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 포토기행

천지현황1 2007. 5. 13. 15:41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 포토기행

  

 새벽 잠에서 깨어나 창 밖을 보다가 단잠에 빠진 아내를 급히 깨웠다. "여보, 남이섬 갑시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잠에서 깬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세면장으로 들어간다. 일요일 아침이라 단잠에 취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을 텐데도 아무 말 없이 동행을 허락한다. 지난 3월 말경 호반도시 춘천을 다녀오며 숙제로 남겨 둔 남이섬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주말엔 서울 근교 나들이는 여간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포기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어딜 가나 교통 체증으로 만원이기 때문에 하루 잘 보냈다고 생각하다가도 귀가길에 그만 짜증을 내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우린 나름대로 그리 불편하지 않은 주말 나들이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남들보다 두어 시간 일찍 출발해서 점심식사 마치는 대로 귀가 길에 오르면 조금 정체를 피할 수 있다.

 

#물안개 피어 오르는 북한강 자락을 돌아

 

 

 

 물 한병 달랑 들고 양평 진중리 샛강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를 잠깐 만나고 강을 따라 북상하는 길은 진초록 세상 나들이다. 산도 강도 하늘도 마음도 5월 처럼 푸르다. 강따라 굽이굽이 돌아 가는 길엔 지난 추억이 소복하게 쌓인 길이다. 젊은 날 아이들과 그토록 많이 달렸던 그 길이건만 새롭기만 하다. 아이들은 성장하여 큰앤 지난 4월에 제 짝을 찾아가고 작은 애만 아직 곁에 남아 있으나 그 놈도 머지않아 제 짝

찾아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길이므로 서운하거나 섭섭한 마음을 빨리 지웠다. 그래서 큰 애가 시집가는 날도 무덤덤했고 지금도 역시 무덤덤하다.

 

 시장기가 돌아 가평 어디 쯤에서 아침 해장국하는 집을 찾아 해장국으로 요기를 하고 몇 분을 달리고 나니 청평호수 위에 가랑잎 처럼 떠 있는 남이섬 팻말이 길을 인도한다.

 

# 나미나라공화국 입장 환영 (Welcome to Naminara Republic) 

 

 남이섬을 몇 차례 와 보았으나 마지막으로 와 봤던 기억이 10여년도 지난지라 가물가물하다. 다만 겨울연가 드라마 속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걷던 메타세쿼이어 숲 길이 아른 거릴 뿐이다. 남이섬은  원래는 섬이 아니었으나 청평댐이 세워진 뒤로 물이 차 섬이 된 곳으로 조선 선조때 병조판서를 지내다 역적으로 몰려 죽은 '남이'장군 묘가 있어 이곳을 남이섬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최근 '겨울연가' 드라마의 대히트로 한류바람이 일어 일본의 중년 여성들까지도 떼를 지어 방문했던 촬영지로 더 유명하게 된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 널널하다. 매표소 앞에서니 "부웅~부붕" 뱃고동 소리가 나더니 우릴 떼 놓고 선착장을 벗어난다. 아직 손님이 적어서 인지 30분 후에나 다음 배가 떠난단다. 섬 입구도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 입구가 나무 조각으로 멋을 많이 부렸고 음식점 돌담도 정겹다. 돌담 위 돌아가는 풍차도 멋스럽다.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 구경하다 보니 훌쩍 30분이 지나 드디어 승선한다. 물보라를 가르며 숨 몇 번 쉬었는데 금방 나미나라공화국 선착장에 들어선다. 그러나 VISA (실제로 입장권에 영어로 VISA라고 표기되어 있다)를 확인하는 사람은 없다.

 

# 조용한 산책길엔 새소리가 정겹고

 

 우르르 관광객이 배에서 내려 왁자지껄 떠들며 중앙 테마거리로 내 닫는 사이 아내와 난 둘이서 바로 섬 일주 산책길을 택해 조용한 발걸음을 뗀다. 숲 속 길은 상쾌하다. 진초록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강따라 벌써 이른 아침부터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내가 폼도 멋지게 보트 자락을 움켜 쥐고 물살을 가른다. 숲 속 길 어디엔가 숨어서 지져기는 새소리는 청량감을 준다. 아내도 덩달아 발걸음이 가벼워지나보다. 드라마 속의 연인이 되어 우리는 숲 속 길을 걷는다.

 

 방갈로며 콘도형 별장엔 어젯밤에 숙박한 사람들이 자리 정리하는 모습이 부럽다. 우리도 차라리 어젯밤을 이 섬에서 보낼껄 하고 후회도 해 본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산책길에 만나는 나무며 붓꽃이며 조각상들이 동화나라 속 같다. 섬에서 대여한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관광객들이 저마다 연인이 되어 소로길을 내닫는다. 빈 보트 선착장에서 내려 서서 잠깐 쉬고 있는데 어느 사이에 한 남자가 소형 보트를 몰고 쪼르르 우리 곁에 나타난다. 작은 선착장 매표판에 2인용 보트 승선료가 @2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옛날에 이곳에서 아내와 오리 보트를 탄 기억이 떠 올랐다. 그러나 오늘은 보트를 타고 싶지 않다. 한 시간쯤 걸려 섬 일주 산책로를 걸었다.

 

# 남이섬 세계 책나라 축제는 보고 / 춘천시립 교향악단의 음악회는 듣지 못하고

 

 남이섬은 옛날하고 많이 변해 있었다. 한류 바람을 타고 갖가지 테마로 잘 꾸며져 있어 하루 동안 이 섬에서 햇빛과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섬을 한 바퀴 돌고 입구쪽에 들어서니 그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와 중앙로는 빽빽하게 들어 차 있다. 여러가지 조형물들이 길마다 자리하며 눈길을 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보기에 좋다.

 

 오후 1시에 베오그라도 야외무대에서 춘천시립교향악단 출연의 음악회가 열리는데 두시간은 더 기달려야 할 듯 싶다. 아내는 엄청난 인파때문에 슬며시 귀경 길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빨리 길을 빠져 나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발걸음을 서둘러 선착장에 돌아오니 우리처럼 귀가길 걱정에 미리 섬을 빠져 나가는 길손도 상당하다.

 

 부서지는 파도와 햇살을 뒤로하고 경춘가도를 달리니 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정체되어 끝이 없다. 귀경도로는 아직 정체 상태는 아니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우리도 혼잡 속에 갇혔을 것이다. 양수리 고향 순두부 집에서 점심을 들고 강길을 따라 귀가하는 길에 핸펀이 울린다.- 처남 부부가 저녁에 별 약속이 없으면  남한산성 불당리 낙선재(한식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에 초대한다는 반가운 전화가.  (2007.05.13)

 

* 가는 길 : 팔당대교-45번 국도-46번 국도 춘천방면-청평-가평5거리에서 우회전-남이섬 선착장 / 입장료(왕복 뱃삵 포함) 어른 @5,000, 어린이 @2,500, 주차료 @4,000

 

* 남이섬 포토기행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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