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역시 인기 명산은 뭔가 다르군' (남덕유산)

천지현황1 2009. 2. 2. 18:23

-'역시 인기 명산은 뭔가 다르군' (남덕유산) 

 

* 2009.02.01 / 장수 남덕유산(1507m) / 장수군 장계면

영각사(10:30)-영각재(12:10 정상행사)-남덕유산(14:55)-월성재-황점(16:40)

                                  (출처:부산일보)                                                                                                                   

 

 

예상소요시간:(A)영각~월성재~삿갓골대피소~황점, 11.3km(5시간30분)  /  (B) 영각~월성재~황점.  9.1km (4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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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우리 산악회의 산행대장으로 세번째 봉사하는 날이다.심설산행을 기대하며 남덕유산으로 떠난다.그러나 요 며칠 날씨가 따뜻하여 덕유산의 눈이 다 녹아 눈꽃산행은 이미 물 건너갔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마음이 편치않다.우리 산악회의 역사는 깊다.아파트 주민 중심으로 결성된 동호회모임이다.금년이 19년째 되는 역사를 갖고 있어 전국에 있는 산을 거의 다 답사한 셈이다.그래서 처녀 산행지를 물색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네명이 일주마다 돌아가며 산행대장을 수행한다.나는 지난 총회에서 자의반타의반으로 1년간 산행대장으로 봉사하게 되었다.한 달에 한번 꼴로 전국에 소재하고 있는 산 중에서 처녀 산행지를 중심으로 기획한다.그러나 이번엔 겨울철 심설산행을 마음에 두고 남덕유산을 기획했다. 

 

 7시에 서울을 떠난 버스는 쉬지 않고 길을 달려   휴게소에서 잠깐 아침을 거르고 나온 회원들의 아침식사 시간을 갖는다.그리고 다시 길을 달리기 시작할 때 쯤 오늘 일정에 대한 나의 안내 멘트가 시작된다.마이크를 잡자,"2주만에 뵙네요.구정 명절은 잘 쇠셨습니까?"멘트를 날리자 이구동성으로 "예"하고 유치원생처럼 합창하는 대답이 온순하다."자,그러면 구정 때 서로 세배 못했을테니까 이 자리에서 산행일정 소개에 앞서 세배의식의 예를 먼저 거행하겠습니다".어떻게 의식을 치루겠다는 것인지 의아한 68개의 눈초리가 나를 응시한다."먼저 후배산님들은 선배산님들에게 공경의 마음을 담아 만수무강을 기원하시고,선배산님들은 그 화답으로 후배산님들에게 운수대통의 소망을 담아 상호 힘찬 박수로 세배에 갈음하겠습니다.일~동 박수".내 구령에 힘찬 격려의 세배 박수가 세차게 차창을 흔들었다.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환한 미소가 배어 있다.  

 

  남덕유산은백두대간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이다.우리산악회에서도 2002.05월에 한번 등산한 기록이 있다.덕유산 산행하면 으례 향적봉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래서 거의 모든 등산로가 향적봉을 향해 뚫려있으나 등산인들이 별로 찿지 않는 남덕유도 향적봉에 견줄만한 산세를 지닌 산이다.덕유산의 제 2 고봉으로 향적봉이 백두대간에서 비켜 나 있는 반면 남덕유산은 백두대간의 분수령을 이루므로 백두대간 종주팀들 에게는 오히려 향적봉 보다 더 의미있는 산이 될 것이다.덕유산 향적봉이 밋밋한 능선인 반면 남덕유는 강하고 힘센 산세를 보여주며 설경의 산행지로 향적봉에 뒤지지 않는다. 영각사에서 황점까지 11.3 km를 걸으며 설원의 무릉객되어 남덕유의 멋진 설화를 만끽하면 멋진 추억이 될것이다. 

 

 산행 들머리엔 벌써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대형버스들로 만원이다.덕유산군이 인기 명산임을 실감한다.한국의 100대 명산 중 지리,설악,북한산 다음으로 4위에 랭크되는 산이다.늘 조용한 오지의 산들만 찾다가 오랫만에 심설산행지로 기획하여 이 산을 찾았으나 부산,포항,울산,인천,안양 등지의 산악회 명찰을 단 산님들로 등로는 만원사례다.영각재를 지나면서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아예 한 자리에서 오래토록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겨우 남덕유산 정상에 섰을 때는 예정시각을 무려 두시간 가까이 늦은 시각이다.'역시 인기 명산은 뭔가 다르군' 나도 모르게 내 뱉는 독백이다.장대한 능선이 삿갓봉,중봉을 거쳐 향적봉을 향하여 마루금을 그었다.장쾌하다.월성재로 가는 능선길에는 아직 녹지 않아 발목까지 빠지는 곳도 있다.황점으로 내리는 하산길엔 위에는 급경사 눈길이 가파르다.어느 산님은 20 여 m 굴러 나무에 부딪히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듯하나 그녀의 눈망울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3부 능선 쯤 부터는 봄눈이 녹아 진흙 뻘 밭을 연상시킨다.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듯 하다.날씨는 포근하고 아마 체감온도는 영상15도를 넘는 듯 하다.예정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지만 장계에 있는 창명사우나(063-352-1800)에 들러 땀을 씻고 한방오리 전문점,'청기와집'에서 보양식에 반주 한 잔을 하고 귀경길에 오른다.그래도 서울도착은 정확히 오후 10:00시다.즐거운 하루였다.역시 인기 명산은 뭔가 달랐다. (2009.02.01) 

 

*사진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