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십이선녀탕의 백미,복숭아탕 (설악산 12선녀탕)

천지현황1 2009. 9. 21. 08:01

-십이선녀탕의 백미,복숭아탕 (설악산 12선녀탕)

 

* 2009.09.20 / 장수대(08:35)-대승령-12선녀탕 계곡-남교리(14:15)

 

 

  새벽 6시 아파트를 출발한 버스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북한강을 따라 오르며 산야를 깨운다.이른 새벽인데도 북으로 가는 차량 행렬은 꼬리를 문다.홍천강을 지나고 어느덧 인제 원통을 지나 장수대에 일행을 내려놓는다.길들이 새로 뚫려 예정시각보다 30 여 분이나 일찍 들머리에 도착한다.요즘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새로운 길들이 뻥뻥 뚫려 있고 터널을 관통하는 직선 도로가 개통되어 여행길이 한결 빨라졌다.

 

 언제 와 보아도 기분 좋은 곳,설악의 아침은 상쾌하다.장수대 맞은 편 주걱봉 봉우리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뾰쪽하다.싱그러운 숲 향을 맡으며 오르는 대승폭포 길도 나무 데크 계단을 많이 만들어 놓아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갈수기라서인지 폭포 물이 말라 있다.48m나 되는 웅장한 폭포가 폭포 구실을 못하고 그저 서 있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대승령을 지나 안산을 바라보며 길을 가다가 몇 년 전 설악을 주말마다 쉼 없이 드나들던 꿈 깥은 시절이 생각났다.공룡능선으로,봉정암-백담사 코스로,주전골-흘림골로,장수대-십이선녀탕 계곡 길로 설악을 들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가을 단풍이 유난히도 곱던 그 시절의 산행이 산중독 바로 그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때처럼 몰입의 기쁨은 없다.허나 여유롭고 조금은 달관의 산행이 습관화된 듯하다.

 

 아직 설악의 단풍은 이르다.간혹 성질 급한 놈 몇이 빨간 잎을 달고 서 있다.십이선녀탕 계곡도 갈수기라 뭉이 풍부하지는 않다.여러 개의 담과 소가 그나마 정취를 자랑한다.십이선녀탕의 백미,복숭아탕은 겨우 물 줄기가 탕 안으로 흘러내리고 지난 홍수에 많은 자갈들이 쌓여 예전의 기품을 잃었다.게다가 전망대까지 설치하여 복숭아탕 속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놓았다.사진 촬영은 펜스를 넘어 아래에서 촬영해야 그 모습이 살아나는데, 펜스를 둘러 쳐 놓고 가까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복숭아탕을 보면서 오랜 세월 동안 마름질한 물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낀다.물이 바위를 뚫다니.등로가 돌로 많이 정비하여 내림길도 예전에 비해 덜 위험하다.그러나 흙길을 밟는 맛은 많이 줄어 발바닥은 설움을 받는다.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궁글리며 계곡길을 내려오니 벌써 남교리 날머리에 닿는구나.오랜만에 들었던 설악의 품이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