네는 그저 귀만 열어 놓고 땀으로 미역을 감을 뿐 무심(無心)으로 걷는다.
가끔 지난 세월의 추억들이 스쳐 가지만 잠시 일 뿐, 번뇌 망상으로 치부되어 이내 사라진다. 오호라. 이를 일러 활선(活禪)이라 하는가. 전국에 장마 비가 60~100mm 정도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아랑곳 하지 않고 여느 주말처럼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산 중독이 아닌지, 집착을 떼고 살겠다는 의지가 물 건너 간 것인지 반조의 시간을 갖고도 싶다.
허나 산문에 들면 모든 속세의 망상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숲 속의 행복만 찾아드니 이 즐거움을 어디다 비기랴. 울창한 나무와 한 떨기 청초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가 반갑게 인사하는 숲 속의 행복이 마냥 좋기만 하다. 속세에서 얻은 부나 명예 같은 것은 너무 하찮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만큼 우리에게 겸허함을 가르치는 교과서는 없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멸망사>를 보면,인디언은 아이를 키울 때 자주 평원이나 숲 속에 홀로 갖는 시간을 많이 배려한다고 한다.그래서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훈련을 시킨다. 홀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는 사람은 그 영혼이 중심을 잃고 헤매게 되기 때문에 어렸을 적 부터 혹독한 연습을 시키는 셈이다. 그러한 방법이 그네들의 삶의 지혜다.
하남 안창모루 들머리를 들어서면서부터 인적이 끊기고 오직
비바람만 동행한다. 안부를 지나 전망바위에 서서 저 멀리 한강을 바라보지만 안개와 운무에 가려 10여m 앞도 보이지 않는다. 산과 강이 모두
안개 비 속에 녹아 나고 있다. 검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 인간세계는 잠들어 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와 운무에 발걸음은 더디지만 고추봉 가는 길로 접어든다. 검단산 정상 까진 댓 명의 산님들을 만났지만 지금부턴 혼자 산과 숲길을 전세를 냈다. 행여나 산길에서 번개를 만나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번개를 만난들 어떠랴. 이미 후반생은 덤이라 생각하고 유언장도 이미 작성을 끝낸 지가 오래되었고, 안구 등 장기 기증도 1991년 4월에 이미 서약한 터에.
인생을 살면서 보다 자유롭게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버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그렇게 항상 생각하고 사는데도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사는 자신을 본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살아가는 삶을 왜 실천하지 못 하는가. 삶은 소박하고 분청사기처럼 털털하고 투박한게 오히려 낫다.가식이 없는 소박한 매무새의 분청사기같은 삶을 살고 싶다. 때로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리숙한 그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던가.
줄기차게 내리던 빗줄기도 어느새 가늘어졌다. 용마산을 내려와 하남에 사는 옛 직장 동료를 만나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다시 남한산 벌봉길을 오르며 다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산행)을 계속한다. 그러나 오늘도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벌봉 암문을 지나 날머리에 닿고 말았다.
(2005.07.09)
*산행 사진 모음
위 1/ 유길준 묘소 위 안부 오름길 위 2 / 한 뿌리에서 트위스트
위1/ 산행길에서 비 맞는 산나리 위 2 / 山梨(똘배)님의 아이디어를 빌려 써 보니 효과 만점이네요.
위/아래...검단산 산행길에 유일한 전망바위 군
위/검단산 정상석
아래/ 왼쪽은 고추봉 삼각점, 오른 쪽은 용마산 정상석
아래/벌봉가는 길에서 만난 과일, 꽃, 옥수수,봉선화
아래/ 법은사 절집과 길가에 핀 능소화
아래/ 벌봉길이 끊겨 30여분간 잡목을 헤치며 능선길을 찾아 치고 오른 숲속
아래/ 드디어 남한산성 성곽이 눈 앞에 나타나고
하남 상사창동으로 내려가는 암문
아래/ 암문을 벗어나니 산수국 군락지가
아래/ 상사창동으로 내림길에 원시림이 빼곡하게 연이어 있고
아래/ 날머리에 거의 다 오니 추자(호두)와 꽃이 수고했다고 반기고
아래/ 상사창동 마을의 연자방아
아래/ 법화골,"서로 보살피는 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눈 길을 끌고, 하남시청까지 5.5 km 이정표가 마을 버스를 기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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