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다녀온 남도 천릿길 <고창 화시산(403m) / 여수 금

천지현황1 2008. 5. 6. 16:19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다녀온 남도 천릿길 <고창 화시산(403m) / 여수 금오산(32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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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일시: 2008년 5월 4일 (06시 출발) - 5월 5일 (1박2일)
◎ 소 재 지: 전북 고창군(화시산/ 제801회차)-전남 순천시(순천만)-여수시(금오산/802회차)-담양 대나무 숲 테마공원

 일정

   5월 4일
             06:00 APT 출발
             09:40-12:35 전북 고창군 화시산 (소굴치-화시봉-운곡정사-오베이탐방로-고인돌유적지)

             13:00 중식 (고창군)후 고창읍성 성곽돌기
             15:30 전남 순천시, 순천만 대대포구 탐사선 관광 
             19:00 석식 (여수시 가연정)
             21:00 숙소 도착 (휴식)

    5월 5일 
             06:30 조식
             07:55 여수시 돌산도 금오산 (율림치~향일암 산행 2시간)
             11:00 임포항 출발-여천산업단지-곡성으로
             13:00 중식 (전남 곡성군 석곡면 석곡식당 전통 석쇠돼지구이)
             15:00 담양 메타세콰어 가로수길 걷기 20분

             15:30 대나무 숲 테마공원 산책

             16:00 담양온천 
             18:00 석식(정읍 두리식당 피리탕)
             22:25 서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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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도 중독인가.짚시처럼 늘 떠나고 싶으니 말이다.젊은 날부터 생긴 방랑벽이다.요즘도 여전하다.틈만 나면 늘 떠나고 싶다.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여행은 나에겐 중독인가보다.한 달 넘게 일찍 공지된 계획된 남도 1박2일 산행겸 여행일정이 한 달 동안 머리 속에서 똬리를 틀고 지냈다.아이처럼 밤잠을 설치고 동트는 새벽에 차에 오른다.벌써 낯 익은 얼굴들이 기쁨과 설렘으로 빵빵한 얼굴을 한 채 탑승해 얘기꽃이 한창이다.무릎 관절이 좋지않아 함께 산행하지 못한다며 늘 싱글로 참석하시던 여러 회원님들이 오늘따라 예쁜 곁님들을 동반했다.이번 남도 여행길에 동행하니 차 안의 풍경은 훨씬 화기애애하고 기쁨에 차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새벽에 출발하는 탓으로 아침을 거른 산님들이 많다.늘 간식을 준비해 주시는 칠순을 훌쩍 넘기시고도 정정하신 오사녀 회원님이 준비해 오신 쑥덕이 차안을 돈다.오환숙 회원님이 치악산에서 캤다는 웰빙쑥으로 빚은 청정한 쑥떡이 또 한차례 차안 좌석을 돈다.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왔는데도 한 입 배어문 쑥향이 입안을 뱅뱅 돈다.고마우신 배려에 늘 감사한 마음 뿐이다.

 

 버스는 회색도시를 벗어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질주한다.연록색 푸른 산빛이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인다.시선은 차창 밖 산하풍경 속으로 빠져든다.밤을 꼴각 샌 듯한 낚시꾼들이 옹기종기 조그만 낙시터에 둘러 앉아 세월을 낚는 모습도 보인다.예산 당진을 가로 지르는 예당평야엔 보리밭 풍경이 끝이 없이 펼쳐진다.가끔 모내기 물을 잡는 농부가 이른 새벽을 깨운다.고구마밭을 돌보는 아낙의 부지런한 모습도 눈에 띈다. 만경강 물줄기엔 기름진 호남평야의 수확을 약속하는 양 넉넉한 물을 담고 구불구불 들을 가로 지르고 흘러간다.군산을 막 지나자 황토빛 땅은 붉은 물감으로 채색한 채 친근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늘 느끼는 감회지만 남도여행은 서정적이고 목가적이어서 더욱 좋다. 갑자기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이란 시 구절의 푸른 산빛이 나를 깨친다.   

 

님의  침묵
                                                         - 한용운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선운사IC를 통과한 버스는 시골길을 달려 우리를 고창 화시산 들머리인 소굴치에 내려 놓는다.

