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과연 중독의 끝은 어디인가 / 딘 카르나제스, <울트라마라톤 맨>을 읽고

천지현황1 2005. 12. 29. 16:30
 

               -과연 중독의 끝은 어디인가

                    딘 카르나제스, <울트라마라톤 맨>을 읽고

             

 


   라톤의 풀코스 거리는 42.195km이다. 딘 카르나제스는 마라톤의 열배 거리 420km를 75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뛴 기록의 사나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와 “왜 그런 일을 하지요?” 두가지 질문을.  초등학교시절 그의 등하교 길은 달리기로 이루어졌다. 그때부터 달리기는 그에게 자유와 탐험심을 선사한다. 열한살땐 등에 짐을 매고 일주일에 걸쳐 그랜드캐년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달리기로 횡단한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높은 산, 휘트니산 정상에도 오른 적이 있다. 청소년시절엔 크로스컨트리를 즐긴다.


 그런 그가 여피족으로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MBA출신의 그는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는 달린다.서른살 자신의 생일날 밤 15년동안 접었던 달리기로 자기자신을 찾아나선다. 자연과 제 자신의 능력을 탐험하고 싶은 내적 욕망이 꿈틀거린게다.  아내가 잠든 밤 시간을 이용하여 50여 km를 달린다. 옛 감정과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는 지쳐 공중전화부스에서 수신자부담으로 아내에게 전화한다. “밤새도록 뛰었단 말이예요? 세상에!” 그를 데리러 차를 몰고 온 아내의 말이다. 하룻밤 50km의 달리기 소동은 그로 하여금 다시 중단했던 달리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다시 그의 인생에서 달리기 불꽂이 점화되는 순간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달린다.

 

 ‘서부 주 100마일(160km) 극한 달리기’-캘리포니아 쪽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계곡 코스를 논스톱으로 24시간 내에 뛰는 대회-에 도전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달리기는 그에겐 열정이다. 직업은 단순히 그에겐 집세와 아내 치과대학 학비를 버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는 말한다. “달리기의 단순함은 대단한 해방감을 준다” “달리면 기분이 좋고 더 깊은 힘이 솟아난다”고.


 강변 8km를 달려도 나름대로 힘든다. 그 거리의 스무배나, 그것도 산길을 달린다고 생각해보라. 세상에서 가장 힘든 극기를 요하는 일일 것이다. 필자도 지난 11월에 잠자지 않고 18시간 반동안 서울 강북의 다섯 개 산들(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삼각산)을 연계 종주(대략 50여 km)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이 산행길은 걷는 길이기에 그리 힘든 체험은 아니었다. 그런데 24시간내에 160여 km를 달리다니. 그는 내친김에 더 힘든 도전을 한다. 한 여름에 세계에서 가장 힘든 도보경주인 ‘데스밸리 배드워터 울트라마라톤’-데스밸리를 통과해 미국 인근 최고봉인 휘트니산까지 216km경주코스-에 도전한다. 그러나 힘의 안배에 실패하여 중도에서 좌절감을 맛보기도한다.


 또 2002년1월엔 영하 40~50도의 세계 최초 남극 마라톤에 도전하여 성공한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는 왜 이런 모험을 즐길까? 책을 덮는 순간까지 필자가 가진 화두다. 모험심, 목표달성후의 짜릿한 성취감, 도전의식 등등.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걸까? 달리기의 중독의 끝은 어디인가? 중독성 때문에 보다 강력한 그 뭔가를 계속 찾는지도 모른다.


 울트라마라토너들을 이성적인 눈으로 한번 들여다 보자. 그네들은 어쩌면 인간별종인지도 모른다. 그네들은 오늘도 보다 강렬한 극기의 꿈을 꾼다. 이를 지켜보는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그들의 모습은 분명 광적이다. 그러나 극기의 모습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면 극기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꿈과 희망을 보여준다. 달리기를 통해서 그의 영혼이 맑아지고 깊어진다면 그처럼 뭔가에 한번 미쳐 보는 것도 즐거운 인생길이 아니겠는가. (200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