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책 읽는 소리>를 읽고
요즘 먹고 살기가 버겁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요즘이 몇 년전 IMF 관리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실토하는 이웃이 많기도하다. 물질이 만능인 시대, 현대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가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부익부 빈익빈 (富益富 貧益貧)이라 했던가! 서민들은 열심히 일 하면서도 제 집 하나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아니 일자리마져 줄어 들어 밥벌이하기도 쉽지 않다.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노숙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 불황의 늪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땅이 돈을 낳고, 또 돈이 땅을 낳는 시대. 오직 자본소득이 새끼를 치고 또 치는 시대.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도 서슬퍼런 칼을 뽑아보지만, 애호박에 칼질해대는 것보다 쉽지않다. 어서 빨리 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 할덴데 걱정만 앞선다. 이 어려운 시기가 태고의 회고거리로 추억될 날이 어서 빨리 와야 할텐데...
무더운 여름날 한양대 정민 교수가 쓴 <책 읽는 소리>를 읽으며 옛 선비들의 여유로움을 만난다. 구한말 서주보(徐周輔)라는 가난한 선비의 삶이 자신의 삶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 선비는 끼니조차 잇기가 어려운 살림인데도 있는 돈을 털어 실버들 한그루와 매화 한그루를 사서 좁은 뜨락에 심었나보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조선후기의 문신이며 학자였던 이건창(李建昌, 1852-1898)이 감격해서인지 조롱인지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지어 보냈다.
“하루종일 가난한 집 작은 방에 앉았자면/
부엌종이 쫑알대는 소리가 들려오리/
실실이 버들실로 옷 꿰어 입으시고/
낱낱 매화 꽃잎으로 밥지어 잡숫구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판에 그 돈 있으면
양식이나 사지, 이 답답한 양반아)
아~, 이 시 한 수가 각박한 세상에 필자에게 화두 하나를 던진다. '서주보'라는 선비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인 이유일까? (200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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