 

 

화시산을 오르며...인생역전을 추억하고

고창 화시산(火矢峰 403m)은 특히 산 끝자락인 성틀봉 주변의 죽림리와 상갑리 일대에 밀집된 고인돌 447기가 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화시산은 지금까지 선운산과 방장산의 명성에 가려 산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과 오베이골 탐방로, 생태계의 보고 늪지와 운곡댐, 암릉과 송림이 어우러진 등산로 등이 갖춰져 서서이 그 진가를 알리고 있는 곳이다.우리는 소굴치 방향에서 오른다.투구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를 오르며 선운레이크CC를 옆에 끼고 선운산 배맨바위의 마루금을 보며 한시간여만에 화시산 정상에 선다.부안면 고을이 조망되자 아내는 사회 초년병 시절의 옛추억을 끄집어낸다.

 

 지금부터 35년 전 아내는 이곳 고창군 부안면 소재 초등학교에 첫 부임을 받았다.집 떠나 자취생활하며 만 4년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에 더욱 감회가 더 할 것이다.그녀는 이곳에서 잘 생긴 총각 선생으로 부터 일방적인(?) 구애를 받은 적이 있었다.나에게도 드라마속의 한 장면처럼 연적이 생긴 셈이다.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 시절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30여년을 함께 살면서 그 시절을 추억하며 가끔 아내에게 농을 건넨다.'나한테 시집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쯤 고추밭이나 매고 있었을 텐데'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차라리 그 때 8년 연애기간을 접고 그 선생과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몰러,지금쯤 부부교장하고 있을걸,하하하'. 그녀는 모른다.그녀의 인생이 고추밭 주인 인생에서 산꾼과 술꾼의 경계를 줄타기하며 인생의 낙과 멋을 아는 꾼의 아내로 사는 즐거움을.

 

 

 

 

 

 

 

 

 

 오베이탐방로로 내리는 길은 내가 걷고 싶은 10대 산 길중 하나로 기록해두고 싶을 정도로 정이 가는 길이다.여느 때 같으면 A팀이 되어 화시봉 정상에서 백운재와 옥녀봉 능선길을 내 달렸을 것이다.그런데 운곡정사도 둘러 보고 싶고 오베이탐방로도 걷고 싶어 B팀 하산길을 택했다.이 코스를 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며 산길을 내린다.내가 좋아하는 하산길을 만난 것이다.숲 오솔길로 한적한 맛과 이름모를 산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진한 숲 향을 맡으며 걷는 맛이 청량감을 더해준다.마냥 길이 끝나지 않고 무심으로 그냥 하염없이 걷고 싶다.뒤 따라 오는 그녀와 주고 받는 대화가 없어도 열린 공간 사이엔 침묵이 자리하며 채운다.하산길이 끝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운곡정사가 초라한 모습으로 다가선다.운곡정사엔 완당 김정희 선생이 쓴 편액이 걸려있다.'신안구가(新安舊家)'라는 현판이 돌보는 이 없는 옛 고가에 덩그렇게 달려 있는 모습이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운곡정사를 벗어나 산 끝자락에서 큰 고인돌 하나를 만난다.아마 그 크기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고인돌 중 제일 크다.도대체 선인들은 이 돌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고개가 갸우뚱거린다.무덤의 주인은 옛 부족국가의 수장 이었을까.

 

 

 고인돌 앞 넓은 뜨락에는 노란 유채밭이 화사하다.나무로 만든 운치 있는 다리를 지나자 오베이탐방로가 역으로 시작된다 쉼터에 소망의 종이 걸려 있다.일행 중 한 사람 씩 타종 체험을 한다.나는 소망도 하지 않고 아무 소망없이 소망의 종 줄을 잡고 '떵그렁 땡~'울려본다.설치한 사람의 성의를 무시한 듯 하여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운곡저수지를 끼고 도는 탐방길은 작은 자갈이 깔려 흙길이 아니어서 조금 운치가 덜하다.저수지 가장자리엔 송화가루가 물결에 너울댄다.멀리 푸른 산은 물 빛을 더욱 푸르게 물들이고 늪지엔 수련이 알알이 떠 있다.오베이탐방길이 끝나는 곳엔 고인돌유적지 군락이 자리한다.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적으로 BC 4~5세기경에 조성되었으며 447기가 분포되어 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조금철 대장님 촬영 퍼옴)

 

 

 

 

