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연꽃 구름타고 서방정토로, 도석화 '염불서승' (간송미술관)

천지현황1 2009. 10. 23. 19:34

-연꽃 구름타고 서방정토로, 도석화 '염불서승' (간송미술관)

 

* 2009.10.23

 

 

해마다 봄 가을 두번 미술 애호가의 목마름을 풀어 주눈 곳, 간송미술관은 어느 때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1년에 두 번 봄 가을 5월과 10월에 2주간 일반인에게 국보급 보물들을 선 보인다. 하여 연례행사로 수첩에 꼭 메모해 두었다가 이를 놓치지 않고 관람하기를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는 듯 하다.

 

 이번 가을 전시회는 '도석화 특별전(道釋畵特別展)'을 주제로 단원 김홍도, 심사정, 김득신 등 100여점의 도석화전을 모아 전시되었다. 출장에서 일찍 돌아온 아내와 서둘러 문 닫기 전에 성급하게 미술관에 들렀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호젓하게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지난 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 3시간 줄 서서 30여초 그 그림을 완상하던 때와 비교하니 여유롭다.

 

 단원 작품, ' 염불서승(念佛西昇)' 앞에서 발길이 얼어 붙어 눈을 뗄 수가 없다. 해탈한 노승이 등을 보이며 연꽃 구름위에 앉아 서방정토로 날아 오르는 그림이다.  속세에서 얼마나 도(道)를 닦았으면 그 뒷 모습이 초연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뒷 모습이다. 여기서 서방정토는 열반의 길일 것이다.

 

 하나같이 전시된 그림이 보물처럼 느껴진다. 특히 단원의 도석화는 간결한 붓 터치인데도 결구며 살아 생동하는 모습은 특별하다. 왜 그가 조선화가의 으뜸인가를 느끼게 한다. 나는 겸제 정선의 그림도 좋아하지만 단원의 그림을 더 좋아한다. 간결하고 숨도 쉬지 않고 그어 내린 것 같은 필선이  더욱 매혹적이다. 두 바퀴 돌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 오는 귀가 길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염불서승' 작품을 회상해 본다. 나도 그렇게 가고 싶다, 연꽃 구름타고 서방정토로. 

 

(단원 작, 염불서승)