 산행을 마친 일행은 점심을 들고 고창읍성으로 향한다.고창읍성은 세종32년에 축성을 시작하여 단종 원년(1453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축성한 자연성곽이다.일명 모양성이라고도 부른다.백제시대 이 고을 이름이 모양부리현이라고 하였는데 이에서 유래된 이름이기도하다. 이 성은 나주진관의 입안산성과 연계되어 호남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만든 읍성인 셈이다.성둘레는 1.68km이고 면적은 165,858평방미터로 약 5만평에 이른다.동서북문과 3개소의 옹성 그리고 6개소의 치성을 비롯하여 성내에는 동헌 객사등 22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병화등으로 소실된 것을 1976년부터 복원해 오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외침을 많이 받아서인지 유난히 전국에 산성이 많다.서울 근교만 하더라도 남한산성,북한산성,아차산성이 있고 지난주 금성산엔 금성산성이 저지난주 산행한 월악산엔 덕주산성이 있었고 산행하는 곳마다 거의 산성이 있다.읍성으론 순천의 낙안읍성(1397년 태조6년 축성,성곽둘레:1.4km,면적 약41,000평)과 해미읍성(태종 17년 축성시작 세종3년 완성,성곽둘레 1.8km, 면적 약 2만평)이 있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수원화성(정조때 축성,성곽둘레 5.7km)이 있다.필자가 돌아 본 우리 산성과 읍성은 조상들의 숨결이 고스란이 담겨 있어 답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난 후 성곽 일주를 한다.성안에는 빽빽한 수림과 맹종죽이 장관이다.성안 숲 길은 여느 산책로보다 걷기에 훌륭한 산책코스다.갑자기 뿌리는 빗방울 때문에 서둘러 성을 빠져 나와 판소리로 유명한 신재효고택을 둘러본 뒤 순천만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이어서 고창읍성을 나와 신재효고택을 잠깐 둘러본 뒤, 전남 순천시 남단의 순천만으로 향한다. 벌량면과 율촌면 사이에 갈대밭으로 유명한 대대동에서 탐사선으로 만(灣) 일대를 탐사하고자 탐사선을 탄다.일몰을 기대했으나 간혹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일몰구경은 포기하고 갯벌과 어린 갈대밭 사이로 탐사선을 타고 전망을 즐기고 탐사 후 갈대숲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여수로 향한다.

 

 

 

 

 

 

  

 

 

 


 제2일차

 

 금오산 여수롱베이 풍광에 취해 

 

 아침 일찍 숙소 근처에서 북어탕으로 조식을 마친 후 7시에 숙소를 출발한다.돌산대교를 건너며 바라보이는 여수 시가지가 아름답다. 여수 돌산도 금오산(金鰲山?323m) 들머리 율림치에 도착하여 금오산을 오른다.초입 들머리길은 숲 길로 편안하다.금오산 정상에 서니 베트남 하롱베이 못지않은 여수롱베이의 풍광이 뛰어나다.남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풍광에 취해 발길이 더디다.향일암으로 산길을 내린다.석가탄신일이 가까워서인지 불자들과 관광객들로 향일암은 만원이다.

 

 관음전 앞 숲 속에 원효대사가 기도했다는 너럭바위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적당한 크기로 좌정해 앉아 있다.문외한이 보기에도 선정에 들기에 이보다 좋은 참선터는 없을 듯 싶다.아내가 갑자기 내 지갑에서 배추잎 한장을 뽑아 가려한다.불자가 아니면서도 산사에 오면 헌공함에 넣고 싶어 한다.배추잎 대신 조금 작은 지폐 다섯장을 건네주니 못마땅한 표정을 짖는다.불전에 엎드리는 모습을 보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내 넉넉하지 못한 작은 마음을 후회해 보지만 이미 지나간 내 행동 양태가 얄미울 뿐 부끄러운 마음이 인다. 관광을 포함한 산책 겸 산행을 넉넉하게 2시간 남짓 했다.일주문을 나와 돌산 갓김치 종가집에서 갓김치 한 상자씩을 사들고 돌산도를 벗어난다.

 

 

 

 

 

(조한수 회원님이 멋지게 촬영해 보내주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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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곡성군 석곡면 석곡식당에서 돼지 석쇄구이로 중식을 한 뒤,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가는 길목에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걷는다.테마공원에서 죽림욕을 한 뒤 담양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담양의 산천경개를 구경하며 내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읍 두리식당에서 피리탕으로 저녁식사를 한다.줄포IC를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로 늦은 상경길에 올랐다.이렇게 1박2일의 남도여행길은 맛따라 길따라 지나다 보니 이틀이 훌쩍 추억의 일기장으로 숨는다.귀경길 버스 속에서 무사 안전 운행을 해 주신 이판헌 기사님과 어제 오늘 맛 있는 별미를 제공해 주신 여러 산님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쳤다.여행길 길라잡이를 깔금하게 잘 기획해 주고 총괄해 주신 산행대장 조금철 원장님에게도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이렇게 남도여행의 즐거운 일정이 추억 속으로 마감되고 있었다. (2008.05.06)    

 

 

 

 

 

 

 

 

 

 

 

 

 

 

 

                                         (조한수 회원님이 촬영해 보내주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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